• 한나라당이 결사항전 의지를 피력하면 몸으로라도 막겠다던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9일 결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한나라당은 ‘원천무효’를 주장했지만 씁쓸함이 남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사학법 본회의 통과에 대해 대리투표 의혹 등을 제기하며 위헌 소송 제기 등을 거론하며 “앞으로의 국회의사 일정에도 협조하지 않겠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사학법 본회의 통과’라는 결과에 대해 강재섭 원내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당내 후유증도 예상된다.

    강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폭압적인 날치기로 위헌적인 법률인 사학법이 통과된 것은 원내대표의 책임”이라며 “이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강 원내대표가 이번 사태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후 곧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서는 당의 전략 부족에 대한 일부의 비판이 터져나오며  ‘장외투쟁’ ‘구국투쟁’ 등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강 원내대표 등 지도부에 대한 비판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나경원 원내공보부대표는 국회브리핑을 통해 “오늘 사학법 통과는 비열한 정략으로 얼룩진 치열한 날이었다. 사상 최악의 정치가 자행됐다”며 “국회 사무처가 국회의장 지시 하에 본회의장 문을 미리 열어 여당 의원들을 들여보낸 것은 개악 시나리오 총 지휘·감독을 김원기 국회의장이 맡은 것”이라고 성토했다.

    나 부대표는 “김 의장은 여당과 암묵적으로 약속해 놓고 중재안에 대해 협상하는 시늉만 한 후 예정된 수순대로 직권 상정했다”며 “집권 야당은 농락당하고 철저히 무시당했으며 허수아비로 전락했다”고 개탄했다.

    그는 “비열한 방식으로 야당을 기만하고 국회를 농락한 이유는 사학법 개악을 통해 전교조를 학교 경영에 침투시키려는 의도”라며 “국회의장이 집권여당의 개악 입법을 진두지휘한 채 대리투표 의혹으로 통과된 이번 사학법은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는 “협의하지도 않고 본회의에 상정한 사학법 개정안은 절차를 위배했다”며 “내용 역시 헌법에 반하는 것으로 이런 개정안은 원천무효”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또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열린당 보좌관이 한나라당 의원이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것을 저지하고 대리투표를 한 것은 공무집행방해”라고 일갈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의원총회 직후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채택한 성명서를 통해 김 의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사학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계진 대변인을 성명서를 통해 “불법 사회를 강행한 국회의장은 즉각 사퇴하라”며 “앞으로 현 국회의장이 사회하는 회의에는 일절 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신원불명의 사람들로 국회 본회의장을 원천 봉쇄하고 폭압적인 방법으로 법안 처리를 강행한 것은 야당과 국회의 존재를 부정한 행위”라고 성토한 뒤 “한나라당은 불법 처리된 사학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