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임기 내 원자력협정 개정·원잠 건조 얻어내야" "마가 정치, 일시적 현상 아닌 美 국내 구조 변화의 결과"
  • ▲ 조셉 윤 전 주한 미국 대사대리가 19일 세종연구소가 개최한 제20차 세종열린포럼에서 '트럼프 시대의 한미관계'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세종연구소 제공
    ▲ 조셉 윤 전 주한 미국 대사대리가 19일 세종연구소가 개최한 제20차 세종열린포럼에서 '트럼프 시대의 한미관계'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세종연구소 제공
    미국이 한국 진보좌파 정권의 숙원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동맹 현대화'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가 원자력추진잠수함(핵잠) 건조와 한미 원자력협정(123협정) 조기 개정에 집중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조셉 윤 전 주한 미국 대사대리는 19일 세종연구소가 개최한 제20차 세종열린포럼에서 동맹 현대화라는 표현을 완곡어법(euphemism), 즉 '미화된 어법'으로 규정하며 한국의 대북 방어 책임 증대, 전작권 전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그 세 가지 축으로 꼽았다.

    그는 "모든 사람이 '현대화'라는 말을 좋아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세 가지 의미가 있다"면서 "한국이 북한 방어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한국이 리드하면 결국 전작권을 한국이 쥐게 된다는 것, 그동안 북한 방어에 묶여 있던 주한미군이 다른 곳에도 갈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미국은 대북 방어 부담을 한국 쪽으로 조금 더 밀어내는 대신 (한국을 위한) 다른 억제 수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미국이 한국과의 협상에서 제시한 다른 억제 수단은 원자력추진잠수함 건조와 민수용 우라늄 농축 권한 확대인데, 한국이 우라늄 농축 권한을 확보하면 한국은 일본 수준의 잠재적 핵능력을 갖게 된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 전 대사대리는 '트럼프 임기 동안에 한국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얻어내야 할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우라늄 농축 권한과 원자력추진잠수함 건조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동맹 현대화의 상수인 전작권 전환을 우리나라가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원자력추진잠수함 확보, 우라늄 농축 권한 확대를 골자로 한 123 협정 조기 개정 같은 실질적인 억제력 강화 조치를 미국으로부터 얻어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123 협정 조기 개정도 트럼프가 밀어붙이면 가능하므로 한국은 트럼프가 조기 개정을 밀어붙이게 만들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123 협정을 현행 협정의 틀 안에서 조정하면 일이 쉬울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나중에 뒤집힐 수 있다. 협정 자체를 개정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장점이 있다. 한 번 (개정을) 시작하면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전 대사대리는 이른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이 실제로는 북한 변수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기술·군사적 검증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적 판단이 크게 개입하는 영역에 가깝다면서 전작권 전환 여부가 한미 양국의 정치적 의지에 크게 좌우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가 2012년까지의 전환 시한을 못 박은 '시기 기초' 전작권 전환을 추진했다면,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 능력, 북한의 핵·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한 초기 대응 능력,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등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만 전작권을 전환받을 수 있도록 한 이른바 '조건 기초' 틀로 전환한 바 있다.

    또 윤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의 등장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미국 사회 내부 구조 변화에서 비롯된 장기적 추세이므로 미국의 동맹공약 축소와 부담 전가 추세 등 미국의 대외정책은 그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와 관계없이 근본적으로 바뀌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내가 미국에 처음 갔을 때만 해도 백인 비율이 80%가 넘었지만, 지금은 58% 정도이다. 앞으로 20년이 지나면 49% 수준으로 줄어든다. 백인 다수가 소수가 되는 과정에서 큰 반작용이 생기고 있고, 그것이 마가 정치의 중요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년 전만 해도 상위층이 차지하는 부의 비중이 지금보다 훨씬 낮았지만, 이제는 상위 1%, 3%가 전체 부의 상당 부분을 쥐고 있다"며 "미국인 모두가 '중산층'이길 원하지만 주택, 교육, 의료비가 급등하면서 중산층 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중산층에 진입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그게 깊은 분노를 낳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마가 정치는 백인 다수 사회의 종말, 소득·부의 불평등 심화, 주택·교육·의료비 급등에 따른 중산층 위기라는 세 가지 국내 요인에 따른 구조적 변화의 결과이므로, 이런 요인들을 고려하면 미국의 동맹공약 축소와 부담 전가 추세 등 미국의 대외정책은 그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와 관계없이 근본적으로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