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 속 200억 달러 회사채 발행
  • ▲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에서 안드로이드 캐릭터가 전시돼 있다. ⓒAFP
    ▲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에서 안드로이드 캐릭터가 전시돼 있다. ⓒAFP
    인공지능(AI) 거품론과 과잉투자 우려 속에 미국 빅테크 알파벳(구글 모기업)이 AI 인프라 투자를 위해 수십조원 규모의 채권 발행에 나섰다. 만기 100년에 달하는 초장기 채권까지 포함됐다. 뉴욕증시에서 AI발 '소프트웨어 종말론'이 일단 진정되는 모습이다.

    9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알파벳은 이날 미국에서 200억 달러(약 29조1700억원) 규모의 달러화 채권을 발행했다. 이는 당초 시장 예상치였던 150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번 채권은 만기가 서로 다른 7종으로 구성됐다. 가장 긴 만기는 40년물(2066년 만기)이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의 AI 관련 대규모 자금 조달이 과도하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이번 채권 발행에는 조달액의 5배가 넘는 1000억 달러 이상의 주문이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알파벳은 미국 외에도 스위스와 영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채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인 발행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영국에서는 만기 100년에 달하는 초장기 채권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기업이 100년 만기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1990년대 닷컴버블 이후 처음이다. 100년물 채권은 초저금리 시기 일부 국채에서 발행된 사례는 있으나, 기술기업 채권으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1996년 IBM이 100년 만기 채권을 발행한 전례가 있지만, 기술기업 채권의 만기는 통상 최장 40년 수준에 그쳐왔다.

    알파벳은 지난해 11월에도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각각 175억 달러, 65억 유로(약 11조3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당시 발행한 50년물 채권은 지난해 미국 기술기업이 발행한 채권 가운데 만기가 가장 길었다.

    알파벳의 공격적인 채권 발행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를 위한 것이다. 알파벳은 올해 설비투자(CAPEX) 규모를 1850억 달러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지난 3년간 지출을 합친 것보다 큰 규모로, AI 전략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확충이 주요 목적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알파벳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라클은 지난주 채권 발행을 통해 250억 달러를 조달했으며, 주문 규모는 1290억 달러에 달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모간스탠리는 올해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의 차입 규모가 지난해 1650억 달러에서 4000억 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AI가 기존 소프트웨어 산업의 수익 모델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완화되며 지난주 급락했던 기술주를 중심으로 반등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