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출금·윤영호 조사 통일교 수사 속도전정치자금법 시효 임박…뇌물죄 적용 여부 핵심경찰 특수수사 경험 부족…수사 역량 한계 논란청장 직무대행 체제에…정치적 중립성 시험대
  • ▲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유엔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치고 귀국해 취재진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전재수 장관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유엔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치고 귀국해 취재진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전재수 장관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경찰이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하며 사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퇴한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비롯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다수 정치인의 이름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지만 당사자들은 모두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 만료가 임박하자 경찰은 관련 혐의 입증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공소시효가 더 긴 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특수수사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찰이 대형 정치 사건을 제대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수사가 길어지면 정치적 논란만 키울 수 있는 만큼 신속하고 투명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 법원 출석하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연합뉴스
    ▲ 법원 출석하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연합뉴스
    ◆ 윤영호 조사에 전재수 출금까지…여야로 번진 '통일교 수사' 가속도

    12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은 전날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접견 조사했다. 이어 12일 핵심 당사자인 전재수 전 장관,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 3명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이들에게는 정치자금법 위반 또는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이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금품의 '대가성' 여부에 따라 정치자금법 위반 또는 뇌물수수 혐의 적용이 갈릴 수 있는 만큼 윤 전 본부장의 특검 진술 내용과 구체적인 물증 소재지 확인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자금법 위반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2018년 발생한 사건은 올해 말 공소시효가 만료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뇌물죄는 금액과 범죄 구조에 따라 최대 15년까지 공소시효가 연장된다.

    법조계는 이 같은 공소시효 문제가 이번 수사의 핵심 변수라고 지적한다. 특검에서 경찰로 이첩된 자료에는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가 뒤섞여 있어 사건별로 공소시효가 이미 만료됐거나 임박한 사례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시효가 임박한 정치자금법 위반 대신 뇌물죄 적용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 전 본부장의 진술에 언급된 전재수 전 장관, 정동영 장관, 이종석 원장 등은 통일교 측과 접촉한 사실은 일부 인정하면서도 금품 수수 의혹은 전면 부인하고 있다.

    전재수 전 장관은 "불법적인 금품수수는 단연코 없었다"며 장관직에서 사퇴하기도 했다. 정동영 장관과 이종석 원장 역시 "만남은 있었지만 금품은 없었다"고 밝혔다.

    윤 전 본부장은 이들 3명 외에도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등을 특검 조사에서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까지는 추가 입건은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향후 수사 과정에서 피의지가 더 확대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경찰은 금품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정치인들에 대한 소환 조사도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기록과 법리를 검토하는 단계"라며 "수사가 진행된 뒤 출석 일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가 지난 7월 2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마련된 사무실 앞에서 현판 제막을 한 뒤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가 지난 7월 2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마련된 사무실 앞에서 현판 제막을 한 뒤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특수수사 경험 부족·정치권 눈치 우려…"편파수사 시비 차단해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이 여야 전반으로 퍼지면서 법조계에서는 경찰 수사의 독립성과 수사 역량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의혹은 김건희 특검팀이 윤 전 본부장 조사 과정에서 "통일교 측이 민주당 인사들에게도 금품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데서 시작됐다.

    그러나 특검은 이를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직접 수사하지 않고 뒤늦게 경찰로 넘겨 '편파수사'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문제는 경찰이 예상치 못한 시점에 대형 사건을 떠안게 됐다는 점이다. 통일교가 여야 100여 명과 접촉해 현안 해결을 청탁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정치권 전반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수사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현재 특별전담수사팀은 23명 규모로 사건 크기에 비해 인력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직접수사권은 확대됐지만 특수수사 경험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지적된다. 과거에도 경찰이 정치권이나 이른바 '살아 있는 권력'이 연루된 사건을 맡을 때 정치적 부담으로 인해 수사가 지연되거나 흐지부지됐다는 비판이 반복돼 왔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 같은 구조적 한계 속에 수사가 길어지거나 흐지부지될 경우 경찰이 또다시 '정권 눈치보기'라는 비판에 휘말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경찰이 이번 사건을 부실하게 처리하면 결국 '통일교 특검 도입' 여론이 커지고 경찰의 수사 역량과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다시 불붙을 것"이라며 "신속하고 투명한 수사로 편파 시비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사 환경 역시 녹록지 않다. 행정안전부 장관인 윤호중 장관이 현역 민주당 의원 신분으로 경찰 인사권과 치안 사무 지휘권을 갖고 있어 경찰 간부들이 정치적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여기에 경찰청장이 6개월째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며 조직의 독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