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충격 넘어 에이전트 충격"…AI가 인간 업무 대체하나오픈AI 대비 비용은 10분의 1…성능은 일부 앞서실리콘밸리, 중국산 모델로 '환승' 조짐…오픈AI 관련 종목 약세글로벌 기술패권 구도 흔들리나
  • ▲ 딥시크 관련 일러스트.ⓒ연합뉴스
    ▲ 딥시크 관련 일러스트.ⓒ연합뉴스
    중국 인공지능(AI) 기술이 다시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면서 '제2의 딥시크 쇼크'를 예고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중국 스타트업 문샷AI의 오픈소스 모델 '키미-K2-싱킹(Kimi-K2-Thinking)'이 그 중심에 섰다.

    이번 모델은 오픈AI의 '챗GPT'를 가격 면에서 압도했을 뿐 아니라 유사한 수준의 성능을 확보해 테크업계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일부 영역에서는 챗GPT를 능가하는 성능이 확인되자, 이미 실리콘밸리에서는 문샷AI 기반 모델로의 '환승' 흐름도 감지된다.

    14일(현지시각) CNBC 등 주요 외신은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키미-K2-싱킹의 훈련비용이 460만달러(약 70억원))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7일 공개된 이 모델은 'GPT-5'의 추정 훈련비용(약 1조원)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비용으로 제작됐다. 출력 비용(API) 또한 100만 토큰 기준 GPT-5 대비 최대 4배 저렴한 명실상부한 '가성비 AI'다.
  • ▲ 문샷AI 창업자 양즈린(33). 출처=바이두 갈무리ⓒ연합뉴스
    ▲ 문샷AI 창업자 양즈린(33). 출처=바이두 갈무리ⓒ연합뉴스
    지난해 중국 AI 기술의 존재감을 세계에 알렸던 중국 딥시크의 '딥시크-V3'가 "적은 비용으로도 쓸 만한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 제시 단계에서 끝났다면, 키미는 이 한계를 넘어섰다. 일부 벤치마크에서는 GPT-5를 추월하는 성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벤치마크 전문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의 '지능 순위'에서 키미의 새 모델은 67점을 기록해 'GPT-5(68점)'와 'GPT-5 코덱스(68점)'를 1점차로 따라붙었다.

    이전까지 2~3위를 점했던 '그록-4(65점)'와 '클로드 4.5 소네트(63점)'는 제쳤다.

    키미-K2-싱킹은 GPT를 비롯한 기존 언어모델과의 차별점으로 'AI 에이전트' 기능에 집중했다. 검색·설계·코드 실행·문제 해결 등 복잡한 절차를 인간의 개입 없이 200~300단계 연속 수행한다는 점에서 "인간이 원하던 형태의 AI"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도 성능은 GPT"라는 인식으로 AI 생태계를 호령했던 오픈AI로서는 뼈 아픈 대목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에 따르면 GPT의 글로벌 주간 활성 사용자(WAU)는 약 8억명, 그 중 유료 구독자는 2.5%에 불과한 2000만명이다.

    수익 구조는 취약하다. 뾰족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하면서 올해 상반기 회사의 손실은 78억달러(약 11조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문샷AI를 비롯한 중국 주요 AI 스타트업들은 내년도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 ▲ 오픈AI의 '챗GPT' 애플리케이션.ⓒ연합뉴스
    ▲ 오픈AI의 '챗GPT' 애플리케이션.ⓒ연합뉴스
    미국 IT업계에서는 이미 변화가 감지된다. 실리콘밸리 일부 스타트업과 개발자들이 오픈AI 대신 문샷AI 모델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진다.

    단순히 '싼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에이전트 기능의 효율성과 실행력, 작업 자동화 능력을 환승의 주요 이유로 꼽는 테크 전문가들의 리뷰가 속속 공개됐다.

    이러한 흐름은 실제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오라클·엔비디아·브로드컴·팔란티어 등 오픈AI 생태계 수혜주 중심의 기술주가 최근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저비용·고성능·오픈소스 모델이 빠르게 확산하면, 고비용 폐쇄형 모델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비슷한 성능의 AI를 무료 사용할 수 있다면, '돈 먹는 하마'인 오픈AI의 폐쇄형 모델들은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이다.

    딥시크 쇼크가 '새로운 가능성' 제시에 머물렀다면, 키미-K2-싱킹은 실제 시장을 움직이는 단계로 들어섰다.

    중국발(發) 저비용·고성능 AI가 본격 등장하면서, 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보유했던 엔비디아 지분을 전량 매도하고 오픈AI에 '올 인'을 선언한 가운데, 오픈AI를 중심으로 한 미국 AI 패권과 중국 AI 굴기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국면이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