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 2025 사건기자 세미나 개최전국 사건 기자 60여 명 제주도에 모여'자살예방 보도준칙 4.0' 후 방향성 논의
  • ▲ 5~7일 3일간 제주시 오션스위츠 제주호텔에서 '2025 사건기자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정혜영 기자
    ▲ 5~7일 3일간 제주시 오션스위츠 제주호텔에서 '2025 사건기자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정혜영 기자
    "지난 3년간 코로나 사망자보다 자살자가 더 많았어요."

    5일 제주시 오션스위츠 제주호텔에서 열린 '2025 사건기자 세미나' 현장.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공동 주최한 이번 세미나에서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같이 말하며 "국내 자살 문제의 심각성이 코로나19보다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다. 실제로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1월부터 2022년 말까지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은 3만2156명, 같은 기간 자살로 숨진 사람은 3만9267명으로 집계됐다.

    유 교수는 증가하는 자살률의 한 원인으로 '미디어'를 지목했다. 그는 "최근 청소년 자살이 늘고 있는데, SNS나 유튜브에서 투신을 생중계하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자극적인 보도와 모방 자살이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자살예방 보도준칙 4.0'의 중요성이 재차 강조됐다. 유 교수는 "기사 제목에 자살이나 그 의미를 직접 드러내는 표현 대신 사망, 숨지다 등의 표현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 ▲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5일 제주도에서 열린 2025 사건기자 세미나에서 '자살예방 보도준칙 4.0 발표, 그 이후 언론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정혜영 기자
    ▲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5일 제주도에서 열린 2025 사건기자 세미나에서 '자살예방 보도준칙 4.0 발표, 그 이후 언론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정혜영 기자
    보도에서 자살 방법·도구·장소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행위는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 교수는 "과거 최진실씨 사망 당시 언론이 자살 방법을 보도한 것이 최악의 사례"라며 "이런 보도는 모방 심리를 자극할 뿐 아니라 유가족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좋은 자살 예방 보도'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김소영 동아일보 기자가 제시했다. 김 기자는 "SNS를 모니터링 해보니 자살 은어가 쏟아지는 게 현실"이라며 "예컨대 동반자살의 경우 처벌과 단속을 피하기 위해 초성으로만 구성된 게시글이 올라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온라인에 자살을 부추기는 정보가 넘치지만 신고가 삭제로 이어지기 어렵고, 현행법상 법적 처벌 대상인데도 실질적인 차단이나 제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언론이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동욱 한국일보 기자는 자살 보도의 범위를 재정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의 <자녀 살해 후 자살: 비극을 기록하다>로 한국기자협회 제421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 기자는 "자녀 살해 후 자살은 동반자살이 아닌 명백한 범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살 보도 시 '자살은 가급적 보도하지 않는다'는 보도준칙을 지키되, 무조건적인 보도 회피 또한 답이 아니다"라며 "이 둘의 균형을 위해 사내외 전문가 자문을 받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 ▲ 5~7일 3일간 제주시 오션스위츠 제주호텔에서 열리는 2025 사건기자 세미나에 참석한 전국 언론사 사회부 기자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정혜영 기자
    ▲ 5~7일 3일간 제주시 오션스위츠 제주호텔에서 열리는 2025 사건기자 세미나에 참석한 전국 언론사 사회부 기자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정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