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서 김영남 사망 두고 北과 접점 찾기 분주 정동영 조의문·박지원은 "직접 조문 가겠다"총리 형은 "인민 사랑 생명처럼 여긴 지도자"野 "야당은 탄압, 북한에는 한없이 관대"
  • ▲ 2018년 9월 18일 평양 중구역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평양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면담에 앞서 당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김 상임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 2018년 9월 18일 평양 중구역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평양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면담에 앞서 당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김 상임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 김 씨 일가의 '충신' 김영남이 사망하자 여권 인사들이 그를 극찬하고 나섰다. 국무총리의 형인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인민을 사랑한 매혹적인 지도자'라고 김영남을 치켜세웠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조의문을,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 차원의 조문을 주장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영남은 지난 3일 사망했다. 다음날 북한 김정은이 직접 빈소를 찾아 조문했고, 장례는 국장으로 치러진다.

    야당에서는 김영남이 조의를 표하거나 국가적 조문을 할 만한 인물인지에 대한 반문이 나온다. 김영남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김 씨 일가를 보좌했다. 엘리트 외교관 출신으로 김 씨 일가의 '얼굴마담'으로 불렸다.

    북한의 상징적 국가원수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21년 가까이 맡기도 했다. 김 씨 일가의 신뢰가 두터웠던 것은 권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들에게 도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씨 일가 입장에서는 그들이 바라는 모범적 정치인 그 자체였다. 

    김영남은 2012년 김정일 사망 1주기 중앙추모대회에서 추모사를 담당했고, 12월 30일 김정은의 최고사령관 추대 1주년 중앙보고대회에 참석해 김정은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북한의 '대남 선전'과 '심리전'을 행동으로 옮기는 상징적 인물로, 북한의 화전양면전술의 '온건파' 역할을 맡았다. 2014년에는 아프리카 등을 돌며 유엔총회에 상정될 북한인권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져 달라고 요청했다.

    2018년에는 제23회 평창동계올림픽 고위급대표단 단장으로 한국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면담도 했다. 당시 경기를 관람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연출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은 5일 "김영남이라는 인물이 그렇게 체제 생존형 인물이라는 건 온 북한 사람들이 다 알 정도"라며 "일단 김 씨 일가에게 완전히 충성을 하고, 상황 판단을 정말 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력의 향배를 적어도 10년 먼저 읽는 그런 뛰어난 정치적 감각을 가진 인물이며 생존 본능이 대단히 뛰어나다"며 "언제 어떤 모습과 제스처를 취해야 언론에서 이걸 가지고 김정은의 그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을까. 이 상황 판단을 대단히 빨리 하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사망 소식에 정동영 장관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남북 직통 연락선에 북한이 응답하지 않는 상황에서 통일부 대변인을 통해 정 장관의 조의문이 공개됐다.

    정 장관은 "2005년 6월과 2018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평양에서 김 전 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해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북측 관계자 여러분께도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 최고 정보기관 수장을 맡았던 박지원 의원이 같은 날 오후 조문을 주장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과거 김대중 대통령 서거 때 북한에서 김기남 비서 등 조문 사절단이 오셨다"면서 "여건이 허락한다면 제가 김영남 위원장 조문 사절로 평양을 방문하겠다. 북한도 받아들이고 우리 정부에서도 박지원을 특사로 보내고 보내 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했다. 
  • ▲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 ⓒ뉴데일리DB
    ▲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 ⓒ뉴데일리DB
    김민석 국무총리의 친형인 김민웅 대표도 거들었다. 김 대표는 김영남에 대해 "기품과 겸허, 정중함과 정밀한 논리와 발언, 진지하고 진실한 음성, 인민에 대한 사랑을 자신의 생명처럼 여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성리학적 품격이 몸에 밴 선비 같은 자세를 지닌 북의 지도자, 세월을 거치며 굳건하게 위엄 있는 위상을 지킨 그 나라의 어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기회가 되었다면 깊은 이야기를 오래 오래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 매혹적이고 감동적인 지도자"라며 "정동영 장관이 조문 의사를 밝혔고, 박지원 의원이 조문특사를 하고 싶어 한다. 쉽지 않은 일들이나, 실현 여부를 떠나 그 조의의 마음은 한반도 전체의 현실과 미래를 위해 의미 있는 자취가 될 것을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야당에서는 김영남이 조의를 표하거나 국가적 조문을 할만한 지도자냐고 반문한다. 정작 같은 나라의 야당을 '극우'로 부르며 없애야 할 적으로 표현하면서, 인권 탄압에 앞장선 북한 인사들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모습을 보인다며 극단적인 친북 성향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현직 통일부 장관과 전직 국가정보원장이 북한과 접촉하지 못해 안달이고, 총리 형은 생각이 다른 국민을 향해서는 입에 담지 못할 비난과 공격을 한다"면서 "그러나 김 씨 일가 정권 옹위에 일생을 바친 사람에게는 어쩌면 저렇게 따뜻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상적인 국가의 지도자들이라면 북한 인권을 탄압한 김 씨 3대 세습 왕조를 무너뜨리자고 해야 정상"이라며 "하지만 이재명 정권 사람들은 아첨하기 바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