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현 '옥수수밭 땡볕이지', 김정윤 '극동아시아 요리 연구' 우수상 영예경쟁률 58.3대 1 기록…대상 3000만원, 우수상 1000만원 상금
  • ▲ 왼쪽부터 김정윤 작가, 이용훈 작가, 박정희 국립극단 예술감독, 윤미현 작가.ⓒ국립극단
    ▲ 왼쪽부터 김정윤 작가, 이용훈 작가, 박정희 국립극단 예술감독, 윤미현 작가.ⓒ국립극단
    이용훈 극작의 '모노텔'이 국립극단의 2025년 창작희곡 공모 대상을 수상했다. 

    국립극단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2025년 창작희곡 공모 수상작 3편을 시상했다. 우수상은 윤미현 극작의 '옥수수밭 땡볕이지'와 김정윤 극작의 '극동아시아 요리 연구'에 돌아갔다.

    올해 2회차를 맞은 공모는 경쟁률 58.3대 1을 기록하며, 신청작 175편 중 대상작 1편과 우수상작 2편이 국립극단 창작희곡 공모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선정됐다. 지난 6월부터 90여 일 동안 진행된 심사에서 18편이 심사위원 추천작으로 특선했으며 최종 본심에는 6편의 작품이 올랐다. 

    대상에는 3000만원, 우수상에는 각각 1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총 5000만원을 수상하는 국내 최대 상금 규모의 미발표 희곡 공모다. 관객들은 내년 2월에 출판되는 희곡선으로 수상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3편 모두 낭독공연의 형식으로 내년 명동예술극장 무대에도 오를 예정이다. 

    대상작 '모노텔'은 내년 낭독공연과 작품 개발 과정을 거쳐 후년도 국립극단 라인업으로 편성돼 명동예술극장에서 관객 앞에 선다. '모노텔'이라는 낡은 모텔을 배경으로 머물다 떠난 흔적들을 따라 파편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작품이다.

    청소원과 프런트직원, 중년의 동성 연인, 조선족 부부, 알코올중독자, 침대 밑에 버려진 아기 등 다양한 인물군을 비추며 희곡은 극단적인 고독과 단절된 언어, 사회적 침묵의 지층을 드러낸다.

    '모노텔'를 쓴 이용훈 작가는 2023년 국립극단 창작희곡 개발 사업에 '오함마백씨행장 완판본'으로 당선되면서 연극 무대에 데뷔했다. 건설 현장의 잡부 때로는 물류창고 상하차 일을 하며 희곡과 시를 쓰는 이 작가는 시집을 구매하러 찾은 중고서점에서 우연히 희곡집 '베르나르 알바의 집'을 읽고 희곡 쓰기를 시작했다.

    시상식에서 이용훈은 "국립극단에서 수상 연락을 받았을 때 저도 모르게 울음이 터졌다"며 "제가 쓴 이 희곡은 국립극단의 창작희곡 공모로 발굴한 '만선', '가족' 등을 비롯해 그 앞선 한국 희곡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 희곡을 써주신 작가님들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수상의 '옥수수밭 땡볕이지'는 부조리한 한국 노동사를 그린다. 열심히 '일'했던 세대, 그 이전 세대의 부모가 그랬듯 그 아이들도 공장에 나간다. 열심히 일하지만 생활은 별반 나아지지 않는 기현상, 가족 드라마의 형식을 빌려 연극보다 더 극적인 현실에 질문을 던진다. 

    '극동아시아 요리 연구'는 2인극으로 기억을 복원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한 요리 복원 연구가가 실종된 옛 연인이 개발한 콘솔 게임을 손에 넣게 되면서 기억의 저편을 깨우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희곡은 게임과 현실을 오가며 기억과 복원이라는 상징을 뻗쳐낸다.

    심사위원회는 "희곡은 세상에 대한 대답이자 세상을 향한 질문이다. 동일한 세상을 딛고 서 있어도 작가마다의 질문과 대답은 다르게 드난다. 이번 2025 국립극단 창작희곡 공모에 모인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세상과 마주하는 동시대 작가들 저마다의 태도와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총평했다.

    이어 "여성, 퀴어, 환경, 예술, 역사 등 지금 우리 곁에 놓인 주제들을 향한 성찰이 있었고, 전통적 구조를 치밀하게 따라가보려는 작품도, 낯선 실험으로 희곡의 새로운 길을 모색한 작품도 있었습니다. 이번 공모는 그 다채로운 가능성들을 함께 마주할 수 있었던 소중한 자리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