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레베스트니크 시험 발사는 핵실험 아냐""美 핵실험 하면 우리도…미국, 뉴스타트 진전 없어"
  • ▲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251016 ⓒ연합뉴스
    ▲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251016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실험 재개를 지시한 데 대해 크렘린궁은 30일(현지시각) 러시아도 같은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타스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부에 내린 지시와 관련해 "미국은 주권 국가로서 주권적 결정을 내릴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밝힌 입장을 상기시키고 싶다"며 "누구든지 (핵실험) 유예를 위반할 경우 러시아는 동등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핵무기 실험을 재개할 경우 러시아도 재개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또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부레베스트니크 실험을 다른 국가가 실시한 핵실험으로 언급한다면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핵실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26일 러시아는 핵 추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군복을 입고 성공을 발표하면서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무기"라고 과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핵실험 재개 지시는 러시아를 겨냥한 발언으로도 해석됐다. 크렘린궁은 이를 부인한 것이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내년 2월 만료를 앞둔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 뉴스타트)를 1년간 연장하자는 러시아의 제안에 대해 미국이 응답하지 않고 있는 점도 들며 "미국으로부터 실질적인 제안은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이야기할 만한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뉴스타트 연장과 핵무기 실험 재개는 "주제가 약간 다르다"고 짚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부레베스트니크 개발이 불가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레베스트니크 같은 시스템에 대해 러시아 지도부가 반복해서 밝혀왔듯이 그 개발은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러시아는 국가 전략 억제력과 자산의 효과와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우리나라는 미사일 방어 분야에서 점점 더 불안정을 초래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의 행동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SNS 트루스소셜에 "미국은 그 어떤 국가보다도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핵무기 실험을 시작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는 2위, 중국은 한참 뒤진 3위지만 5년 내로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며 "다른 국가들의 핵실험 프로그램에 대응해 전쟁부(국방부)에 동등한 기준의 핵무기 실험을 시작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은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미국 의회도서관에 따르면 미국은 1992년 핵폭발 실험을 중단해 왔다. 마지막 핵실험은 1992년 9월 네바다에서 수행됐다.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당시 대통령이 같은 해 지하 핵실험 중단(모라토리엄)을 선언했고, 지금까지 유지됐다.

    중국은 1996년, 러시아는 1990년 이후 핵실험을 한 바 없다. 다만 핵 운반 능력 현대화는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이지만, 핵실험을 금지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은 하지 않았다. 핵실험에 나설 경우 조약을 위반하는 건 아니지만, 국제적 비난과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