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재판 재개 공방 재점화 … "이론적으로 그렇다" 발언 파장학계 해석 3파전 팽팽 … 재판부의 기일 재지정 여부 주목
  • ▲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20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고등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20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고등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서울고등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을 임기 안에 재개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밝히면서 멈춰선 재판 시계가 다시 돌 지가 정국의 새 쟁점으로 부상했다. 해당 사건은 대법원이 지난 5월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기일 추후지정'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재판 재개가 사실상 힘들고 '이론'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면서도, 정치적 지형에 따라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국감 한복판에서 튀어나온 한 마디 … "이론적으로 그렇다"

    지난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정부 중에도 언제든지 재판 기일을 잡아 진행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은 이에 "이론적으로 그렇다"고 답했다. 더욱 관심을 끈 대목은 다음 부분. 그는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재질의에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직 대통령은 헌법 84조에 따라 소추받지 않는데 재판 진행이 가능하다는 취지냐"고 따져 묻자, 김 원장은 "현실 재판을 지시한 발언이 아니다"라며 "이론적으로는 소추에 재판이 포함된다는 견해도 있고, 포함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고 선을 그었다. 원론적 설명이었지만, 정치권은 즉각적인 해석 싸움에 돌입했다.

    핵심은 헌법 84조의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에서 말하는 '소추'의 범위다.

    재판 가능론은 '소추'를 검사의 기소·공소유지 행위로 한정하고, 재판은 법원의 고유 권능이므로 재직 전 시작된 사건의 심리는 임기 중에도 가능하다고 본다.

    재판 불가론은 '소추'에 공소유지와 공판 진행이 사실상 포함되므로, 대통령의 직무 안정 취지상 임기 중 재판도 멈춰야 한다는 해석이다.

    절충·절차론은 법원이 기일을 열어 절차를 개시하되, 다툼이 있으면 헌법재판소 권한쟁의·가처분으로 정리하자는 입장이다.

    파기환송심의 성격 또한 중요하다. 대법원이 법리를 제시해 되돌린 사건인 만큼, 심리는 통상적으로 쟁점이 정리된 범위 안에서 비교적 신속히 진행될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현 재판부는 대통령 당선 이후 기일을 무기한 연기했다. '기일 추후지정'은 재판부가 다시 지정할 때까지 사실상 심리를 멈추는 효과를 낳는다.
  • ▲ 법원 ⓒ뉴데일리 DB
    ▲ 법원 ⓒ뉴데일리 DB

    ◆법조계, 재판 운용 3가지 시나리오 … 관건은 '84조 해석'과 재판부 결단

    법조계는 이 대통령 재판에 대해 세 갈래의 실무 시나리오가 점쳐진다고 바라보고 있다. 

    우선은 재판 기일을 다시 정한 뒤 제한 범위에서 심리를 여는 방안이 거론된다. 검사의 공소 유지는 서면 중심으로 최소화하고, 법원은 증거정리·변론 정리에 무게를 두는 방식이다. 대통령 출석도 필요 최소 한도로 조정해 재판 부담을 덜겠다는 구상이다.

    기일을 지정하면서 동시에 헌법재판소 판단을 구하는 길도 있다. 당사자가 권한쟁의와 가처분을 신청하면, 헌재가 임시 기준을 제시해 법원의 운신 폭을 명확히 할 수 있다. 재판은 진행하되 헌법 해석의 가이드라인을 신속히 확보하자는 취지다.

    현 상태인 '추후 지정'을 유지하는 선택지도 남아 있다. 다만 이 경우 심리 장기화로 인한 사법 불신, 증거 악화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김 교수는 "현실 가능성이 높은 것은 결국 '추후지정'이 유지되는 것"이라며 "법리적으로는 충분히 재판 재개가 가능하지만 대통령 신분의 피의자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사법부에 여러 부담이 되기 때문에 재판부가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재판 재개는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정치권의 지형이 바뀔 경우 사법의 시계는 언제든 돌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사법부 수장이 '정치'가 아닌 '법의 준수' 원칙을 밝히고 나설 경우 상황은 언제든 돌변할 수 있다"며 "사법부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재판 재개 움직임만 보여도 정국은 요동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