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도주·증거인멸 소명 부족"데이터 삭제 등 증거인멸 주장에도 기각한덕수 전 총리 이어 연이어 신병 확보 실패
  • ▲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뉴데일리 DB
    ▲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뉴데일리 DB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가담' 혐의를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앞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이어 박 전 장관의 영장까지 연이어 기각되면서 내란특검팀의 수사에도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김건희 특검과 관련해 양평 공무원 사망 사건으로 과잉 수사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내란특검의 구속 영장마저 연쇄 기각되면서 특검의 존재감 자체에 대한 논란과 위상 추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박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의 상당성(타당성)이나 도주·증거인멸 염려에 대해 소명이 부족하다"며 15일 새벽 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의자가 위법성을 인식하게 된 경위나 인식한 위법성의 구체적 내용, 객관적으로 취한 조치의 위법성 존부나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수사 진행, 피의자 출석 경과 등을 고려하면 도주·증거인멸의 염려보다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앞선다"고 덧붙였다.

    앞서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지난 9일 박 전 장관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장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선포를 막지 못하고 공모·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단순히 계엄을 방조한 것을 넘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순차적으로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박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로 돌아와 간부 회의를 소집했다. 당시 회의에는 법무부 실·국장 등 10명이 모였는데, 이 자리에서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날 심사에서 230쪽 분량의 의견서와 120장 분량의 PPT 자료 등을 토대로 구속 수사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심사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내란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으며 법무부 장관으로서 통상적인 업무 수행을 했을 뿐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취지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사건을 검토한 법원은 사실상 혐의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과 함께 영장을 기각하면서 박 전 장관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로써 내란특검팀의 수사에도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검팀은 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특검의 영장이 연이어 기각되면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등의 수사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국회에서의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관련해 내란 공범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특검의 과도한 수사라고 반발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장관이 직접 계엄 선포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후속 지시를 한 혐의에 대해 영장이 기각돼, 국민의힘의 반격이 예상된다. 

    더욱이 김건희 여사 일가가 연루된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민중기 특검팀에서 조사받던 양평군 공무원의 사망으로 '상복 최고위원회의'까지 열만큼 공세를 가해온 국민의힘은 특검의 존재 자체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