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조희대 대법원장 국감장 불러 90분 동안 '자리 강요'曺, 국감 종료 직전 돌아와 李 대통령 선거법 판결 관련 작심 발언여당 주장에 "언급된 사람들과 사적 만남·대화 없었다""李 대통령 판결 관련 불신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국정 감사 시작 모두 발언선 "정의와 양심 벗어난 적 없다""법치국가, 법관 증언대 세운 예 찾기 어려워" 불만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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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설전을 지켜보며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자신을 국회로 불러 90여분 동안 찍어 누른 여당을 향해 국정 감사 종료 직전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 선거법 판결에 대한 불신에 안타깝다.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며 작심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는 법언이 있다"며 정치 공세에 대해 할 말이 많지만, '법의 집행'을 통해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조 대법원장이 이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과 관련한 여당의 공격에 대해 개인적 심경을 표현한 것은 처음이다.조 대법원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감 종료 전인 13일 자정께 국회를 찾아 마무리 발언을 통해 "많은 위원님께서 지적해 주신 전원합의체 사건 재판을 둘러싼 의혹에 관해 말씀드리겠다"며 판결과 대법원을 향한 공격에 상세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조 대법원장은 먼저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이 지적한 이른바 '사적 만남'과 관련해 분명한 어조로 못을 박았다.그는 "저의 개인적 행적에 대해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이미 법원행정처 공보관을 통해 사실이 아님을 밝힌 바 있다. 같은 취지에서 일부 위원님들 질의에 언급된 사람들과 일절 사적인 만남을 가지거나 해당 사건에 대한 대화나 언급을 한 사실이 없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말한다"고 설명했다.조 대법원장은 특히 이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 파기 환송 판결에 대해 여당이 '대선 개입' 운운하는 상황을 읍소하듯 반박했다.그는 "신속한 심리와 판결 선고의 배경에 관해 불신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개인적으로는 이와 관련한 불신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도 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조 대법원장은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구체적인 판결 상황을 말할 수 없는 이유를 '법적 근거'를 들어 조목조목 설명했다. "재판의 심리와 판결의 성립, 판결 선고 경위 등에 관한 사항은 사법권독립을 규정한 '헌법 제103조', 합의의 비공개를 규정한 '법원조직법 제65조' 등에 따라 밝힐 수 없는 사항"이라는 것이다.그러면서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라는 오랜 법언이 있다. 이 재판은 12명의 대법관이 심리에 관여한 전원합의체에서 이뤄졌고, 그 전합에서 심리되고 논의된 판단의 요체는 판결문에 모두 담겨있다"며 '판결로 말한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
- ▲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13일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위원장에게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석을 요구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옆에서 참담함에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조 대법원장은 "판결문에 드러나는 내용만이 공적인 효력이 있고, 대법원장이라고 하더라도 전합 구성원의 1인에 불과한 이상 판결 이외의 방법으로 의견을 드러낼 수는 없다"고 전제한 뒤, "법관으로 재직해 오며 재판절차와 판결의 무거움을 항상 유념하여 왔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 법관이 이를 한층 더 느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대법원을 둘러싼 공격들에 대한 심정을 토로했다.최근 일선 판사들을 둘러싼 일련의 불미스러운 논란에 대해서는 "법관이 일상생활에서도 법관윤리강령을 준수하고 처신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법관연수 등 가능한 방법으로 법관으로서의 윤리를 마음에 새기고 실천할 수 있도록 사법부 분위기를 조성하고, 법관 윤리에 반하는 행동을 예방하는 데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이에 앞서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10분께 국정 감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관례대로 인사말만 한 뒤 자리를 뜨려다가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이 위원들의 질문을 받으라고 요구하자 90여분 동안 침묵으로 자리를 지켰다.추미애 법사위원장은 특히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허가하지 않은 채 참고인 신분으로 의원 질의를 듣도록 하기까지 했다. '조희대·한덕수(전 총리) 회동설'을 제기했던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국감장에서도 증거를 대지 않은 채 "한덕수와 만난 적이 있느냐"고 다그쳤다.질의와 고성이 오가는 동안 침묵을 지키던 조 대법원장은 오전 11시 40분 정회 시간에 국감장을 떠났다가 자정 직전 국감장에 돌아와 발언을 쏟아냈다.추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을 마친 이후에도 또 다시 조 대법원장을 향해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한 뒤 "이재명 대통령의 사건 기록을 언제 봤냐"고 다그쳤다.법사위원들은 오는 15일 직접 대법원을 찾아 현장검증 하는 형식으로 두 번째 대법원 국감을 진행할 예정이다. -
- ▲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정회가 선언되자 법사위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이종현기자
한편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국정감사 모두 발언을 통해 "사법부를 둘러싼 작금의 여러 상황에 대해서는 깊은 책임감과 함께 무겁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그는 "취임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 왔으며 정의와 양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한 어조로 밝혔다.그러면서 "법치국가에서 재판 사항에 대해 법관을 감사나 청문의 대상으로 삼아 증언대에 세운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대법원장으로서 국감의 시작과 종료 시에 출석해 인사 말씀과 마무리 말씀을 했던 종전의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조 대법원장은 "저에 대한 증인 출석요구는 계속 중인 재판에 대한 합의 과정의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국감은 계속 중인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와 사법권의 독립을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 제103조', 합의의 비공개를 규정한 '법원조직법 제65조' 등의 규정과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다"고 현 상황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그는 "삼권분립 체제의 법치국가에서는 재판 사항에 대해 법관을 감사나 청문의 대상으로 삼아 증언대에 세운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전제, "우리 국회도 과거 대법원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 필요성에 관한 논란이 있었을 때에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을 존중하는 헌법정신과 가치를 확인하는 취지의 관행과 예우 차원에서 그 권한을 자제하여 행사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