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추석 가정폭력 신고건수 5000여건 … 일평균 1000여건 올해 추석 최장 10일 연휴 … 경찰도 긴장감국회, 교제폭력 등 관계성 범죄 근절 입법 논의
  • ▲ 경찰. ⓒ뉴데일리 DB
    ▲ 경찰. ⓒ뉴데일리 DB
    최근 관계성 범죄가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가정폭력·교제폭력이 급증하는 추석 연휴를 맞아 경찰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매년 명절 연휴에는 가정폭력 등 관계성 범죄가 늘어난다. 이는 장기간 떨어져 살던 가족과 친·인척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갈등이 폭발하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곤 한다.

    명절 준비비용이나 용돈으로 인한 경제적 스트레스가 늘어나는 것, 연휴에 음주가 늘어나는 것도 주된 이유로 지목된다. 늘어나는 신고건수에 대해 검거·처벌 건수는 낮다.

    연휴에 발생하는 관계성 범죄의 대부분이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 폭행이나 모욕, 명예훼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진한 대응로 강력범죄로 이어지거나 범죄가 반복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경찰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6일 간 경찰에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건수는 4979건이다. 올해 1월 경찰에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건수 2만909건 중 24%가 설 연휴 6일에 집중됐다. 

    지난해 추석 연휴 5일 간에도 총 5246건의 가정폭력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이는 일평균 1049건에 해당한다. 일평균 937건이 접수된 2023년 추석 연휴 대비 12% 가량 신고 건수가 늘어났다. 

    ◆지난해 추석 일평균 가정폭력 60% 늘어

    명절 연휴에 접수된 일평균 가정폭력 신고건수를 연도별로 보면 ▲2020년 설 863건 ▲2020년 추석 874건 ▲2021년 설 844건 ▲2021년 추석 844건 ▲2022년 설 818건 ▲2022년 추석 915건 ▲2023년 설 891건 ▲2023년 추석 937건 ▲2024년 설 846건 등으로 집계된다. 경찰은 지난해 기준으로 추석 명절 기간 평일에 비해 일평균 가정폭력이 62.3%, 교제폭력이 30.5% 급증한 것으로 파악했다. 

    올해는 개천절인 10월 3일부터 한글날인 10월 9일까지 연휴가 이어지고 10월 10일에 연차를 사용할 경우 최장 10일까지 연휴가 이어지는 만큼 경찰에서도 관계성 범죄 예방에 신경을 쏟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관계성 범죄가 살인 등 강력범죄로까지 이어진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경찰안팎으로 대응정책을 재정비하고 고도화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관계성 범죄의 대부분은 폭행이나 모욕, 명예훼손 사건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피해를 당하고도 고소를 하지 않거나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경찰에서도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범행이 반복될 경우 경찰은 스토킹처벌법 적용을 검토하지만 스토킹처벌법상 스토킹의 범죄 성립요건이 높다는 점과 범죄의 대부분이 실내에서 발생해 증거수집이 어렵다는 점 등으로 인해 이 역시 경찰 개입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명절기간 늘어나는 가정폭력 신고건수에 비해 검거·처벌 건수가 낮은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기간 가정폭력으로 검거된 인원은 207명에 불과했다. 신고건수 대비 검거 건수는 4.1%다. 

    경찰도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8월 관계성 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종합대책에 따라 경찰은 우선 가해자를 대상으로 전자발찌·유치·구속을 신청해 적극적으로 격리하고 접근금지 처분을 받은 재범 고위험군 주변에 기동순찰대를 집중적으로 배치해 재범 의지를 차단하도록 했다.

    또 접근금지 위반 여부를 자동으로 인식해 경찰에 통지되도록 하는 앱도 개발하고 있다. 피해자 보호 체계도 강화됐다. 가해자 제재조치 또는 구속영장이 기각되거나 격리 기간이 종료된 경우 경찰은 피해자 점검을 의무화한다. 

    경찰은 지난달 28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관계성 범죄 재범 우려가정과 고위험 대상자 등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연휴에 늘어나는 주취자 등의 폭력에도 필요한 경우 '공공장소 흉기소지죄'를 적극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위험성 발견되면 개입 필요" … 국회도 입법 논의

    전문가들은 경찰이 관계성 범죄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스토킹처벌법과 가정폭력처벌법,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을 개정해 관계성 범죄 우려가정과 고위험 대상자에 대해서는 경찰이 현장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지적이다.

    한 경찰학과 교수는 "사건이 발생하고나서는 이미 늦은 것"이라며 "위험성이 발견되면 경찰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이라고 강조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교제폭력 등 관계성 범죄의 특성과 위험성을 명확히 반영할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며 피해자가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힐 때 피해자 전담 경찰관의 상담을 거쳐 진정한 의사인지 다시 확인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입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9일 교제폭력 근절 관련 2개 법안(스토킹처벌법·스토킹방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스토킹방지법의 제명을 '스토킹·교제폭력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변경하고 스토킹처벌법에 교제폭력 행위의 정의(定義)를 추가했다. 또 긴급을 요하는 사건인 경우 경찰이 당사자를 대상으로 긴급응급조치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전자장치 부착 등 잠정조치 수단도 확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