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공모 당선작까지 확정됐지만 계약금·상금 지급 막혀서대문구청 "법 절차 위반한 발목잡기"…의회 "집행부 견제"반복된 갈등에 주민 피해 현실화…20년 숙원사업 또 표류
  • ▲ 홍제역 일대 역세권 활성화 사업 조감도 ⓒ서대문구
    ▲ 홍제역 일대 역세권 활성화 사업 조감도 ⓒ서대문구
    서울 서대문구 홍제역 일대 역세권 활성화 사업이 또다시 좌초 위기에 몰렸다. 

    구의회가 관련 예산 30억 원을 전액 삭감하면서 이미 완료된 설계공모조차 계약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구의회가 법적 절차까지 어겨가며 주민 숙원 사업을 멈추게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 제309회 임시회 2차 추경에서 서대문구의회는 예산안을 자체 수정해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홍제역 일대 역세권 활성화 사업과 관련된 ▲현상설계공모 당선작 계약금과 상금 ▲통합심의 용역비 ▲주민대표회의 운영비 등 총 30억 원이 한꺼번에 삭감됐다. 

    해당 사업은 설계공모 당선작까지 확정된 상태지만 계약금과 상금 지급이 막히면서 사실상 추진이 어려워졌다.

    구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비용 지급을 못해 기존 당선작을 사용할 수도, 새로운 설계공모를 진행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앞서 뉴데일리는 지난 7월 1차 추경에서도 구의회가 홍제역 사업을 포함한 구비 135억 원을 삭감한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당시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차 추경은 민생회복쿠폰 예산에 집중했다며 삭감한 예산은 2차 추경에서 반영할 수 있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관련 예산은 이번에도 배정되지 않았다.

    구청은 "지방자치법 제142조는 예산 증액이나 항목 신설 시 반드시 구청장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 의회의 처리는 명백한 절차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구의회는 "홍제역 일대 재개발 사업 예산 증액이 무산되자 구청장은 예산안 전체를 부동의했다"며 "역점 사업 불발에 민생예산 전체를 포기해버린 것에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대문구와 구의회 간 갈등의 근본 배경은 정치적 대립 구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집행부는 국민의힘 소속 이성헌 구청장이 이끌고 있고 구의회는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한다. 

    서대문구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해 말 본예산 심사 과정에서는 예결위 합의를 무시한 채 수정안을 기습 통과시켜 날치기 처리 논란을 빚었고 이후에도 임시회 소집 요구를 거부해 의회 공백 사태가 이어졌다. 구청은 의회를 인정할 수 없다며 직원들을 본회의장에서 전원 철수시키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구청은 일련의 사례들을 두고 "정치적 계산에 따른 발목잡기"라고 반발하지만 구의회는 "집행부 견제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홍제역 인근 상인 한 명은 "정치 싸움 때문에 개발이 미뤄지면 결국 피해는 주민과 상인이 떠안는다"며 "20년 넘게 끌어온 숙원 사업을 이번에도 놓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