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출신 데얀, K리그 명예의 전당 입성보고 싶은 선수로 수원의 염기훈 지목2018년 수원에서 데얀과 염기훈 한솥밥, 우정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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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U-23 대표팀 염기훈 코치가 28일 안양과 광주의 K리그1 31라운드 현장에 방문해 선수들을 파악하고 있다.ⓒ뉴데일리
K리그 최고의 더비는 무엇일까. 단연 '슈퍼매치'다.K리그 '명가'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라이벌전. 한국 축구의 시선이 집중됐던 빅매치. 항상 엄청난 관중이 모여 서로를 비난하며 열기를 높였던 K리그의 상징적 무대.수원이 2부리그로 떨어지면서 최근 '슈퍼매치'가 열리지 못하고 있지만, 그 상징성은 꺼지지 않았다. 수원이 1부리그로 오면 다시 그 뜨거운 빅매치가 열릴 수 있다. 그때를 기다리며.가장 치열한 라이벌 팀. 선수들은 라이벌과 친해질 수 있을까. 그런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서울의 '전설'과 수원의 '전설', 둘의 '아름다운 브로맨스'다.서울의 전설은 데얀이다. K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외국인 공격수. 서울의 황금기를 이끈 킬러. K리그 최초로 3회 연속 득점왕에 올랐고, 198골로 외국인 득점 역대 1위다. K리그에서는 이동국(228골)에 이은 역대 2위. 많은 설명이 필요없는 전설 그 자체다.수원의 전설은 염기훈이다. 수원의 상징과 같은 존재. 어시스트에 관해 염기훈을 따라올 자는 없다. K리그에서 어시스트는 곧 염기훈. 그는 통산 도움 110개로 1위다. 압도적 1위다. 2위가 이동국의 77개다.서울의 '붉은 데얀'과 수원의 '푸른 염기훈'의 브로맨스는 아름답다. 서울과 수원의 상징으로서 치열하게 싸웠다. 그리고 2018년 데얀이 서울을 떠나 수원의 유니폼을 입었다. 충격적 이적이었다. 내부 사정이 있었겠지만, 그렇게 피터지게 싸웠던 두 전설이 수원에서 만났다.수원에서 이들의 브로맨스는 더욱 진해졌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함께 겪은 친구가 더 돈독하다고 한다. 데얀과 염기훈이 그랬다. 내리막길을 타던 수원에서, 전성기가 지난 두 전설은 마지막 힘을 내며 팀을 이끌었다. 그렇게 라이벌 관계에서 진정한 친구가 됐다.지난 16일 서울 종로구의 아산정책연구원. 이곳에 데얀이 등장했다. 이곳에서는 '제2회 K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식'이 열렸고, 데얀은 외국인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헌액식이 끝난 후 데얀에게 가장 보고 싶은 친구들을 물었다. 그러자 데얀은 "나는 팀 동료들을 너무 좋아했다. 그들과 함께 뛰는 것에 기쁨을 느꼈다. 선수에서 은퇴한 후 지도자로도 잘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니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그리고 꺼낸 이름이 차두리, 기성용, 이청용, 박주영이. 서울 황금기를 함께 했던 동료들. 서울 전설에 최적화된 선택지였다.데얀은 여기서 끝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 명'의 이름을 더 불렀다. 바로 염기훈이었다. 서울 출신이 아닌 선수 중 유일하게 언급한 이름이다. 데얀은 "수원에서 함께한 염기훈도 보고 싶다"고 말했다.이 '진심'에 염기훈이 화답했다.염기훈은 현재 한국 U-23 대표팀 코치다. U-23 대표팀은 내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한 상태다. 염 코치는 대회 준비에 바쁘다. 기존 선수 점검, 새로운 선수 발굴 등 코치는 항상 바쁘다. 염 코치가 매 라운드 K리그 현장을 누비고 있는 이유다.28일 FC안양과 광주FC의 K리그1 31라운드가 열린 안양종합운동장. 염기훈이 모습을 드러냈다. 염 코치의 담당 경기였다.열심히, 그리고 매서운 눈으로 선수들 파악에 나선 염기훈. 하프타임 때 그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데얀의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데얀이 보고 싶은 선수로 염기훈의 이름을 꺼냈다고 하자, 그도 놀랐다."데얀과는 가끔 연락하고 있다. 명예의 전당 축하한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 자리에서 내 이름을 꺼냈다니, 정말 고맙다. 나를 언급하는 건 생각도 하지 못했다. 나도 놀랐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좋다."염기훈은 데얀의 명예의 전당 입성이 당연하다고 확신했다."당연하다. 3년 연속 득점왕에 외국인 최다골, 역대 2위 득점자다. 외국인이라고 해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다. 데얀은 K리그에서 그 어떤 선수보다 임팩트가 강했다." -
- ▲ 염기훈과 데얀은 수원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우정을 키웠다.ⓒ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수원의 유니폼을 입고 서울 유니폼을 입은 데얀을 상상하니, 지금도 아찔하다."경기장 안에서는 치열했다. 상대로 만났을 때 데얀은 너무 무서운 선수였다. 슈퍼매치가 열리는 날에는 정말 부담이 많이 됐다. 데얀은 부담이 되는 선수다. 여차하면 골을 넣는다. 막으려고 해도 쉽게 막지 못하는 선수였다. 데얀을 컨트롤하려고 해도 생각하지 못한 타이밍에 슈팅을 해서 골을 넣었다. 박스 안에서는 절대 방심할 수 없는 공격수다. 상대로는 너무 부담스럽고 힘들었다."2018년 수원에서 만났을 때 데얀은 37세, 염기훈은 35세였다. 베테랑 둘은 서로에게 의지했다."우리가 수원에서 만났을 때는 나이가 많았을 때였다. 그래서 더 든든했다. 수원이 힘든 시기에 데얀이 왔고, 힘들 때 골을 넣어줬다. 서로 힘든 상황에서 서로 의지를 했다. 박스 안에 데얀이 있으면 골을 넣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선수로 같이 하면서 많은 대화를 했다. 데얀은 공격수고 나는 어시스트를 많이 했다. 서로의 움직임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했다. 힘든 시기에 수원에 함께 있어서 더 애틋하다."염기훈과 데얀의 브로맨스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두 선수 모두 현역에서 은퇴했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그들이 할 일은, 하고 있는 일은, 진심으로 서로를 응원하는 것이다."데얀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것을 보고, 솔직히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세월이 많이 지났다. 과거 축구를 재밌게 했다. 황금기를 같이 보낸 선수다. 데얀을 보면서 부럽기도 했다. 우리 시대 선수들, 또래를 보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나와 같이 지도자를 하는 이도 있다. 다음 행보에서도 선수 때와 같이 임팩트를 남길 수 있을지 고민이다. 선수 때처럼 지도자로도 성공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쉽지 않다. 나 역시 많이 배우고 있다. 나도 데얀도 서로를 응원해 줘야 하지 않을까. 서로 응원할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