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26', 제로클릭·필코노미 등 10대 키워드 제시"최후의 승자, AI에 현명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
  • ▲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트렌드 코리아 2026'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2026 소비 트렌드를 설명하고 있다.ⓒ미래의창
    ▲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트렌드 코리아 2026'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2026 소비 트렌드를 설명하고 있다.ⓒ미래의창
    "인공지능(AI)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인간의 역할이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트렌드 코리아 2026'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2026 소비 트렌드를 공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내년의 가장 중요한 소비 트렌드 키워드로 'AI'와 더불어 '인간다움'을 꼽았다.

    그는 AI가 불러온 변화와 이에 대응하는 인간의 반응을 두 개의 축으로 삼아 내년 소비 시장을 전망했다.

    이에 따라 '트렌드 코리아 2026'은 내년 소비 트렌드 키워드로 △휴먼인더루프 △필코노미 △제로클릭 △레디코어 △AX조직 △필셀라이프 △프라이스 디코딩 △건강지능 HQ △1.5가구 △근본이즘 등 10가지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모든 것을 휩쓸고 압도하는 하나의 강력한 동인이 바로 AI"라고 설명하며 제로클릭, AX조직 등의 키워드가 AI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레디코어, 라이프디코딩 등은 간접적으로 AI의 영향을 받는 키워드로 분류했다.

    김 교수는 "AI 발달의 대척점에 굉장히 인간적이고 근본적인 것들을 강조하는 키워드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최후의 승자는 가장 빠른 기계를 가진 자가 아니라 기계 위에서 깊이 사유하고 현명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인간다움'의 가치를 강조했다.

    '트렌드 코리아 2026'은 2026년이 말띠 해인 점에서 착안해 10개 키워드의 첫 글자를 딴 'Horse Power(마력)'라는 표제를 제시했다.

    다음은 '트렌드 코리아 2026'에 실린 10대 소비 키워드와 각 키워드에 대한 설명이다.

    △휴먼인더루프(Human-in-the-loop)

    휴먼인더루프란 인공지능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인간이 적어도 한 번은 개입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AI 시대의 진정한 승자는 가장 빠르고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기계를 가진 자가 아니라, 그 기계 위에서 깊이 사유하고 가장 현명한 질문을 던지는 인간이 될 것이다. 휴먼인더루프는 바로 그 사유를 위한 최소한의 공간이다.

    △필코노미(Oh, my feelings! The Feelconomy)

    "네니오(네+아니오), 웃프다(웃기다+슬프다), 좋은데 싫어" 등 감정이나 기분이 점점 세분화되고, 정확히 어떤 기분인지를 알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 이제 기분은 개인의 주관적 영역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자 소비를 이끄는 동인이 된다. 기분경제 '필코노미' 시대에는 소비자의 기분을 살피고 배려하고 기분을 진단해주는 기업과 서비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기분이 돈이 된다.

    △제로클릭(Results on Demand: Zero-click)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어느새 나의 지갑을 열고 나의 주변을 채운다. 디지털 생활 전반에서 클릭이 극단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을 '제로클릭'이라고 한다. 검색이 사라진 '선택 없는 선택'의 시대. 제로클릭은 소비의 패러다임과 마케팅의 원칙을 뒤흔드는 2026년 비즈니스의 가장 중요한 트렌드가 될 것이다.

    △레디코어(Self-directed Preparation: Ready-core)

    실패할지도 모르는 불확실성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대신, 치밀한 대비와 예행연습을 통해 미래의 경험을 현재로 소환해 통제하려는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 삶을 미리 계획하고 학습하며 살아가는 '레디코어' 세대는 '준비된(Ready)' 상태가 삶의 '핵심(Core)'이자 가장 중요한 가치다. 자기주도학습, 선행학습에 익숙한 세대의 코호트적 배경이 작용한 트렌드다.

    △AX조직(Efficient Organizations through AI Transformation)

    AI의 전면적인 도입으로 계층과 부서로 나뉘어져 있던 조직은 와해되고, 프로젝트별 업무 중심의 유연하고 자율적인 모습으로 빠르게 개편되고 있다. AX조직에서는 극적으로 평평한 '울트라 플랫'과 '제로 디스턴스' 개념이 도입되고 재즈 뮤지션들처럼 즉흥적으로 모여 뭔가를 만들어내는 '잼세션'이 중요해진다. 배우고, 배운 것을 폐기하고, 다시 배우는 새로운 학습의 문화의 역할도 커진다.

    △픽셀라이프(Pixelated Life)

    하루하루, 매일매일의 픽셀을 모아 삶의 해상도를 높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비에서도, 주거에서도, 취미에서도, 이들은 작게, 많이, 빠르게 경험하고 순간에 몰입하고자 한다. '메가 트렌드'에서 '마이크로 트렌드'로 시장은 빠르게 재편되고 찰나의 향유를 즐기는 소비자들은 끝없는 경험의 방랑자가 된다. 디지털 세상의 최소단위인 '픽셀'이 삶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프라이스 디코딩(Observant Consumers: Price Decoding)

    제품의 가격 구조를 파헤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프라이스 디코딩은 암호를 푸는 것처럼 가격을 철저히 해독해 구매 의사를 결정하는 초합리적 소비 행동을 말한다. 즉, 가격을 형성하는 여러 요소 중 상품 가치와 브랜드 가치를 나누어 자신의 구매 기준에 맞는지 평가하고,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가격표는 이제 마침표가 아니라 물음표가 됐다. "왜 이 가격인가?"

    △건강지능 HQ(Widen your Health Intelligence)

    IQ와 EQ의 시대를 지나 '건강지능(HQ)'의 시대가 오고 있다. 사회 전반의 건강지능이 높아지면서 건강에 관한 한 준전문가가 된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건강이 시대적 화두가 되면서 이제 모든 비즈니스는 '건강 비즈니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강에 과몰입하는 사람이 늘고 잘못된 정보 또한 많아지는 상황에서, 진정한 의미의 HQ를 높이는 것이 숙제다.

    △1.5가구(Everyone Is an Island: the 1.5 Households)

    절대 침해받을 수 없는 1의 자율성을 온전히 지키면서 0.5의 연결감을 추구하는 이들을 '1.5가구'라고 칭한다. 1.5가구는 초솔로사회의 고독과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자연발생적이고 실용적인 진화의 결과물이다. 우리는 모두 '섬'이지만 그 섬들을 잇는 작고 유연한 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1.5가구 개념이 시장과 공공 영역 모두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근본이즘(Returning to the Fundamentals)

    AI 시대, 알고리즘이 예측하고 통제할 수 없는 영역. 즉, 변치 않는 '근본'을 향한 목마름이 관찰된다. '근본이즘'은 고전적인 가치와 믿을 수 있는 원조가 주는 안정감과 만족을 추구하는 트렌드를 뜻한다. 자신이 살아보지 않았던, 디지털이 등장하지 않았던 과거에 대한 젊은 세대의 집단적 향수 또한 근본이즘의 또 다른 배경이다. AI가 발전하면 할수록 가장 근본적인 인간만의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