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극작가 롤란트 쉼멜페니히, 현대적 언어로 재창조한 고대 그리스 비극윤한솔 연출 1부작 '프롤로그/디오니소스' 10월 10~26일 명동예술극장1인극 '라이오스' 11월 6~22일 공연…김수정 각색·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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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트로폴리스Ⅱ_라이오스' 홍보 이미지.ⓒ국립극단
국립극단이 2025~2026년에 걸쳐 '안트로폴리스 5부작'을 명동예술극장에서 국내 초연한다.'안트로폴리스(Anthropolis) 5부작'은 독일 극작가 롤란트 쉼멜페니히가 고대 그리스 신화 속 테베 왕가의 비극을 탐구한 작품이다. 독일 함부르크 도이체스 샤우슈필하우에서 2023년 초연·2024년 재연됐으며, 2024년 독일에서 '올해의 극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작품은 고대 신화 속 인물들을 그대로 옮겨오거나 현대화를 거쳐 5부작으로 선보임으로써 2500년 문명사의 궤적을 강렬하고도 아름답게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독일에서 관객이 10시간 이상 극장에 머물며 3일 동안 5부작을 몰아보는 마라톤 공연을 시도하는 등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안트로폴리스는 독일어로 인간의 시대를 뜻하는 안트로포챈(Anthropozän)과 도시를 의미하는 폴리스(Polis)가 결합된 말이다. '안트로폴리스 5부작'은 문명사회에서 공동체를 이룬 인간 본성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프롤로그/디오니소', '라이오스', '오이디푸스', '이오카스테', '안티고네/에필로그' 신화 속 이야기의 시간 순서대로 진행된다.5부작은 국립극단이 연초에 발표한 2025~2027년 3개년의 작품 구성을 대표하는 표제인 '현존과 좌표'를 담아낸 작품이기도 하다.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존재 양식에 집중해 실존과 욕망, 자유의지, 잠재된 힘 등 지금의 관객에게도 유효한 동시대적 메시지를 묵직하게 던진다. -
- ▲ '안트로폴리스Ⅰ·Ⅱ' 통합 포스터.ⓒ국립극단
오는 10월 10~26일 윤한솔 연출이 이끄는 1부작 '프롤로그/디오니소스'가 서막을 열고, 11월 6~22일 김수정 각색·연출의 2부작 '라이오스'가 그 바통을 이어받는다. 이후 2026년 3부작 '오이디푸', 4부작 '이오카스테', 5부작 '안티고네/에필로그'를 무대에 올린다.'프롤로그/디오니소스'는 테베 왕가의 건국과 탄생 과정을 소개하는 '프롤로그', 신인 제우스와 인간인 세멜레 사이에서 태어난 디오니소스가 자신의 신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인간들을 벌하고 신성에 도전하지 않는 자들에게 파멸을 안겨준다는 이야기를 담은 '디오니소스'로 구성돼 있다.작가 롤란트 쉼멜페니히는 에우리피데스의 '바쿠스의 여신도들'을 현대화하되 재해석이 아닌 원작을 충실히 따랐다. 에우로파가 황소로 변한 제우스에게 납치되는 이야기로 시작해 문명화를 이룬 부유한 도시 테베의 왕 펜테우스와 디오니소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디오니소스가 신으로서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펜테우스를 처벌하는 과정을 집단적 욕망과 광기로 얼룩진 인간성으로 가감 없이 표현하는 등 폭력적인 비극에서 시작한 고대 문명이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현대 사회와 여전히 연결돼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
- ▲ '안트로폴리스Ⅰ_프롤로그,디오니소스' 홍보 이미지.ⓒ국립극단
공연 시작 전 배우가 공연 준비를 하는 분장실을 무대 위로 옮겨와 배우들이 실제로 무대 위에서 분장하며 연기를 펼친다. 이는 공연의 막이 올라가기 전 배우들이 공연을 준비하는 상황을 극 중 테베 도시가 건설되는 과정에 빗댄 것으로, 극의 앞부분에서 배우가 극의 내용을 소개하는 '프롤로그' 형식은 신선하고 강렬한 인상으로 관객과 만난다.2025 국립극단 시즌 단원인 고용선·김시영·김신효·박은호·서유덕·심완준·정주호·조성윤·조의진·홍지인과 강하·박수빈·윤자애·장성익·조문정·조수재·최지현·한지수 배우가 출연한다. 5명의 라이브 연주자가 배우들과 함께 무대 위에서 호흡하며 작품의 몰입도를 한층 높인다.윤한솔 연출은 "비극을 포기하고 싶지 않기에 지금 시대에 필요한 비극은 어떤 비극일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한 작품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비극을 인식하는 맥락이나 방식이 변화하길 기대한다. 5부작의 시작을 맡은 만큼 그 포문을 잘 열 수 있도록 관객이 극장을 많이 찾아와 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1인극 '라이오스'는 쉼멜페니히가 5부작 중 유일하게 원작 각색이 아닌 직접 창작한 희곡이다. 1부작을 보지 않아도 작품을 이해하는데 문제 없다. 신화 속에서 조연에 그쳤던 라이오스를 서사의 중심으로 옮겨와 그동안 고대 그리스 비극에서 다루지 않았던 오이디푸스의 아버지인 라이오스가 테베의 왕위에 오르기까지의 전사(前史)를 재구성했다. -
- ▲ '안트로폴리스Ⅱ_라이오스' 홍보 이미지.ⓒ국립극단
고대 신화 이야기에 케밥 가게, 오토바이, 인스타그램 등 현대 동시대적 요소를 가미했다. 극 중 시점도 연대기적 구성을 탈피해 여러 관점과 시간을 교차시키는 서사의 모호성을 연극적으로 확장했다. 단일한 문학적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서사시, 대화, 독백, 지시문 낭독 등 텍스트를 단 한 명의 배우가 다역의 다성적인 목소리로 전한다.95분 내내 '라이오스' 무대를 책임질 배우는 전혜진이 낙점됐다. 10년 만에 연극 복귀작으로, 전혜진은 라이오스, 그의 아내 이오카스테, 예언자 피티아, 테베의 시민들 등 극 중 인물이자 서술자로서 다성적인 내면과 행동을 묘사하는 '이야기꾼'으로 분한다.김수정 각색·연출은 "갑작스럽게 광기와 피로 얼룩진 테베의 왕이 된 라이오스의 선택에 집중해 비극의 시작점이 신탁인지, 개인의 욕망인지에 관한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이를 통해 관객이 그리스 신화를 나와 가까운 이야기로, 재미있고 쉽게 다가가길 바란다"고 말했다.'프롤로그/디오니소스' 티켓은 국립극단 누리집과 NOL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 '라이오스'는 오는 25일부터 예매 가능하다. 10월 11~12일, 11월 16일 공연종료 후에는 창작진과 출연진이 함께하는 '예술가와의 대화'가 마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