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29일 국회서 "보완수사권 폐지돼야"檢 내부 집단 반발…허드렛일이나 잡무를 많이 도맡는 '지게검사' 빗대
  • ▲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당시 대구지검 부장검사)가 지난해 8월 14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당시 대구지검 부장검사)가 지난해 8월 14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이종현 기자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지난달 29일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자, 검찰 내부에서 "정치검사 정신 차려라"며 반발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강수산나 서울서부지검 중요경제범죄주사단 부장검사는 이프로스(검찰 내부망)에 '패션쇼, 요리대회, 그리고 보완수사'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강 부장은 "지금 논의되는 검찰 개혁은 누더기 옷으로 패션쇼를 강행하고, 요리의 간도 보지 못한 채 요리경연대회에서 요리를 출품한 뒤, 그 책임을 오롯이 검사가 져야 하는 이상한 논리"라고 했다.

    앞서 임 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긴급 공청회에 참석해 "보완수사권을 놔두면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간판만 바꾸고 수사권을 사실상 보존하게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같은날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를 지낸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는 임 지검장을 향해 "검사 일을 해 본 사람이라면 도무지 할 수 없는 말을 했다. 정신차리기 바란다"며 "보완수사를 안 해봤다면 20년 넘는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을 했나. 공소장과 불기소장만 쓰셨나. 그것은 일을 안한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지혜 제주지검 형사1부 검사도 같은달 30일 이프로스에 "개인적으로 검찰의 수사 '개시'권 폐지에 동의한다"면서도 "보완수사요구나 직접 보완수사 폐지는 동의할 수 없다"고 임 검사의 주장을 비판했다. 

    김 검사는 "지게검사를 하라고 하면 못하겠다"고 강조했다. '지게 검사'는 주로 검찰 내에서 허드렛일이나 잡무를 많이 도맡는 검사를 일컫는 말이다. 중요한 특수수사나 대형 사건 수사라인과 달리, 잡다한 민원·단순사건·기계적인 처리 업무를 떠맡는 검사들을 자조적으로 표현할 때 쓰인다.

    김 검사는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아예 하면 안된다는 법조인은 적어도 '실제' 사건 처리를 했었던 '법조 전생'이 있는 분이 맞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