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문제, 제한 없이 필요한 얘기 다 할 것""2018년보다 상황 훨씬 나빠… 노력 더 필요"北 김여정 담화에 "내가 위인 되길 기대하나""견제 속 협력하는 美中처럼 日과 투트랙 접근"
  • ▲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이륙 뒤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공군 1호기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이륙 뒤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공군 1호기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5일(한국시각) 이번 회담 의제로 다뤄질 대북 문제에 대해 "제한 없이 필요한 얘기는 다 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일본 하네다 공항을 떠나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가진 기내 기자간담회에서 "회담 의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제기할 수도 있고 제가 제기할 수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문제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니까 핵 문제든 북한 문제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관한 것은 대한민국 안보 문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라며 "그 얘기는 누가 하든지 아마 한 번쯤 해 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길을 한번 만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 씨 일가를 초청했듯, 오는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APEC) 정상회의에 김정은을 초청해 해빙 국면을 재편할 수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2018년과 상황이 비슷해 보일 수는 있으나 객관적으로 전혀 비슷하지 않고 훨씬 나쁘다"고 답했다.

    이어 "적대감도 매우 커졌고 북한의 핵무기·미사일 개발도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고, 주변국 관계도 많이 나빠졌다"며 "세계 평화나 동맹의 입장에 대한 고려보다 자국 이익이 더 중요한 상황이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매우 상황이 안 좋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제 해결의 방향과 목표는 똑같다. 예를 들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와 소통, 협력의 필요성,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이 가야 할 한반도 정책은 변함없다"며 "어쩌면 상황이 나빠진 만큼 그 필요성은 훨씬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게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평화와 안정, 우리 동북아시아, 아시아, 나아가서는 세계 평화를 위해서 가야 할 길"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쓰고 한국 정부는 정권에 따라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를 사용해 왔지만, 이 대통령은 두 개념을 혼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핵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가능한 주한미군의 철수와 한미 연합연습 폐지, 즉 미국 확장억제(핵우산) 무력화로 규정하며 한미 연합연습을 '핵전쟁연습'이라고 비난해 왔다.

    이 대통령은 "과거보다 몇 배의 노력을 더 들여야 현실적인 성과가 조금이라도 나타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각고의 노력으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는 게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라는 우리 입장에 대해 총력을 다해 주변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과거처럼 되는대로 방치하고 즉흥적으로 대응해서는 매우 어렵게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여정이 최근 담화에서 자신을 두고 '역사의 흐름을 바꿀 위인이 아니다'라고 평가 절하한 데 대해 이 대통령은 "제가 위인 되기는 어렵겠다고 하는 것을 보고 '위인이 되길 기대하나 보다'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며 "일부 표현에 너무 연연할 필요가 없다. 큰 흐름 중에 돌출된 부분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여정 부부장이든 김정은 위원장이든 그들 입장이 있을 테니 이를 고려해 우리가 지향하는 바대로 강력한 국방력·억제력을 기반으로 대화·소통해서 군사적 충돌 위협을 최소화하고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최대한 확보해 경제 안정도 누리고 국민 불안도 줄이면 대한민국 국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외교 안보 정책에선 상대 입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김 부부장 성명을 보고 전혀 화가 나진 않았다"며 "안 그랬으면 하는 기대도 있긴 했는데 그것도 현실"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가) 비상계엄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을 심히 자극했던 것 같은데 북한으로서는 참으로 참기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편으론 한다"며 "제가 그렇다고 그쪽 편드는 '종북'이라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와 과거사 문제를 두고 '투트랙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미국과 중국 관계를 예로 들며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고, 경쟁하고, 대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협력할 건 협력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완전히 적대화하지는 않는다. 필요한 걸 얻기 위해 서로 협력하지 않는가. 국가 관계가 그런 것이고 개인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