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기획초청 Pick크닉' 내달 12~21일…백지윤·정수영 등 출연"단순히 장애 문제로만 머물지 않는, 모두가 돌아봐야 할 연극"
  • ▲ 연극 '젤리피쉬'에 출연하는 정수영(왼쪽)과 백지윤 배우.ⓒ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옥상훈
    ▲ 연극 '젤리피쉬'에 출연하는 정수영(왼쪽)과 백지윤 배우.ⓒ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옥상훈
    국립극단이 올해 두 번째 '2025 기획초청 Pick(픽)크닉'을 선보인다.

    '기획초청 Pick크닉'은 민간극단이 제작한 우수 연극의 레퍼토리화를 돕기 위해 지난해 8월 처음 도입했다. 국립극단이 직접 고른 작품들을 관객 앞에 즐거운 소풍처럼 펼쳐 보인다는 의미를 담았다. 공연 제작비를 지원하고 명동예술극장의 제반 시설과 무대 사용을 제공한다. 

    올해 극단 앤드씨어터의 '유원', 양손프로젝트 '파랑새'·'전락'에 이어 초연 당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으며 전석 매진을 기록한 '젤리피쉬'를 오는 9월 12~21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린다.

    '젤리피쉬'는 영국 극작가 벤 웨더릴의 희곡으로 민새롬이 연출하고,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이 공동제작했다. 27살 다운증후군 켈리의 사랑과 출산을 통해 장애인의 독립과 자유를 유쾌하게 담았다. 

    2018년 영국 런던 부시 시어터에서 초연하고, 2019년 영국 내셔널 시어터, 2023년 호주 뉴 시어터 상연 등을 통해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작가 벤 웨더릴은 통속적인 로맨스물의 서사구조를 차용하면서도 외진 소도시, 사회적 관심에서 소외된 인물들을 등장시켜 그들의 사랑과 성장을 대담하게 그렸다.
  • ▲ 연극 '젤리피쉬'에 출연하는 김범진(왼쪽)과 백지윤 배우.ⓒ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옥상훈
    ▲ 연극 '젤리피쉬'에 출연하는 김범진(왼쪽)과 백지윤 배우.ⓒ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옥상훈
    '젤리피쉬'는 그동안 연극 무대에서 보기 힘들었던 장애 여성의 연애와 결혼, 출산 등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은 자신이 장애인·비장애인이든 관계없이 모두의 마음속에 가로질러 닫혀있던 빗장을 끌어 내릴 수 있는 호소력 짙은 연극이다.

    지난해 쇼케이스부터 올해 초연까지 활약한 백지윤이 주체적이고 발랄한 '켈리' 역을 소화한다. 백지윤은 다운증후군 무용수 출신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발레를 전공했다. 2013년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특별 공연에서 발레 '지젤'의 시골처녀 '지젤'로 분해 페전트 파드되 중 여자 솔로를 완벽하게 표현하면서 관객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연출과 창작진은 상대의 대사까지 1642줄에 이르는 대사를 암기해야 하는 백지윤을 위해 단순히 말과 언어의 설명이 아닌 감각적이고 시각적인 방식으로 극의 서사를 전달하려는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현실과 극 속 세계를 구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창작 조력자는 '체크인'과 '체크아웃' 시간을 마련했다.

    '젤리피쉬'는 배우와 스태프 간 공개 워밍업으로 시작하고 각 장의 시작마다 배우의 상태를 점검하는 손 사인도 관객에게 노출한다. 무대 밖 공간에서는 프롬프터 역할을 하는 스태프가 상시 대기한다. 더딘 반응으로 배우가 대사를 놓칠 때면 프롬프터 스태프는 연극 내내 배우를 따라다니며 대사를 상기시켜 준다.
  • ▲ '젤리피쉬' 공연 모습(김바다와 백지윤 배우).ⓒ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옥상훈
    ▲ '젤리피쉬' 공연 모습(김바다와 백지윤 배우).ⓒ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옥상훈
    당사자성을 반영해 다운증후군 '켈리' 역 외에도 저신장장애인 '도미닉' 역에는 김범진이 출연한다. 딸을 보살피며 사느라 지치고 예민해져 있지만 누구보다 딸을 사랑하는 엄마 '아그네스' 역에 정수영 켈리의 남자친구이자 아케이드에서 일을 하는 '닐' 역은 김바다와 이휘종이 번갈아 맡는다.

    프로시니엄 중극장으로 무대와 객석의 구획 구분이 분명한 명동예술극장이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을 맞이하는 것도 '젤리피쉬'의 또 다른 묘미다. 명동예술극장의 무대와 객석 사이에 자리 잡은 경계선을 지우고 무대 위에 관람석을 올린다. 국립극단이 명동예술극장을 전용 극장으로 운영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박정희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연극 '젤리피쉬'는 장애를 이야기하지만, 장애를 잊게 하는 연극이다. 다름이 틀림으로 읽히고 분열과 반목이 마음을 할퀴는 시대에 단순히 장애의 문제로만 머물지 않는, 모두가 돌아봐야 할 연극"이라고 초청 사유를 밝혔다. 

    한글자막해설, 무대모형 터치투어가 전 회차 진행되며 회차에 따라 한국수어통역과 음성해설, 이동지원, 무대 터치투어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예매는 국립극단 누리집과 NOL티켓에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