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정 또는 반군과 협의…인도와 협력 등 검토미얀마, 트럼프 관세 부과에 "환영"…관계 개선 움직임美, 일부 제재 해제하며 화답…"희토류 공급망 확보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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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토류. 그래픽. 250612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얀마의 막대한 희토류 매장량을 둘러싸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정권 혹은 소수민족 반군과의 직접 거래까지 검토하며 희토류 공급망에서 중국 배제를 시도하고 있다. 무역전쟁이 지속하는 가운데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위력을 실감한 미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로이터통신은 28일(현지시각) 사안에 정통한 4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는 미얀마의 희토류 자원을 중국 대신 미국으로 돌리기 위해 여러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기존 대(對)미얀마 정책을 크게 바꿀 수 있는 다양한 제안을 청취했다"고 보도했다.이어 "최근 몇달간 수차례 논의가 이뤄졌고, 17일에도 J.D. 밴스 부통령 사무실에서 관련 회의를 개최했다"고 덧붙였다.미국은 2021년 군부 지도자들이 민주적으로 선출된 기존 정부를 전복시킨 뒤 미얀마와 공식적인 대화를 중단했다. 하지만 희토류를 중국이 독점하는 상황을 우려해 이례적으로 새로운 접근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전세계 희토류 시장의 약 90%를 장악하고 있다.소식통들은 다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로이터는 미얀마 내전 개입 부담, 공식 외교 인정을 둘러싼 미국 내 비판 등으로 최종 결론을 미루는 분위기라고 부연했다.미얀마 카친주 등 북부 지역에는 주로 군사·첨단산업용 희토류, 특히 '중(重)희토류'가 대량 매장돼 있다. 중희토류는 희토류 중에서도 채굴 난이도가 높아 희소성이 크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현재 카친독립군(KIA)이 실질 지배하고 있다.나머지는 중국의 지원을 받으며 군부정권과 연계된 민병대의 보호 아래 있다. 실질적인 운영 및 희토류 유통·가공은 중국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최근 논의에는 미얀마에서 보안회사를 운영 중인 전직 미얀마 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미국 측 로비스트, 아웅산 수찌 전 미얀마 국가고문 측근, 희토류 업계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밴스 부통령은 불참했으나, 대신 그의 아시아 및 무역 담당 고문들이 자리를 대신했다.참석자들은 미얀마의 희토류 매장지를 중국의 '황금 거위'라고 묘사하며 중국의 전략광물 지배력 약화를 목표로 △군부정권과의 평화 중재를 통한 공급선 확보 △KIA 등 무장세력과의 직접 협력 △인도 등 쿼드(Quad) 연합 협력 가공안 △군부정권·연계 기업에 대한 일부 제재 해제 및 관세 완화 등 다양한 해법을 백악관에 제시했다.최근 카친 지역의 주요 광산지대가 KIA 등 무장세력 지배하에 들어가면서 미국은 소수민족 반군을 통한 희토류 우회공급 시나리오에 주목하고 있다.이 구상대로면 미국은 쿼드 회원국인 인도의 광물 가공 인프라를 활용, 미얀마 희토류를 중국을 피해 인도·미국 공급망으로 유도할 수 있다.한 소식통은 "인도와 협력을 위해 관련 임무를 수행할 특사를 임명하는 논의도 이뤄졌다"고 전했다.하지만 전문가들은 "열악한 지정학·교통 여건과 중국의 압박 등 현실적으로 물류 부문에서 큰 장애물이 있다"고 우려했다.이와 관련, 로이터는 미얀마는 쿠데타 이후 몇 년 동안 내전으로 황폐화했고, 군부정권과 그 동맹들은 현재 KIA가 통제하고 있는 희토류 채굴 벨트를 포함해 많은 국경 지역에서 밀려났다고 부연했다.이에 따라 KIA 등 무장세력과의 직접 협력 방안도 테이블 위에 올랐다. KIA 역시 미국과 손을 잡기를 희망하고 있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희토류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관리들은 약 3개월 전 KIA가 칩웨-팡와 광산벨트를 인수하자 희토류 광산산업에 대한 개요를 요청하기 위해 그들과 연락을 취했다"고 말했다.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인도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에 계획을 전달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희토류 처리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그러한 움직임이 실현되려면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수찌 전 고문의 측근인 호주 경제학자 션 터넬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얀마 내 민주 세력을 계속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
- ▲ 중국 장시성의 한 희토류 광산. 211001 EPA=연합뉴스. ⓒ연합뉴스
최근 미국과 미얀마 군부정권간 분위기는 나쁘지는 않다.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4월2일 '해방의 날'을 선포하며 미얀마에 40% 관세를 부과했을 때 미얀마는 되레 환영했다. 미국이 군부정권을 미얀마의 집권 세력으로 공식 인정한 외교 신호로 해석했기 때문이다.실제 미얀마 군부정권의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이 미얀마를 독립 국가로 인정한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sincerely thank you)를 표한다"고 밝혔다. 최근에도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인하·제재 해제를 직접 요청하며 화해 제스처를 보냈다.이에 미국은 24일 조 바이든 전 정부 시절 부과한 미얀마 군부정권 협력 기업 3곳과 개인 4명에 대한 제재를 해제했다.화답한 것처럼 비치자 백악관은 "제재 해제 결정은 지난 정부에서 시작된 긴 과정의 일환으로, 미얀마에 대한 정책 전환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미얀마 군부정권이 정통성 확보를 위해 미국의 관세를 정치 도구화하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뿐만 아니라 소수민족에 대한 학살 등 반인도 범죄를 하루아침에 용인하는 듯한 정책 변화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미국은 2021년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친군부 기업인 등 군부의 돈줄에 제재를 가하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물류 인프로 구축 외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미얀마 내 희토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한다. 희토류 개발 확대에 따른 환경오염 및 이에 따른 현지 주민의 건강 피해, 무규제 채굴 등 인권·환경 문제도 심각하다.희토류 수익이 분쟁 지속을 부추기는 부작용, 미·중 갈등 심화도 우려 사항이다.로이터는 "미얀마 희토류 공급망을 둘러싼 미국, 중국, 군부정권, 내전세력, 인도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맞물리면서 향후 미국의 희토류 공급 전략과 국제 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한편 이 같은 어려움에도 미국의 미얀마 희토류 확보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은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가 그만큼 위협적이기 때문이다.4월 중국은 미국의 145%의 추가 관세 부과에 125% 관세와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통제로 대응했다. 미국으로서는 희토류 수출통제는 치명타였다.로이터는 "희토류 공급 확보는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