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없던 '특검 간 압수물 공유'특검 측 "영장 발부로 절차 적법했다" 강조수사 경계 모호화 우려…공동 수사 논란도"압수물 공유로 수사 권한 범위 불분명해져" 지적법조계 "수사 범위 자의적 확대 경계해야"
  • ▲ '내란 특검' 조은석 특별검사(왼쪽), '김건희 특검' 민중기 특별검사, '순직해병 특검' 이명현 특별검사. ⓒ뉴시스
    ▲ '내란 특검' 조은석 특별검사(왼쪽), '김건희 특검' 민중기 특별검사, '순직해병 특검' 이명현 특별검사. ⓒ뉴시스
    '3대 특검'이 경쟁적으로 압수 수색을 하고, 이로부터 확보한 압수물을 공유하는 방식이 논란이 되고 있다. 3대 특검은 현재 수사 대상이 겹치는 인물들에 대해 각각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한 자료를 사실상 주고받는 방식으로 택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영장을 따로 받았더라도 특검 간 수사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절차적 정당성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공동 수사 체제'로 비춰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뜩이나 특검의 무차별적인 수사가 도마에 오른 상황에서, 피의자들을 포획하기 위한 자의적 수사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절차적 정당성' 확보했다지만 자의적 수사 확대 논란

    순직해병 특검이 먼저 확보한 압수물 일부가 김건희 특검과 내란 특검에 전달됐다. 두 특검은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아 해병 특검이 보관 중이던 자료를 '임의제출' 방식으로 넘겨받았다.

    형식상 독립된 영장 집행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동일한 압수물이 특검 간에 공유되고 활용되는 구조다.

    앞서 해병 특검은 지난 10일과 11일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자택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후 내란 특검은 조 전 실장의 휴대전화를, 김건희 특검은 이 전 대표의 휴대전화와 USB 등을 전달받았다.

    이번 '압수물 공유'는 중복 수사 논란을 피하면서 무단 공유에 따른 적법성 문제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법적 정당성은 충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 원칙과 증거 수집 요건을 따랐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215조는 검사의 영장에 따른 압수수색을, 219조는 임의제출된 물건도 압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 ▲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11. ⓒ서성진 기자
    ▲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11. ⓒ서성진 기자
    ◆ "수사 경계 모호해질 수 있어" 우려 제기

    문제는 특검 간 수사 경계가 자의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각 특검이 별도의 영장을 발부받아 형식적 절차를 밟았더라도 압수물 공유가 반복되면 사건 간 경계가 흐려지고 수사 권한의 범위도 불분명해질 수 있다.

    정민영 순직해병 특검 특검보는 지난 24일 정례브리핑에서 "앞으로도 비슷한 방식의 자료 이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혀 이 같은 방식이 반복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과거에는 특검 간 압수물이 직접 공유된 사례가 없었다. 이전까지는 각 특검이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증거 확보 역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수사 당시에도 박영수 특검과 검찰이 일부 동일한 대상을 수사했지만, 수사 시점이 달라 압수물을 실질적으로 공유할 구조는 아니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절차를 따랐더라도 수사 주체 간 권한 분리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도 "압수물의 목적 외 사용은 위법"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낸 바 있다.
  • ▲ 정민영 순직해병 특검팀 특검보가 8일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VIP 격노설' 관련 수사 일정을 발표하고 있다. ⓒ정혜영 기자
    ▲ 정민영 순직해병 특검팀 특검보가 8일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VIP 격노설' 관련 수사 일정을 발표하고 있다. ⓒ정혜영 기자
    ◆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협의체' 오해 소지도

    특검 사이에 압수물이 오가는 모습은 공동 수사 체계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사 대상이 일부 겹치는 상황은 불가피하지만, 이러한 공유 방식이 반복되면 "사실상 하나의 수사 협의체처럼 운영되는 것 아니냐"는 정치적 공격을 받을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수사 대상이 겹치다보니 압수물 공유가 불가피해 보인다"면서도 "3개 특검과 무관한 새로운 정황이 나온다면 해당 사안이 각 특검의 수사 범위에 포함되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형사법 교수는 "특검 간 압수물 이전은 효율적인 수사 방식으로 볼 수 있지만, 명확한 목적과 근거 없이 자료를 활용할 경우 수사 범위가 자의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정당성을 유지하려면 압수물과 각 특검의 수사 대상 간 '구체적인 관련성'이 명확히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수사 대상이 실제로 중복되고 혐의가 교차하는 만큼 특검 간 자료 공유가, 불필요한 수사를 줄이고 수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수사 자원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