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9월 유엔 총회서 공식 발표"프, G7 중 최초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네탸냐후 "팔, 국가 세우려는 것…강력 규탄"美 "무모한 결정…두 국가 해법도 함께하지 않을 것"
  •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 혁명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프랑스 파리에서 군 지도부에 연설하고 있다. 250713 AP/뉴시스. ⓒ뉴시스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 혁명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프랑스 파리에서 군 지도부에 연설하고 있다. 250713 AP/뉴시스. ⓒ뉴시스
    프랑스가 9월 유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서방 주요국 중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 것은 프랑스가 처음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쟁 중인 이스라엘은 강력 반발했고, 미국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로이터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엑스(X, 옛 트위터)에 "중동의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에 대한 프랑스의 역사적 헌신에 따라 프랑스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기로 했다"며 "9월 유엔 총회에서 이를 엄숙히 발표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오늘날 가장 시급한 과제는 가자지구에서의 전쟁을 종식하고 민간인들에게 구호품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에게 보낸 서한도 공개했다. 서한에는 프랑스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고, 다른 파트너 국가들도 동참하도록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NYT는 마크롱 대통령이 깜짝 발표한 것이라면서 이번 결정으로 프랑스는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 주요 7개국(G7) 중 최초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는 이번 발표가 지금까지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소규모 국가들이 주도해왔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움직임에 더 큰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와 중국, 인도 등 140개국 이상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 영국 등은 그렇지 않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엑스에 "마크롱 대통령의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런 조치는 테러를 부추기고 가자지구처럼 또 다른 이란의 대리세력을 만들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는 것은 이스라엘 몰살을 위한 발판일 뿐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과 나란히 국가를 세우려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대신 국가를 세우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이번 조치는 치욕이며 테러에 대한 굴복"이라면서 "이스라엘은 자국 안보를 해치고 국가 존속을 위협할 수 있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미 지난 몇달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주권 국가로서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띄우며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원한다는 의견을 표명해왔다.

    프랑스는 6월 유엔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두 국가 해법'을 위한 국제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회의 일정은 미국의 압력과 이스라엘과 이란간 '12일 전쟁' 시작 등으로 인해 연기됐다.

    회의는 이달 28∼29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장관급 행사로 변경됐고, 9월에는 유엔 총회와 별도로 국가 원수와 정부 수반이 참석하는 두 번째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 레호보트에서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와이즈만 과학연구소를 방문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250620 AP/뉴시스. ⓒ뉴시스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 레호보트에서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와이즈만 과학연구소를 방문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250620 AP/뉴시스. ⓒ뉴시스
    미국은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무모한 결정"이라며 비판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엑스에 "이 무모한 결정은 하마스의 선전을 돕고 평화를 저해할 뿐"이라고 말했다.

    마침 이날 미국은 다음 주 프랑스가 주최하는 '두 국가 해법' 회의 불참 의사를 확인했다.

    토미 피콧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해당 회의와 관련한 질문에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 외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미국은 앞서 6월 각국 정부에 보낸 외교 전문에서 팔레스타인을 잠재적인 국가로 인정하는 모든 조치에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당시 프랑스와 사우디가 주최하는 회의에 불참할 것을 독려하며 미국 외교정책 이해에 반하는 행동에 따른 '외교적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은 그간 '두 국가 해법'을 공식적으로 지지하며 중동 정책의 핵심 목표로 삼아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기 집권 후 애매한 입장으로 돌아섰고, 마이크 허커비 주(駐)이스라엘 대사는 두 달 전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이 더 이상 미국의 외교정책 목표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프랑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9월 유엔 총회에서 다른 나라들의 동참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CNN에 다른 나라 관계자들과 통화해왔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9월 팔레스타인을 인정하는 나라가 우리만은 아닐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발표는 "다른 나라들에 약간의 압력을 가하기 위한 아이디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