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개월간 H100, H200 등 칩, 中으로 흘러 들어가FT "미국보다 50% 높은 가격에 서버랙 형태로도 판매""우회, 밀수 등 어떻게든 방법 찾아"…美 "추가 규제 논의"
  • ▲ 엔비디아 칩. 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
    ▲ 엔비디아 칩. 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수출을 규제한 엔비디아의 AI 칩이 최근 3개월간 최소 10억달러어치 상당 중국에 밀반입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로이터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5월부터 중국의 여러 유통업체가 판매 금지된 엔비디아의 B200 칩을 중국 AI기업들이 사용하는 데이터센터 공급업체에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중국에 판매가 허용됐던 낮은 사양의 H20 칩에 대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수출을 규제한 직후다.

    B200 칩은 블랙웰을 기반으로 한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으로, 이전 호퍼 기반의 H20 칩보다 성능이 우수하다.

    복수의 소식통은 B200 칩이 중국 내 판매가 금지됐음에도 "미국산 칩에 대한 수요가 활발한 중국의 암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광둥성과 저장성, 안후이성의 유통업체들은 B200뿐만 아니라 H100, H200 등 판매가 제한된 다른 칩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칩은 미국 내에서 오픈AI, 구글, 메타 등 주요 기술기업들이 사용하는 제품이다.

    이렇게 밀반입된 엔비디아의 칩은 최근 3개월간 10억달러를 웃돈다.

    중국에서는 이들 칩이 단일 제품뿐만 아니라 서버 랙(칩 수십개와 관련 부품을 통합한 형태)으로도 판매되고 있으며 가격은 미국보다 약 50%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일례로 B200 랙 시스템은 8개의 칩과 관련 소프트웨어가 포함돼 있으며 개당 약 300만~500만위안(약 5억7000만~6억7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일부 판매자는 슈퍼마이크로 브랜드 박스를 통해 정품임을 강조하면서 "즉시 사용 가능한 AI 인프라"로 홍보하고 있다.

    이번 밀반입은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가 중국의 AI 기술 발전을 저지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시행된 가운데 발생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암시장과 우회경로를 활성화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전문가들은 동남아시아가 중국 기업들이 칩을 확보하는 시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 상무부는 9월부터 태국 등 국가들을 대상으로 고급 AI 제품에 대한 추가 수출규제를 논의 중이라고 FT는 보도했다.

    사안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기업들이 이 규제 시행 전에 주문을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한 중국업계 관계자는 이미 규제목록에 없는 유럽 국가들을 통해 칩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했고, 또 다른 중국 유통업체는 "막대한 이익 때문에 중개인들은 항상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판매가 제한된 제품들이 중국에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에 엔비디아가 관여했거나 이를 알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FT는 전했다.

    이에 엔비디아는 "밀반입된 칩으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나 재정적으로 비효율적"이라며 "우린 공식 인증된 제품에 대해서만 서비스와 지원을 제공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