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무역 협상 하루 전 "트럼프 일정 비어…직접 교섭 참석" 통보해트럼프, 1%P 관세 인하마다 구체적 보상 요구日 "구체적 숫자 제시에 담당자 적으면 버틸 수 없는 느낌"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APⓒ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APⓒ뉴시스
    미·일 무역 협상 막판에 직접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율을 1%P씩 낮출 때마다 구체적인 보상을 요구하며 일본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협상 후일담이 일본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한국의 대미 협상에서도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24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과 만나 "관세를 1%P 내리는 대신 이것을 주면 안 되겠느냐"는 식으로 직접적인 보상을 언급하며 거래를 시도했다.

    일본 측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조건들은 쌀 수입 확대, 반도체 투자·지원 증액 등이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 숫자를 제시하며 요구해온 까닭에 담당자가 10명 정도 있지 않았다면 버틸 수 없는 느낌이었다"고 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자리에서 "보잉사로부터 항공기를 구입할 것이냐"고 직접 질문하기도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전했다.

    이에 운수성 항공국 관료 출신인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이 "사겠다"고 답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즉시 일본의 투자 제안서에 적혀 있던 대미 투자액 4000억달러를 5000억달러로 자필 수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수정한 흔적은 댄 스카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 X(엑스, 옛 트위터)에 올린 백악관 집무실에서의 회담 사진에서도 확인된다.

    이후 여기에 500억달러를 추가하면서 미일 양측이 상호관세를 당초 25%에서 15%로, 자동차 관세는 25%에서 12.5%로 낮추는 타협안을 도출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양국 관세 협상 담당 장관들은 5월 말경 이미 상당한 의견의 일치를 보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말부터 사흘 연속 일본에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며 협상의 판을 흔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본은 자동차, 철, 중요 광물 등 9개 분야 투자를 통한 공급망 강화라는 기존 제안은 유지하되, 자료 작성 방식과 설명 방법을 바꿔 가며 트럼프 대통령 설득에 공을 들였다.

    협상 초기부터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에 중점을 뒀던 일본 측은 미국 내 자동차 산업 기여도에 따라 세율을 인하하는 방식도 제안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 안을 "복잡하다"며 거부했다고 아사히 신문은 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이날 백악관에서 이뤄진 최종 협상은 하루 전 갑작스럽게 결정됐다. 협상을 위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의 자택에 가 있던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이 비어 있고, 대통령이 직접 교섭하고 싶어한다"는 통보가 왔고 속전속결로 막판 합의 자리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러트닉 상무부 장관에게 가장 공을 들이는 전략도 병행했다. 러트닉 장관은 미국 측 관세 담당 장관 3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이번 협상을 위해 8차례 미국을 방문하는 동안 러트닉 장관을 15차례 19시간에 걸쳐 만났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7차례, 8시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3차례, 5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을 시간을 들여 공략하고, 급작스럽게 만들어진 트럼프와의 독대 자리에서 그의 구체적 보상 요구에 순발력 있게 대처하는 것이 제일 큰 과제였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