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백악관 집무실서 日 대표단 직접 압박장관급 합의 내용 손으로 수정한 흔적 공개 돼美재무 “日 관세 인하, 투자 때문”"일본 힘든 상대지만, 트럼프는 더 강했다"
  • ▲ 2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사진 왼쪽 아래) 미국 대통령이 일본 무역 협상팀과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 위에 놓인 패널에는 손글씨로 숫자를 고친 흔적이 확인된다. 출처=댄 스카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 X 계정 갈무리.ⓒ@Scavino47
    ▲ 2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사진 왼쪽 아래) 미국 대통령이 일본 무역 협상팀과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 위에 놓인 패널에는 손글씨로 숫자를 고친 흔적이 확인된다. 출처=댄 스카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 X 계정 갈무리.ⓒ@Scavino4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일 무역 협상 최종 단계에 직접 나서 일본의 대미(對美) 투자액을 크게 늘린 것으로 보인다.

    댄 스카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22일(현지시각) 미·일 무역 협상 합의 소식 발표 직후, 자신의 X(엑스, 옛 트위터)에 공유한 백악관 집무실에서의 막판 협상 사진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 앞에 놓인 패널에 손글씨로 수정한 흔적이 확인된다.

    이 패널에는 '일본, 미국에 투자하다'라는 제목과 함께 일본의 투자액으로 4000억달러라는 수치가 인쇄돼 있으나, 이 중 숫자 '4'에 선을 긋고 손글씨로 '5'를 적어넣은 것이다.

    일본이 당초 4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제안하자, 이를 보고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투자 규모를 늘리고 이를 관철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무역 합의 타결을 발표하면서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패널에는 이익 공유 비율이 50%라고 인쇄돼 있는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합의 내용 발표에 따르면 미국은 투자 이익 90%를 가져간다. 이 수치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현장에서 수정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패널에는 또 "10% 관세와 별도로 자동차·의약품·반도체에 15%"라고 적혀 있는데, 의약품과 반도체 위에 '20%'로 보이는 숫자가 손글씨로 추가돼 있다.

    양국의 품목별 관세율 세부 조건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르면 이달 말 공개하기로 한 의약품과 반도체 관세율을 일본에 대해서는 20%로 적용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무역 합의 발표 내용과 사진 속 패널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장관급 회담에서 협의한 내용을 보고 받은 후, 일본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집무실 사진에 배석자로 나온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은 23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무역 대표단을 집무실로 불러 방대한 협상을 했다"며 "일본은 힘든 협상 상대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더 강했다"고 술회했다.

    같은 날,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일본의 5500억달러 대미 투자와 관련해 "일본은 미국에 (투자 대상) 프로젝트 선정 권한을 줄 것"이라며 "대통령이 '미국에서 항생제를 만들자'고 하면 일본이 자금을 대고 우리는 프로젝트 운영 사업자에게 자금을 줄 것이며 이익의 90%는 미국의 납세자가 갖고 10%는 일본이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5500억달러는 일본의 자본, 대출과 대출 보증 등을 합한 액수라고 덧붙였다.

    5500억달러는 지난해 일본의 대미 무역 흑자 규모인 690억달러의 8배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