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해병 2주기…軍 대민지원, 안전 공백 여전지휘 혼선·책임 공백…매뉴얼만으로는 부족"군은 구조 전문가 아냐"…임무 재정비 필요전문가 "제도보다 문화"…실효성 확보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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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체육관인 '김대식관'에서 열린 고 채수근 상병 영결식에서 해병대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3.7.22. ⓒ연합뉴스
2023년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중 사망한 채 상병의 순직 2주기가 도래한 가운데 장병들이 투입되는 대민지원 현장의 안전 실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정부와 군은 재발 방지 대책과 안전 매뉴얼을 마련했지만, 현장 지휘체계는 여전히 모호하고 대책이 실효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제2, 제3의 채 해병을 막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채 해병의 희생이 바꾼 것들…'뒤늦은' 군 안전 매뉴얼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폭우로 인한 실종자 수색 임무에 투입됐던 故 채수근 해병이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그는 수중 수색 경험이 없는 포병부대 소속으로, 구명조끼 등 기본 안전장비도 없이 현장에 투입됐다. 지휘관의 지시에 따라 허리 높이까지 오는 강에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했다.사고 장소인 내성천은 하천 바닥이 고운 모래로 이뤄져 있어 발이 쉽게 빠지고, 흙탕물로 인해 시야 확보도 어려운 환경이다. 이런 조건에서 안전장비 없이 하천 본류에서 '수중수색'을 할 경우 급류에 휩쓸릴 위험이 커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사고 이후 국방부는 같은 해 말 '재난 분야 대민 지원 안전 매뉴얼'을 처음 제정했다. 이 매뉴얼에는 풍수해·지진·산불 등 33개 재난 유형과 16개 위험 요인에 대한 대응 요령이 담겼다. 부대나 장병의 역량을 초과하는 요청은 상급 부대에 보고해 거절할 수 있도록 했다.또한 여러 부대가 한 지역에서 동시에 투입될 경우 군 지휘체계를 일원화하도록 명시했다. 이는 채 해병 순직 당시, 육군의 작전통제 하에 있던 해병대 병력에 해병대 지휘관이 개입해 논란이 됐던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해병대와 육군도 별도로 안전지침과 현장 매뉴얼을 마련했다. 해병대는 '제2신속기동부대 임무수행 핸드북'을 통해 수중 수색은 전문 부대에만 맡기도록 했고, 육군은 대대장급 이상 지휘관이 현장 위험성을 평가한 후 병력을 투입하도록 기준을 세웠다. -
- ▲ 해병대원과 소방이 경북 예천군 일대에서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해병대 장병을 찾고 있다. 2023.7.19. ⓒ 연합뉴스
◆ 제2의 채 해병 막을 수 있나…"대민지원 구조 재검토해야"그러나 장병들이 투입되는 대민지원 현장은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지방자치단체 등 외부 기관과의 협조 과정에서 병력 투입이 신속하게 이뤄지다 보니 위험 평가나 장비 점검이 형식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기본적인 보호 장비 없이 현장에 투입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현장 지휘 체계의 한계도 여전하다. 한 지역에 여러 부대가 동시에 투입되면 군 내부에서조차 지휘권과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다. 채 해병 순직 당시에도 해병대 병력을 육군이 작전통제하는 상황에서 해병대 지휘관의 현장 발언이 지시로 해석되며 논란이 일었다.사고 전날인 2023년 7월 18일 해병대 1사단 소속 11포병 대대장은 "내일 우리 포병은 허리 아래까지 들어간다. 다 승인받았다"라며 수중수색으로 오인하게 하는 지시를 했다. 결국 다음 날 오전 9시 1분께 7포병 대대 소속 채 상병은 허리 높이의 수심에서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사고를 당했다.이후 군은 지휘체계 일원화 방안을 마련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제도의 정착과 실효성 부족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안전 수칙이 아무리 많아도 현장 우려는 여전하다"며 "문제의 본질은 상급 지휘관의 지시와 군 조직문화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채상병 사건 역시 단지 안전 매뉴얼 부재 때문이 아니다"라며 "매뉴얼 변화만으로는 사고를 완전히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특히 모호한 지휘체계는 사고 발생 시 책임 공방으로 이어지기 쉽고, 유가족 보호나 진상 규명 과정 또한 복잡하게 만든다. 사고 이후에도 관련 기관 간 책임 떠넘기기기가 반복되면서 제도 개선이 뿌리내리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전문가들은 현재의 대민지원 구조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재난 시 대민 지원은 군의 중요한 임무이지만, 군이 구조 전문 인력이 아님에도 반복적으로 고위험 작업에 투입되고 있어, 임무 범위와 지휘 책임 체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안전 매뉴얼이 존재하더라도 현장에서는 상급자의 지시와 군 조직문화가 더 크게 작용하는 구조에서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제도 정비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지휘체계의 명확화와 장병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