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5일 서른 번째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사상 최초 선보이는 클래식 공연
  • ▲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0 손민수 & 임윤찬' 리사이틀이 지난 1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렸다.ⓒ현대카드
    ▲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0 손민수 & 임윤찬' 리사이틀이 지난 1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렸다.ⓒ현대카드
    나란히 놓인 두 대의 피아노 앞에서 네 손으로 써 내려간 사제(師弟) 피아니스트 손민수(49)와 임윤찬(21)의 연주에 객석은 열광했다.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0 손민수 & 임윤찬' 리사이틀. 2000여 석을 가득 채운 공연은 혼자서는 도달할 수 없는 소리의 울림과 하나로 어우러지는 사색의 호흡, 진실된 대화의 순간들을 만들어내며 진한 여운과 감동을 남겼다.

    해당 공연은 서른 번째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다. 음악·연극·미술·무용·건축·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문화 아이콘을 선별해 소개하는 현대카드의 문화 마케팅 브랜드로,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사상 최초 선보이는 클래식 공연이다.

    이번 무대는 2017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부설 한국예술영재교육원부터 현재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NEC)까지 이어지고 있는 '스승과 제자' 손민수·임윤찬의 첫 듀오 공연이다. 이들이 처음 함께하는 공연인 만큼 티켓 오픈과 동시에 모든 좌석이 매진되며 클래식 팬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손민수는 앞서 서면 인터뷰를 통해 "듀오 리사이틀에서 연주자로서 가장 중요한 점은 다른 이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서로의 해석, 숨결, 소리의 밸런스를 유연하게 느끼고 반응할 수 있어야 비로소 두 대의 피아노가 진정한 하모니를 이룰 수 있다. 두 사람의 음악이 조화를 이루며 함께한다는 것은 혼자만의 시간이 익숙한 피아니스트들에게는 공감과 신뢰가 요구되는, 낯설지만 소중한 여정이다"고 전했다.
  • ▲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0 손민수 & 임윤찬' 리사이틀이 지난 1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렸다.ⓒ현대카드
    ▲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0 손민수 & 임윤찬' 리사이틀이 지난 1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렸다.ⓒ현대카드
    오랜 시간 음악적 교감을 나눠 온 두 사람은 피아노 배치부터 특별했다. 통상적으로 연주자가 두 대의 피아노를 무대 가운데 두고 얼굴을 마주 보는데, 이들은 피아노 두 대를 바깥 방향으로 돌리고 서로의 옆 모습을 볼 수 있게 나란히 앉았다.

    프로그램은 총 3곡으로 요하네스 브람스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Op.34',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교향적 무곡 Op.45', 작곡가 이하느리가 편곡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장미의 기사 모음곡'이다. 음악의 깊이와 신선함이 조화된 선곡이었으며, 15일 예술의전당에서도 같은 곡들이 펼쳐졌다.

    첫 곡으로 들려준 작품번호 34번은 브람스 특유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변주, 중후함과 생기발랄한 정서가 담긴 대작이다. 치밀하면서도 웅장한 에너지, 장대한 구성, 극적인 전개가 특징이다. 손민수는 브람스에서 제1피아노를 맡아 섬세한 표현으로 곡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임윤찬은 밀도 높은 화성, 변화무쌍한 템포 하나하나가 가지는 의미를 명징하게 드러냈다.

    라흐마니노프와 슈트라우스 곡으로 구성한 2부에서는 임윤찬이 무대 앞쪽 피아노에 앉아 주도했다. 3개 악장의 '교항적 무곡'은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 이후 미국으로 망명한 라흐마니노프가 남긴 마지막 오케스트라 곡이다. 그는 두 대의 피아노 버전을 먼저 썼고, 이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완성해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에 의해 초연됐다.

    임윤찬은 느리게 시작해 빠르게 절정으로 치닫는 3악장에서 거침없는 타건으로 객석을 압도했으며, 스승 손민수와의 호흡은 빈틈이 없었다. '진노의 날(Dies Irae)' 주제가 등장하는 3악장은 어둡고 침울한 종결이 아닌, 기쁨이 넘치는 춤곡의 형태로 빛과 영광을 찬미한다. 두 사람은 탄력을 유지한 채 재즈적 리듬과 수시로 변하는 템포, 장엄한 선율 등 작은 부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 ▲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0 손민수 & 임윤찬' 리사이틀이 지난 1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렸다.ⓒ현대카드
    ▲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30 손민수 & 임윤찬' 리사이틀이 지난 1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렸다.ⓒ현대카드
    마지막 곡에서는 두 연주자의 균형 감각이 빛을 발했다. 원곡은 동명의 오페라 '장미의 기사'의 주요 장면을 엮은 오케스트라 모음곡으로, 섬세하고 유려한 왈츠 선율이 돋보인다. 바르톡 국제 콩쿠르 작곡 부문 우승자이자 임윤찬의 절친 동생 이하느리(19)가 편곡했다.

    임윤찬은 "이하느리에게 받은 곡은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든다. 그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피아니스트로서도 아주 훌륭하기 때문이다. 어릴 때 라흐마니노프의 '모먼트 뮤지컬(Moment Musical)' 4번을 친 영상을 본적이 있는데 저와는 비교가 안 될정도로 피아노가 노래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피아노를 잘 이해하고 있고 피아노만의 매력을 최대한 살려서 이 곡을 편곡했다"고 밝혔다.  

    이하느리는 복잡다단한 화성과 리듬, 패시지, 건반을 폭넓게 사용한 기법 등 원곡의 풍성한 소리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한 대의 피아노가 넘볼 수 없는 두 대의 피아노가 차곡차곡 음을 쌓아가는 클라이맥스는 편곡의 재미를 배가했다. 아름다운 풍광에 넋을 잃고 바라보듯 관객은 손끝에서 울리는 이들의 연주에 몰입했다.

    끝없는 박수에 두 사람은 앙코르 곡으로 '장미의 기사 모음곡' 중 '퀵 왈츠(Quick Waltz)'를 선사했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클알못(클래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의 매너가 옥의 티였다. 클래식 공연은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커튼콜만 촬영을 허락하는데, 이날 안내원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은 이들이 앙코르 연주를 녹음하거나 동영상을 찍었다.

    손민수와 임윤찬은 한국에서 연주한 3곡 중 2곡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와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장미의 기사 모음곡'을 오는 16~8월 3일 스위스 베르비에(Verbier)에서 열리는 '2025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 연주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