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격노설 모른다"던 김계환, 진술 변화 감지민간인 신분·통화녹음 추궁…입장 바뀔 가능성특검, 조만간 김 전 사령관 추가 소환 시사법조계 "진술 바뀌었다면 교차검증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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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이 24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국방부 등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2024.10.24. ⓒ이종현 기자
순직해병 특검(특별검사 이명현)이 이른바 'VIP(윤석열 전 대통령) 격노설'을 전달한 인물로 지목되는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에 대한 추가 소환을 공식화한 가운데, 김 전 사령관의 기존 입장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김 전 사령관은 그간 'VIP 격노설을 모른다'는 취지로 해당 의혹과의 연관성을 부인해 왔다. 하지만 최근 그가 민간인 신분으로 바뀐 데다 지난 7일 소환 조사에서 진술거부권 행사 없이 수사에 응한 만큼 향후 진술이 바뀔 여지도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격노설 모른다"던 김계환의 바뀌는 진술 … 군 전역·녹음 등장 탓?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순직해병 특검은 김 전 사령관이 지난 7일 조사에서 기존 입장과는 결이 다른 취지의 진술을 일부 내놓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진술거부권을 쓰지 않고 수사팀의 질문에 답변하기도 했다. 정민영 특검보는 8일 "김 전 사령관이 명시적으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특검은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한 추궁으로 김 전 사령관의 진술 변화를 이끌었을 가능성이 있다. 특검은 김 전 사령관 조사에서 이른바 '김계환 녹취록'을 제시하며 그를 추궁한 것으로도 확인됐다.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 전 사령관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결과 발견된 문모 대령과의 통화녹음이다. 해당 녹음에는 "박정훈 대령이 VIP 격노에 대해 알고 있고 폭로 가능성이 있으니, 이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대화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김 전 사령관이 민간인 신분이 된 만큼 진술의 범위와 성격에 변화가 생겼을 여지도 있다. 군복무 중에는 형사소추 및 군사상 기강 유지 등의 이유로 진술에 제약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는 지난해 12월 전역한 이후 민간인 신분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최근 김 전 사령관의 진술 변화 정황은 앞선 국회 국방위원회나 재판 증언에서 보여준 태도와는 구분되는 대목이다. 과거 그는 2023년 10월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VIP 격노설을 전달한) 사실이 없고, 박정훈 대령의 주장일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지난해 2월 박 대령의 1심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서도 "대통령이 장관에게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냐'며 격노했다는 말을 (박 대령에게) 전달한 적 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과거와 달리, 특검팀은 김 전 사령관이 'VIP 격노설'을 포괄적으로 시인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증거 파악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보강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또 관련자들을 조사하며 김 전 사령관을 다시 부른다는 방침이다.김 전 사령관은 현재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2023년 7~8월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이 특정한 8명의 혐의자를 2명으로 축소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 ▲채상병 사망 사건 관련 조사 기록을 경찰에 이첩하려던 박 대령에게 이를 중단하라고 지시하고, 이첩 문서를 회수하는 데 개입한 혐의 ▲박 대령에게 "VIP가 크게 화를 내며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뒤 이렇게 됐다"며 'VIP 격노설'을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
- ▲ 순직해병 사건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가 9일 오전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발언을 하고 있다. ⓒ정혜영 기자
◆ 법조계 "김계환 진술 달라졌다면 교차검증 불가피"김 전 사령관의 진술에 변화가 감지된다면 이를 뒷받침할 물증과의 교차 검증은 필수적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특히 VIP 격노설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단초로 작용한 만큼, 관련 진술의 신빙성을 확보하는 것은 특검 수사의 핵심 과제로 여겨진다.복수의 법조 관계자들은 "김 전 사령관이 과거와는 다른 취지의 진술을 했다면, 그 배경과 맥락을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통화 녹음, 당시 보고 체계, 관계자 진술 등 주변 정황과의 정합성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다.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김 전 사령관 진술이 흔들린다면 단순 착오인지, 외부 요인에 의한 건지 특검이 분명히 짚고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또 다른 형사 전문 변호사는 "이제는 진술의 변화 그 자체보다, 그 변화가 일어난 이유와 진정성 여부가 핵심"이라며 "객관적 자료들과의 대조를 통해 진술의 타당성을 검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사의 방향이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