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혐의 빼고 영장 청구… 불구속 원칙과 방어권 훼손 논란증거 부족 인정하며 신병부터 확보…특검 수사편의 '구속 수사' 비판법조계 "발부 가능성 희박"… 중복·경미 혐의에 절차적 허술 지적
  • ▲ 박지영 내란 특검보가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 박지영 내란 특검보가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및 외환 사건'이라는 거창한 간판을 내건 조은석 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구속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결국 '외환' 없는 영장이었다.

    특검은 외환죄를 증명할 근거는 제시하지 못한 채 기존 혐의를 빌미로 구속 상태에서 외환죄 관련 내용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형사소송의 대원칙인 불구속 수사와 방어권 보장 역시 사실상 뒷전으로 밀린 채 수사 편의를 위해 피의자의 신체 자유를 담보로 잡겠다는 선언과 다름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법원이 외환 혐의가 빠진 이번 영장을 기각할 경우, 특검 수사는 초반부터 정치적 과잉과 절차적 허술이라는 이중의 상처를 입게 될 공산이 크다.

    ◆기존 수사와 차별성 없이 내란죄로만 재청구… 불구속 원칙 위반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지영 내란 특별검사보는 전날 오후 브리핑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에게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특수공무집행방해, 공용서류선송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앞서 특검은 지난달 24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며 형법상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직권남용,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교사 혐의 등을 적용한 바 있다.

    여기에 비상계엄 직전 개최한 국무회의에서 통보를 받지 못한 국무위원들의 계엄 선포 심의권 행사를 방해한 점과 비상계엄 사후 허위 계엄 선포문을 작성한 점 등을 혐의로 추가했다.

    문제는 비상계엄 선포의 명문을 만들기 위해 군 드론작전사령부를 통해 북한에 무인기를 여러 차례 보내 공격를 유도했다는 외환 혐의가 빠졌다는 점이다. 특검팀은 기존 수사와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차원에서 '외환 혐의'를 수사의 본류로 삼아왔다.

    이에 대해 박 특검보는 "외환 혐의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에 있고 조사량도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 범죄사실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영장 단계에서조차 범죄 성립의 최소한 요건인 '구체적 사실관계'와 '증거목록'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 ▲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위치한 서울고검. ⓒ연합뉴스 제공
    ▲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위치한 서울고검. ⓒ연합뉴스 제공
    ◆특검, 증거 부족 스스로 인정…'꼬투리 잡기식' 신병 확보부터

    법조계에서는 구속영장 청구에 적용된 혐의에 대해서 "꼬투리 잡기식의 혐의"들로 구속을 수사도구의 일환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더하고 있다. 실제 이번 구속영장에 추가된 혐의인 비상계엄 사후 허위 계엄 선포문 작성의 경우 절차적 흠결로 볼 수는 있으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범죄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 법조계 시각이다. 

    한국형사정책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국내 형법학자는 "헌법에 국법상 행위에 대한 문서화 조항이 있으나 내란혐의라는 본질적인 혐의가 아닌 꼬투리 잡기 식의 혐의 만들기에 그친다"며 "외환죄가 빠진 영장은 '중대범죄' 딱지만 붙인 껍데기이다. 특검측이 기존 혐의를 빌미로 구속 상태에서 외환죄 관련 내용을 집중 추궁해 이를 입증하려고 한다면 그러한 발상 자체가 피의자 방어권을 담보로 잡겠다는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할 경우 외환 혐의 수사를 직접 겨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섣부르게 외환 혐의를 구속영장에 포함했다가 법원에서 기각되는 빌미를 제공하지 않으려는 판단으로 보이나 구속 후 외환 혐의를 수사할 경우 결국 구속 자체가 수사도구가 된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국내 형법학자는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며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가 있을 경우 '현실적, 구체적' 일 때만 허용하도록 예외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현재로서 윤 전 대통령의 증거 인멸이나 도주 등의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 외환혐의에 대한 증거 미비를 스스로 시인하면서도 피의자 신체를 먼저 확보해 수사 편의를 도모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 측 역시 내란특검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무리한 청구"라며 반발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당일 입장문을 내고 "혐의 사실에 대해 충실히 소명했고 법리적으로도 범죄가 성립될 수 없음을 밝혔다"며 "특검의 조사에서 객관적 증거가 제시된 바도 없고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법원에서 특검의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임을 소명하겠다"고 강조했다. 

  • ▲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법조계 "구속 영장 혐의, 기왕의 재판 혐의와 비슷...영장발부는 웃기는 일"

    논란이 일고 있는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외환 등 핵심 혐의가 제외돤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다.

    외환죄 제외에 따른 범죄 중대성 및 구속 필요성이 약화된 데다 관련자 조사를 이미 상당 부분 마친 점, 윤 전 대통령이 대면조사에 응하고 있다는 점 등이 구속 사유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재판에서 수사중인 혐의가 대부분으로 중대범죄로 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을 역임했던 형법학 교수는 "특검이 이번 구속영장에 포함한 혐의는 이미 기소돼 진행중인 재판과 동일하거나 매우 유사한 내용으로 추가된 사실관계는 있으나 법률적 구성은 거의 같은 것으로 보여진다"며 "이 같은 혐의로 인해 법원 측에서 영장발부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지고 만약 영장발부를 한다면 오히려 웃기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특검은 '절차적 정의' 부분에 있어서 많은 논란을 야기해오고 있다"며 "별건 수사 금지부터 피의사실 공표에 있어서도 형법 및 형사소송법에서는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하지 못하고 기소전에는 공표를 하지 못하도록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특검법은 이를 다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