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특검 중 가장 작지만 가장 빠를 '채 상병 특검'외압·도피·로비 … 세 갈래로 좁혀진 특검 수사이르면 내주, 늦으면 내달 3일 본격 수사 착수21일 특검보 임명 … 최종 선고는 내년 중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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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현 특검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18일 밤에 특검보 후보자 8명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추천했다'고 밝혔다. ⓒ정혜영 기자
특별검사보 임명을 하루 앞둔 '채 상병 특검'이 이르면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한다. 채 상병 특검의 핵심 과제는 'VIP 격노설'로 불거진 대통령실 외압 의혹의 '윗선'이 어디까지인지 밝히는 일이다. 아울러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 의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출국 논란의 실체가 드러날지도 관건이다.채 상병 특검은 내란·김건희·채 상병 등 '3대 특검' 가운데 규모가 가장 작고 수사기간도 최대 140일로 가장 짧다. 그만큼 3대 특검 중 가장 먼저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채 상병 특검' 3대 쟁점 … 'VIP 격노설'부터 '구명 로비' 의혹까지채 상병 특검은 2023년 7월 경북 예천군 집중호우로 발생한 실종자 수색 도중 순직한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 전반을 들여다 본다.특검법에 따르면 수사 대상은 채 상병 사망 사건을 비롯해 ▲윤 전 대통령 및 대통령실, 국방부, 해병대사령부 등의 사건 은폐·무마·회유·조작 의혹 ▲공수처 수사 외압 의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호주대사 임명과 출국·귀국·사임 과정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이 김건희 여사 등에게 임성근 전 사단장의 구명을 부탁한 로비 의혹 등 8건이다.이 중 핵심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VIP 격노설'은 윤 전 대통령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런 일로 (임성근 전)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며 크게 화를 냈다는 의혹이다.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은 수사단이 경찰에 사건을 이첩하려 하자 이 전 장관이 이를 보류시켰고 이는 'VIP 격노설' 때문이었다고 증언했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게 걸려온 전화의 발신지가 윤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용산 대통령실이었다고 보고 있다.두 번째 쟁점은 이 전 장관의 출국 논란이다.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 수사를 받던 이 전 장관을 2023년 3월 호주대사로 임명했고, 이에 따라 법무부가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이 전 장관은 출국 11일 만에 귀국해 자진사퇴했다. 특검은 외교 인사가 수사 회피 수단으로 활용됐는지 여부를 따질 계획이다.세 번째는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의 계좌 관리인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대표는 공익 제보자와의 통화에서 임 전 사단장의 사표 소식에 대통령 부부를 의미하는 'VIP'를 언급하며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고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임 전 사단장은 구명 로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김 여사와 이 전 대표의 구명 로비 개입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
- ▲ 채 상병 특검 사무실이 서울 서초구 흰물결빌딩에 마련된다. 이 건물의 3층부터 5층까지 사용될 예정이다. ⓒ정혜영 기자
◆ 최대 140일 수사 가능 … 내년 중순이면 판가름 날 듯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채 상병 특검은 준비 기간을 모두 활용할 경우 늦어도 7월 3일 본격 수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특검은 최대 20일의 준비 기간을 거쳐 수사팀을 꾸린 뒤 60일 이내 수사를 마치고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이 특검은 준비기간 20일을 다 쓰지 않고 특검보 등 수사팀 구성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임 전 사단장 등의 업무상과실치사 사건 등을 수사한 대구지검과 공수처로부터 사건 기록을 넘겨받아 본격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이 특검은 임명 뒤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공수처 수사가 돼 있고, 청문회 거친 것도 있고 누가 거짓말하는지 이런 부분이 다 (확인)돼 있으니 그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하면 규명될 거라 본다"며 "다른 특검보단 더 쉬울 거라 본다"고 밝혔다.만약 수사가 기한 내 완료되지 않거나 공소 제기 여부 판단이 어렵다면 국회 보고를 거쳐 1차 30일, 대통령 승인 시 2차로 30일을 더 연장할 수 있다. 이 경우 최장 수사기간은 140일이다.사건이 기소돼 재판이 열리면 1심은 공소제기일로부터 6개월, 2·3심은 전심 판결선고일부터 각각 3개월 안에 선고된다. 늦어도 내년 중순에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채 상병 특검은 총 105명 규모로 구성된다. ▲특검 1명 ▲특검보 4명 ▲파견검사 20명 ▲파견공무원 40명 ▲특별수사관 40명 등이다. 이는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검사 약 200명)의 절반 이상, 서울남부지검(검사 107명)과 유사한 규모다. 전방위적인 수사를 위한 인력을 충분히 갖추는 셈이다.특검 사무실은 대법원 정문 바로 앞에 위치한 서울 서초구 흰물결빌딩에 마련된다. 이 건물의 3층부터 5층까지 사용될 예정이다. -
- ▲ 고 채수근 해병대 상병의 안장식이 2023년 7월 22일 대전 유성구 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고 있다. ⓒ국가보훈부
◆ 군 조직과 수사에 정통한 이명현 특검 … 20년 군 법무 경력지난 12일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로 공식 임명된 이명현 특검은 군 법무관 출신으로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군 조직과 수사에 정통해 사건의 흐름을 읽는 데 강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1962년생인 이 특검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90년 제9회 군법무관 임용시험에 합격해 군 내부에서 법조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을 비롯해 국방부 조달본부(현 방위사업청) 법무실장, 제1군사령부 법무참모, 한미연합군사령부 법무실장, 합동참모본부 법무실장 등 군 사법 분야의 핵심 보직을 두루 거쳤다.또한 군사기밀보호법 해설과 보안수칙 제정 등 군 관련 법제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이 특검은 군 수사 실무 경험도 갖췄다. 1998년에는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의 장남 병역 비리 사건을 수사한 합동수사본부에 국방부 팀장으로 참여했다. 당시 소령이던 이 특검은 국군기무사령부(현 방첩사령부)와 직속 상관의 수사 외압을 기록한 보고서를 작성해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제출했고, 이후 해당 보고서가 언론에 알려지며 수사 외압 논란으로 번졌다.그는 국방부 검찰단 근무 당시 군 법무관 출신인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근무한 이력도 있다.한편 이 특검은 지난 18일 대통령에게 특별검사보 후보 8명을 추천했다. 오는 21일 이재명 대통령이 이 중 4명을 임명할 예정이다. 특검보는 특검을 보좌하는 검사로, 수사와 공소유지를 담당하며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공무원·특별수사관을 지휘·감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