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 도박사이트'로 40억 사기 … 총책 등 19명 검거출금 지연·추가 입금 유도 … 5년간 40억 가로채경찰, 총책 등 10명 구속 … 현금 24억5000만원 환수
  • ▲ 서울경찰청. ⓒ정상윤 기자
    ▲ 서울경찰청. ⓒ정상윤 기자
    불법 도박사이트를 개설해 수백 명의 피해자에게 현금 환급을 미루다 사이트를 폐쇄하는 이른바 '먹튀' 수법으로 약 40억 원을 가로챈 사기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총책을 포함한 19명이 검거됐고 이 가운데 10명은 구속됐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범죄단체 등 조직, 사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사기조직 총책 40대 A씨 등 19명을 검거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들 중 A씨를 비롯해 중간관리책 1명, 팀장 3명, 조직원 5명 등 총 10명은 구속 기소됐고 나머지 9명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국외로 도피한 조직원 1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2019년 12월~2024년 9월 자신들이 개설한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이용자들이 현금 환전 등을 요구하면 이를 미루다 잠적하는 이른바 '먹튀' 수법으로 수백 차례 도박사이트의 개설·폐쇄를 반복하며 피해자 334명으로부터 약 40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A씨 등은 지난 2019년 필리핀에 근거지를 마련하고 미리 확보한 개인정보를 통해 피해자에게 거짓으로 '도박사이트에 소멸 예정인 포인트가 남아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들의 접속을 유도했다. 이후 피해자들이 게임에 참여하도록 한 뒤 현금을 추가로 입금해 포인트나 사이버머니를 충전하게 했다.

    이들은 이용자들이 쌓인 포인트를 현금으로 환전을 요구하면 시스템 오류 등을 이유로 출금 절차를 지연시키거나 추가 입금을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은 환전을 미루며 도박사이트를 2∼3주 운영하다 폐쇄하고 잠적했고 이후 새로운 이름으로 도박사이트를 개설하는 수법 등을 반복하며 범행을 이어갔다. 이들이 범행 기간 개설한 사이트의 수는 약 250개로 파악됐다.

    경찰은 지난해 3월 불법 도박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다는 첩보를 받은 뒤 전국에서 접수된 피해 신고 105건을 병합해 수사를 진행했다.

    다각적인 수사 끝에 서울과 광주 등 A씨 일당의 국내 은신처를 특정·급습했고 현장에서 핵심 증거 압수와 함께 이들을 검거했다.

    경찰은 압수한 현금 등 총 24억 5000만 원 상당의 범죄 수익을 환수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도 불법 도박사이트를 이용해 신고에 소극적이었지만, 이번 건의 경우 사이트가 사기 범행의 도구로 이용됐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처벌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