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역에 풍선 발견 … 정부, 항공안전법 등 활용해 처벌 착수기동대 배치·헬륨가스 단속까지 … 민간단체는 강행 예고헌재 '위헌' 결정에도 살포 금지법 재추진 … 표현의 자유 논란 재점화
  • ▲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대북전단 풍선 이미지. ⓒ뉴데일리 DB
    ▲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대북전단 풍선 이미지. ⓒ뉴데일리 DB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경고에도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가 이어지며 접경지역의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대북전단 금지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이를 근거로 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은 사실상 효력을 상실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항공안전법 등 현행 법률을 동원해 전단 살포를 우회적으로 규제하고 있으며 대체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통령 경고에도 살포 '강행' … 정부, 항공안전법 등 동원해 대응

    대북전단 살포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 14일 새벽 인천 강화도와 경기 김포 접경지역에서 전단지, USB, 과자류 등이 담긴 대형 풍선 여러 개가 발견되며 재점화됐다. 풍선은 3kg 이상 무게로 추정됐고 경찰은 이를 날린 혐의로 40대 남성 A씨를 항공안전법 위반 혐의로 붙잡아 조사를 진행했다. 수사 범위는 가담자들로도 확대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사건 직후 관계 부처에 예방책과 사후 처벌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은 전 부처에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예방 및 사후 처벌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틀 뒤인 16일 유관부처 회의를 열고 항공안전법,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고압가스안전관리법, 공유수면법 등을 통해 전단 살포 행위를 규제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아울러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구체적 적용 기준을 마련하고 필요한 법 개정도 추진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도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관계 부처 협의 하에 항공안전관리법·재난안전법·고압가스안전관리법 등 법령 위반 여부에 따라 처벌을 포함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경기지사 시절이던 2020년 7월에는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외국인 선교사의 풍선 살포를 언급하며 "현행범 체포 및 구속영장 신청, 형사처벌 후 강제추방 요청" 등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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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대북전단 풍선 이미지. ⓒ뉴데일리 DB
    ◆기동대 투입하고 헬륨가스 단속까지 … 살포 단체는 "강행" 방침

    정부의 단속 강화 방침에 따라 경찰은 접경지역에 기동대를 포함한 경찰력을 대거 투입했다. 인천경찰청은 강화대교, 초지대교 등에서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125명의 경찰을 동원해 감시를 벌이고 있다.

    경기북부경찰청도 11일부터 파주·연천 일대 31곳에 250여 명의 경찰력을 투입해 살포 차단에 나섰다.

    경찰은 헬륨가스 등도 단속 대상에 포함시키며 살포 차단에 대한 법적 근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납북자가족모임은 지난 15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서 집회를 준비하며 파티용 소형 헬륨가스를 반입했는데 경찰은 이를 재난안전법상 '위험물'로 분류했다. 내사에 착수해 입건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도 전해졌다.

    민간 단체들은 정부의 대응 강하게 반발하며 살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정부가 납북자 문제를 외면하고 억압한다면 '대북 소식지'를 계속 날릴 것이며 대통령이 피해 가족을 직접 만나 설득해야지 무조건 잡아들이라고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 ▲ 헌법재판소. ⓒ뉴데일리 DB
    ▲ 헌법재판소. ⓒ뉴데일리 DB
    ◆헌재 "대북전단 금지는 위헌" … '표현의 자유' 침해 판단

    대북전단 논란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에 있다. 헌법재판소는 2023년 9월 문재인 정부 시절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제정된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해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개정안은 전단을 살포한 이에게 최대 징역 3년 또는 벌금 3000만원을 부과하며 미수 행위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해 논란을 불렀다. 

    헌재는 "심판 대상 조항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 보장은 중대한 공익에 해당하고 국가는 남북 간 평화통일을 지향할 책무가 있으나, 표현 행위자가 받게 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은 그 표현의 의미와 역할의 중요성에 비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심판 대상 조항은 북한의 도발로 인한 책임을 전단 등 살포 행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비난 가능성이 없는 자에게 형벌을 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단 살포를 일률적으로 금지하지 않더라도 경찰의 경고나 제지, 사전 신고 및 금지 통고 제도 등을 통해 보완이 가능하다고 봤다.

    이로 인해 남북관계발전법상 처벌 조항은 효력을 상실했고 관련 혐의로 송치된 인물들도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법원의 판단도 같은 기조다. 서울고법은 지난 3월 정의당 등이 낸 '대북전단 살포 금지' 가처분 항고를 기각했다. 1심은 "북한의 도발 위험이 전국에 미친다는 이유만으로 표현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했고 2심도 1심 판단을 번복할 근거가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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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대북전단 풍선 이미지. ⓒ뉴데일리 DB
    ◆'광복절 전 통과' 목표로 대북전단 금지법 재추진

    이재명 정부는 헌재의 위헌 결정 이후에도 광복절 전까지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할 수 있도록 '대북전단 금지법'의 대체 입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17일 통일부에 따르면 헌재의 위헌 결정 이후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개정안은 모두 14건이 발의됐다. 이 중에서 13건은 대북전단 살포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법안은 전단 살포를 사전 신고나 승인제로 관리하는 내용과 함께 이를 위반하면 최대 2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등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대북 전단과 확성기 방송 중지를 요청하는 등 유화적 제스처를 이어왔으며 이번 대체 입법 역시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일부 법안에 대해선 여전히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위헌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