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옥·정명훈 이어 한국인으로는 세 번째 프랑스 '코망되르' 수훈'제1회 조수미 국제 콩쿠르' 수상자들과 전주·성남·서울·춘천서 공연
  • ▲ 소프라노 조수미가 1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5 조수미 콘서트 '더 매직, 2025 조수미와 위너들'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소프라노 조수미가 1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5 조수미 콘서트 '더 매직, 2025 조수미와 위너들'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이 훈장은 저만의 영광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영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으로 이렇게 목에 걸고 나왔다. 프랑스에서 최고의 문화예술공로훈장을 받는다는 건 음악가들에게 엄청난 영예여서 처음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랐습니다."

    소프라노 조수미(62)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진행된 '더 매직, 조수미 & 위너 콘서트' 기자간담회에서 프랑스 정부로부터 받은 최고 등급의 '코망되르' 문화예술공로훈장을 공개하며 수훈 소감과 함께 향후 계획을 밝혔다.

    조수미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파리 오페라 코미크에서 열린 수훈식에서 한국계인 플뢰르 펠르랭 전 문화 장관으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프랑스 정부가 1957년 제정한 공로 훈장은 예술과 문학 분야에서 탁월한 창작 활동을 펼치거나 프랑스 문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한다.

    훈장 종류는 1등급 코망되르(Commandeur), 2등급 오피시에(Officier), 3등급 슈발리에(Chevalier) 세 등급으로 나뉜다. 역대 한국인 수훈자로는 김종옥 전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2011년 코망되르), 지휘자 정명훈(2011년 코망되르), 영화감독 봉준호(2016년 오피시에) 등이 있다.

    조수미는 "희귀한 아리아 13곡을 모은 첫 앨범 '카니발'을 프랑스에서 발매했고, 오페라·페스티벌 등 많은 무대에 섰다. 유네스코와의 협력, 유니세프 후원 등 그간의 모든 활동을 생각해서 주신 것 같다"며 "내년이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이 되는 해여서 외교 사절로서 더욱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 ▲ 소프라노 조수미가 1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5 조수미 콘서트 '더 매직, 2025 조수미와 위너들'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소프라노 조수미가 1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5 조수미 콘서트 '더 매직, 2025 조수미와 위너들'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조성진의 한국인 최초 쇼팽 피아노 콩쿠르 우승, 방탄소년단(BTS)의 빌보드 차트 1위, 영화 '기생충' 아카데미상, 드라마 '오징어게임' 에미상,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6관왕까지…70년 전 예술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가 K-컬처 전성기를 맞았다. 한국의 문화예술이 세계 속에 찬란하게 꽃 피우기까지는 한 알의 밀알이 된 1세대 예술가들의 도전과 열정이 있었다.

    조수미는 "1983년 이탈리아에 처음 유학갔을 때 한국이 어디 있는 나라인지도 몰라 3∼4년간 엄청나게 고생했다.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여러 나라를 다니며 한국 여권을 보여주면 남한인지 북한인지 확인하느라 저 때문에 비행기 출발이 지연되기도 했다. 그런 거를 겪다 보니 대한민국이 잘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오랜 해외 활동에도 한국인이란 정체성을 잊은 적 없다. 내가 한국 사람이고 우리나라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투철한 정신이 강했다. 그것 때문에 제가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것 같다. 40년 동안 걸어온 길은 저 혼자만의 길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조수미는 2024년 프랑스 루아르 지역의 고성인 라페르테앵보 성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제1회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를 개최했다. 콩쿠르에서 입상한 바리톤 지하오 리, 테너 조르주 비르반, 테너 이기업, 소프라노 줄리엣 타키노와 함께 오는 19일 전주·21일 성남·22일 서울·24일 춘천에서 '더 매직, 조수미 & 위너스' 콘서트를 연다.
  • ▲ 왼쪽부터 소프라노 쥘리에트 타키노, 바리톤 지하오 리, 소프라노 조수미, 테너 조르주 비르반, 테너 이기업.ⓒ정상윤 기자
    ▲ 왼쪽부터 소프라노 쥘리에트 타키노, 바리톤 지하오 리, 소프라노 조수미, 테너 조르주 비르반, 테너 이기업.ⓒ정상윤 기자
    콩쿠르에 대해 "단순히 노래 잘해서 1·2·3등 순위를 매기는 콩쿠르가 아니다. 노래는 기본으로 잘하면서 뭔가 음악으로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마인드, 문화에 대한 철저한 이해심. 한마디로 준비된 스타를 찾는 대회다. 젊은 성악가들에게 노래할 기회를 최대한 많이 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에서 7개의 콩쿠르에서 우승했지만, 상과 상금을 받은 뒤에는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수상 이후에도 이들에게 뭔가 기회를 주는 게 너무 중요하다. 절대 혼자서 갈 수 없는 길"이라며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데 제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조수미 콩쿠르는 영원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수미는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을 졸업하고, 1986년 이탈리아 북트리에스테의 베르디 극장에서 오페라 '리골레토'의 '질다' 역으로 국제 무대에 데뷔한 이후 '신이 내린 목소리'라는 찬사를 받았다. 1993년 게오르그 솔티와 녹음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앨범으로 그래미상을 받았으며, 영화와 드라마 음악·뮤지컬·가요 등 다양한 음반에 참여했다.

    조수미는 내년 데뷔 40주년을 맞아 클래식부터 K팝, 뮤지컬, 국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보컬 페스티벌'을 선보일 예정이다. "제가 받은 사랑을 대한민국에게 돌려주고 싶고, 그것은 음악을 통해서만 할 수 있다. 음악으로 하나 될 수 있는 축제를 남겨드리고 싶다. 그게 제 오랜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