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2동 투표소서 한 유권자 투표 두 번 시도투표용지 반출 소동에 '지난 총선 투표지'까지 등장기표지 인증샷·투표함 재사용 등 관리 부실 도마 위선관위, 대국민 사과 … '투표지 반출 없었다' 해명
  • ▲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29일 오전 경기 화성시 동탄9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29일 오전 경기 화성시 동탄9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5월 29일 시작된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첫날부터 혼란에 휩싸였다. 

    전국 일부 투표소에서 남편 명의로 대리투표, 투표용지 반출 시도, 기표지 불법 촬영, 심지어는 선거관리원 폭행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사전투표 시스템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관리 부실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 서울 사전투표소서 '중복 투표' 의혹 … 투표소 사무원, 남편 명의로 대리투표

    사전투표 첫날부터 선거사무원이 중복 투표를 시도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선관위의 허술한 관리 체계가 강하게 도마 위에 올랐다.

    29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강남구 대치2동 소재 사전투표소에서 두 차례 투표를 시도한 유권자 A씨를 체포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확인 결과 A씨는 해당 투표소의 계약직 선거사무원이자 신원 확인 담당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과 선관위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남편의 신분증을 이용해 대리투표를 마친 뒤 오후 5시경에는 자신의 명의로 다시 투표하려다 현장에서 적발됐다. 두 번이나 투표소에 들어가는 A씨의 행동을 수상히 여긴 참관인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드러났다.

    선관위는 A씨를 즉각 해촉하고 사위(詐僞)투표죄 혐의로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수서경찰서는 중복 투표가 실제로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해 본격 수사 중이다.

    이는 신분 확인 절차나 사전투표 관리 체계에 허점이 있었음을 보여준 사건으로 분석된다. 특히 대통령선거와 같은 전국 단위 선거에서의 중복 투표 의혹은 사전투표에 대한 국민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평가다.
  • ▲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전 경기 화성시 동탄9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전 경기 화성시 동탄9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투표용지 반출 시도부터 '지난 총선 투표용지'까지 … 사전투표 현장 곳곳 '혼란'

    사전투표 과정에서 투표용지가 외부로 반출된 데 이어 투표함에서 22대 총선 투표용지가 발견되는 등 선거 부실관리 사례가 연달아 발생했다.

    사전투표 첫날인 29일에는 서울 서대문구 옛 신촌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 밖에서 투표용지와 회송용 봉투를 들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관외 선거를 위해 대기하던 일부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소지한 채 외부에서 식사를 하고 돌아왔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2차 신분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경기 부천과 김포 지역 사전투표소에서는 지난 22대 총선 당시의 투표용지가 투표함에서 발견되는 일도 벌어졌다.

    30일 오전 5시 30분께 부천 신흥동 사전투표소에서는 22대 총선 투표용지 1장이 나왔다. 발견된 용지는 부천시갑선거구 투표지인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날 김포시 장기동 사전투표소에 있는 관내 사전투표함에서 지난해 치러진 22대 총선 투표용지 1장이 발견됐다. 해당 용지에는 기호 2번 국민의힘 박진호 후보에게 기표된 흔적이 있었고, 선거관리관 직인도 확인됐다.

    이러한 혼란은 선관위가 이전 선거의 투표함을 재활용하면서도 완전한 검수·점검 없이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이 밖에도 일부 유권자들은 투표소 내에서 기표된 투표지를 촬영해 SNS에 올리는 불법행위를 저질렀고, 한 사전투표소에서는 유권자가 선거관리원을 폭행하는 사건까지 발생해 경찰이 출동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 ▲ 29일 오전 경기 화성시 동탄9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사전투표는 29일(목)부터 30일(금)까지 이틀간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사전투표소에서 진행된다. ⓒ서성진 기자
    ▲ 29일 오전 경기 화성시 동탄9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사전투표는 29일(목)부터 30일(금)까지 이틀간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사전투표소에서 진행된다. ⓒ서성진 기자
    ◆ 선관위 "사전투표 관리 부실, 국민께 깊이 사과"

    선관위는 지난 29일 서울 신촌동 사전투표소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반출 논란과 관련해 관리 부실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이날 서면 입장에서 "관외 선거인의 기표 대기줄이 투표소 밖까지 이어졌다"며 "이에 맞춰 투표용지 발급 속도를 조절하지 못했고 대기 중인 선거인 통제도 미흡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사건은 국민 상식선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유권자들에게 사과했다.

    다만 김 사무총장은 "투표용지 발급 매수와 관외 사전투표함 내 회송용 봉투 수량은 정확히 일치했다"며 "실제 반출은 없었고, 투표소 밖에서 대기하던 모든 선거인이 정상적으로 투표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선관위는 향후 사전투표와 본 선거일 투표에서는 보다 철저한 관리로 유사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