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예고로 새벽부터 출근한 시민들 "평소보다 일찍 나와"노조, 평균 연봉 7900만원 요구 … 시민 "다른 세상 이야기인가”요금 인상 우려에 "지하철·택시비 줄인상 걱정도"노조, 협상결렬·법적대응 예고 … 갈등해결 아닌 연기
  • ▲ ⓒ김상진 기자
    ▲ ⓒ김상진 기자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파업을 예고한 28일 오전 서울역 버스종합환승센터는 분주했다. 시민들은 버스를 기다리며 휴대전화와 버스 정류장에 설치된 전광판 등으로 도착 정보를 확인했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0시10분께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의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 결렬되자 첫차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조합과 사측이 전날인 27일 오후 3시부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다.

    그러나 서울 버스 파업은 이날 새벽 2시 지부장 총회 표결을 거치면서 다시 '유보'됐다. 시내버스는 첫차부터 정상 운행됐고 서울역 환승센터에도 평소처럼 버스가 차질 없이 오갔다. 교통 대란은 없었다.
  • ▲ ⓒ김상진 기자
    ▲ ⓒ김상진 기자
    ◆서울버스 파업 '예고→유보'…출근 길 혼란

    전날부터 전해진 파업 예고 소식은 이미 많은 시민들의 아침을 서두르게 만들었다. 이날 오전 6시 30분께 서울역 버스종합환승센터에서 만난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30대 여성 직장인 서모씨는 "평소 7시에 집을 나서지만 오늘은 혹시 몰라 한 시간 이른 6시에 나왔다"고 했다. 

    그는 "파업 취소됐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출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헷갈렸다"고 했다. 이어 "만약 파업이 강행됐다면 택시는 너무 비싸 지하철을 타고 갈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50대 남성 자영업자 이모씨 역시 "어제저녁 뉴스를 보고 평소보다 30분 일찍인 6시 10분께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혹시 몰라 자가용을 끌고 나올까 고민도 했지만 주차비 부담 때문에 지하철을 타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파업이 유보됐다는 소식에 대해서는 "아침에 집에서 나서면서 휴대폰을 보고 알았다"고 했다. 

    20대 남성 대학생 김모씨는 "정상화됐다는 소식을 듣고 평소와 같은 시간에 나왔지만 파업이 지속됐다면 평소보다 30분 일찍 나왔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업을 했다면 지하철을 이용할 계획이었는데 그러면 평소 1시간30분 걸리는 이동시간이 2시간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병원으로 나서는 길에 만난 60대 여성 정모씨도 "파업 소식에 새벽 5시쯤 일어났다"고 했다. 그는 "1시간 일찍 나오려고 생각했지만 아침 뉴스에서 파업 안 한다고 해서 (평소와) 비슷한 시간에 나왔다. 그럼에도 혹시 몰라 조금은 더 일찍 나왔다"고 전했다. 정씨는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멀어 (걷기) 힘들기 때문에 버스 파업에 대한 걱정이 많이 들었고 택시는 요금이 너무 많이 나올 것 같아 생각조차 안 했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파업 소식을 못 들었다"는 시민과 "파업 소식은 들었지만 평소와 같은 시간에 나왔다", "취소 뉴스를 보고 평소대로 나왔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 ▲ 2004년 이후 공무원과 시내버스 운수종사자 임금 인상 추이 ⓒ서울시
    ▲ 2004년 이후 공무원과 시내버스 운수종사자 임금 인상 추이 ⓒ서울시
    ◆"버스기사 연봉 7000만원 후반 과하다" "요금 오르면 다 죽겠다"

    이번 파업 사태의 배경이 된 버스 기사들의 임금 요구와 관련해 시민들의 솔직한 반응도 들을 수 있었다. 평균 연봉을 7000만원 후반대까지 올려달라는 노조 요구에 대해 30대 서씨는 "솔직히 일반 시민 입장에선 너무 많은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50대 이씨 역시 7000만원 후반대 연봉은 "좀 과하다"며 "다른 나라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들린다"고 언급했다. 재료비, 인건비 등 감당하기 어렵다고 다들 난리인데 7000만원 후반대 연봉은 과하다는 시각이었다.

    임금 인상 요구가 자칫 버스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30대 서씨는 "지금도 교통비 부담이 있어 기후동행카드(서울시 대중교통 정기권)를 사용 중인데 100원, 200원만 올라도 월 단위로 합하면 금방 5000원, 10000원 차이가 난다"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버스 요금이 오르면 지하철, 택시비도 같이 오를까 봐 더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50대 이씨는 "물가가 너무 오르고 경기가 어려워 다들 죽겠다고 하는데 요금까지 올리면 진짜 더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경기 체감을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소상공인인데 버스 타는 사람들도 다 그런 사람들"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20대 김씨 역시 "학생 입장에서는 요금이 오르면 부담된다"며 "지금도 교통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 ▲ 서울 시내버스 노조는 30일 오전 4시부터 준법투쟁에 돌입하고 있다. 2025.04.30. ⓒ정상윤 기자
    ▲ 서울 시내버스 노조는 30일 오전 4시부터 준법투쟁에 돌입하고 있다. 2025.04.30. ⓒ정상윤 기자
    ◆파업은 멈췄지만…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이번 파업 예고는 조합과 사측 간 임단협 협상 결렬이 배경이 됐다. 핵심 쟁점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지 여부와 이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요구다.

    사측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하고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25%의 임금 인상 효과가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버스기사 초봉은 약 5400만원, 평균 연봉은 6300만원이다. 노조 요구가 반영될 경우 평균 연봉은 7900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노조측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다는 문구를 단체협약에 넣어달라고 했으나 사측이 거부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노조는 통상임금은 법적 권리로서 교섭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사측의 임금체계 개편 요구는 대법원이 인정한 권리를 포기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노사는 전날인 27일 오후 3시부터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막판 교섭을 진행했다. 다만 끝까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이날 새벽 0시 10분께 협상 결렬이 선언됐다.

    서울지노위 조정이 무산되면서 쟁의권을 확보한 노조는 협상 결렬 직후 28일 첫차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서울 외 22개 지역 버스노조가 속한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도 임단협 결렬 시 28일 총파업을 공동 대응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노조는 이날 예정대로 총파업에 돌입할 상황이었으나 새벽 2시께 용산구 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지부장 총회 투표 결과 재적인원 63명 중 49명이 '파업 유보'에 투표하면서 입장을 번복해 파업을 미루기로 했다. 파업 대신 법적 구제 절차를 우선하고 6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시민 불편을 고려한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이날 출근길 교통 대란은 피했지만 노사 간의 근본적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노조는 소송과 노동부 진정을 통해 권리구제가 확인된 후 교섭을 재개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