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 안 촬영 금지 … 기표지 SNS 게시도 '유죄'손바닥 도장은 허용, 투표용지는 금지 … "비밀보장 목적"법원, '투표지 훼손' 유죄 판결 … 재발급도 불가2024년 선거에서도 벌금·집행유예 선고 이어져
  • ▲ 제20대 대통령선거 일인 9일 오전 서울 구로구민회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2022.03.09. ⓒ뉴데일리 DB
    ▲ 제20대 대통령선거 일인 9일 오전 서울 구로구민회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2022.03.09. ⓒ뉴데일리 DB
    오는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사전투표가 사흘 뒤인 29일부터 시작된다. 투표 독려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인증샷' 문화도 고개를 들고 있지만 투표소 안에서 투표용지를 찍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다. 기표소 내 촬영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 벌금형이 내려질 수 있다. 투표의 비밀성과 선거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규칙이라는 점에서 유권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 처벌 사례 다수 … "정치 의도 없어도 위법은 위법"

    최근에도 투표용지를 촬영했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대구지법은 지난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당시 경북 포항에서 기표한 투표지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혐의를 받는 한 30대 남성 유권자에 대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투표 비밀을 유지하고 공정한 투표 절차를 보장하려는 공직선거법 취지를 고려할 때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당시 경기 파주시 한 투표소에서 기표한 투표지를 휴대전화로 촬영한 뒤 특정 후보와 정당 SNS 계정에 사진을 게시한 혐의를 받는 한 60대 유권자에게 벌금 80만 원을 선고하기도 했다. 해당 게시물은 선관위 조사가 있은 후 바로 삭제됐음에도 법원은 게시 순간부터 법 위반이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서울 강서구에선 20대 대학생이 2023년 제8회 지방선거 사전투표소에서 자신이 교육감 후보에게 기표한 투표지를 촬영해 친구들과의 단톡방에 공유했다가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광주광역시 서구에서는 한 60대 남성이 2022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위해 마련된 사전투표소 기표소 내에서 기표한 투표지를 몰래 촬영한 뒤 400여명이 모여있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올린 혐의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법원은 "자신이 기표한 투표지를 촬영·공개해 공정하고 평온한 투표 절차를 어겨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 ▲ 제20대 대통령선거 일인 9일 오전 서울 구로구민회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2022.03.09. ⓒ뉴데일리 DB
    ▲ 제20대 대통령선거 일인 9일 오전 서울 구로구민회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2022.03.09. ⓒ뉴데일리 DB
    ◆투표소 내 촬영은 명백한 법 위반 …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 벌금"

    공직선거법 제166조의2 제1항은 "누구든지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촬영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한다. 기표소는 유권자가 타인의 시선을 차단한 채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기표소 내에서 촬영 행위가 적발될 경우 투표관리관은 해당 촬영물을 회수하고 이를 투표록에 기록해야 한다.

    위반 시 처벌도 명확히 규정돼 있다. 공직선거법 제256조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이러한 규정은 선거 매수나 강요 방지뿐 아니라 유권자의 표현이 공개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밴드왜건 효과'(동조 심리) 등을 차단하려는 목적이라고 해석된다.

    공직선거법은 이러한 촬영행위 외에도 투표소 질서를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같은 법 제163조와 제166조는 투표소 안팎 100m 이내에서 선거운동, 소란 행위, 특정 후보 지지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선거 관련 표식 착용도 허용되지 않는다. 위반 시에는 경찰의 제지나 퇴거 조치가 가능하다.
  • ▲ 제20대 대통령선거 일인 9일 오전 서울 구로구민회관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2022.03.09. ⓒ뉴데일리 DB
    ▲ 제20대 대통령선거 일인 9일 오전 서울 구로구민회관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2022.03.09. ⓒ뉴데일리 DB
    ◆인증샷은 '밖'에서만 … 기호 표시, 도장 찍기도 제한적 허용

    공직선거법 개정 이후 합법적인 투표 인증샷 범위는 확대됐지만 촬영 장소는 여전히 엄격히 제한된다. 인증샷은 반드시 투표소 건물 밖에서만 가능하며 입구 표지판이나 포토존을 배경으로 엄지척이나 브이(V) 포즈를 취하는 것은 허용된다. 손바닥이나 손등에 기표 도장을 찍는 것도 가능하다고 중앙선관위는 안내하고 있다.

    다만 인증샷에는 투표용지가 포함되어선 안 되며 특정 후보의 기호를 연상시키는 과도한 표현이나 메시지도 법적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후보자 벽보나 선전물을 배경으로 한 사진도 가능하지만 표현 수위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투표합시다" "한 표 행사했어요"와 같은 문구를 포함한 게시나 문자 전송은 제한되지 않는다.

    기표 내용을 타인에게 보여주는 행위 역시 '투표의 비밀'을 침해한 것으로 간주되며 무효표 처리될 수 있다. 공직선거법 제 167조에 따라 투표소 주변 50m 이내에서 특정 후보나 정당을 언급하며 지지나 권유를 하는 행위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 벌금형에 해당하는 위법 행위다. 이러한 규정에 따라 출구조사 역시 투표소로부터 50m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진행된다.
  • ▲ 제20대 대통령선거 일인 9일 오전 서울 구로구민회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2022.03.09. ⓒ뉴데일리 DB
    ▲ 제20대 대통령선거 일인 9일 오전 서울 구로구민회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2022.03.09. ⓒ뉴데일리 DB
    ◆투표지 훼손과 비밀 침해도 중대 범죄 … 위헌 소송도 진행 중

    기표 후 실수나 의도적 이유로 투표용지를 훼손한 경우 중대한 범죄로 간주된다. 공직선거법 제244조는 투표용지를 은닉·손괴·훼손하거나 탈취한 자에게 1년~10년 징역 또는 500~3000만원의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24년에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투표소 근무자들에게 투표용지 교체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한 20대 유권자가 투표지를 찢었다가 벌금 250만원을 선고받았으며, 같은 시기 경북 포항에서 기표를 잘못했다며 투표관리관에게 투표용지를 다시 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투표지 1매를 절반으로 찢은 50대 유권자가 벌금 25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공직선거법 제157조 제5항은 유권자가 교부받은 투표용지를 스스로의 과실로 훼손하거나 오염시킨 경우 해당 투표용지는 다시 발급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기표를 잘못하거나 실수로 용지를 훼손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투표지를 망가뜨린 뒤 교환을 요구하거나, 훼손된 채 투표함에 넣는 사례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형사처벌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편 사전투표용지에 대해 선관위가 관리관의 직인 대신 '인쇄 날인'을 허용한 규칙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헌법재판소가 본안 심리에 착수했다. 한국헌법학회 부회장을 지낸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 학장은 "인쇄 날인은 진짜 투표지가 발급됐는지를 확인하기 어렵고 유권자 이름으로 중복 투표가 가능할 수 있다"며 위헌성을 주장하고 있다.

    문제가 된 선관위 규칙은 사전투표용지에 관리관이 직접 도장을 찍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158조 제3항과 달리 이미지로 된 '인쇄 날인'을 허용한다는 점이다. 이 학장은 '인쇄 날인'의 경우 투표지가 실제로 발급된 것이 맞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고, 관리관이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하거나 날인하지 않아도 투표용지가 발급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학장은 이와 함께 효력정지가처분 신청도 제기했다. 가처분 신청서에는 사전투표가 시작되기 전인 5월 29일 이전까지 헌재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