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집 발매 앞두고 선공개곡 발매마크 "메탈은 소년 시절로 돌아가는 마법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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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메탈(Heavy Metal)의 불모지로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독보적인 음악성과 록 스피릿으로 19년째 메탈신을 지키고 있는 '다운헬(Downhell)'이 7년 만에 신곡 '사자(死者)의 서(書)'를 발매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자의 서'는 '다운헬'이 3집 발매를 앞두고 미리 선보이는 곡이다.
'다운헬'은 '백두산'과 '블랙신드롬'의 계보를 잇는 정통 헤비메탈 밴드로, 정상급 보컬리스트 마크(최효섭)가 이끌고 있다.
마크는 약관의 나이로 90년대 김경호·임재범 밴드의 각종 공연과 음반에서 두각을 나타낸 실력파 뮤지션. 무더웠던 1997년 7월 말, 무명의 김경호를 스타덤에 올려놨던 KBS '이소라의 프로포즈'에서 코러스를 하던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린 시절 록 음악 덕에 엇나가지 않았던 은혜를 갚는 것"이라며 '돈 안 되는' 헤비메탈에 천착하게 된 이유를 설명한 마크는 "저에게 헤비메탈은 순수했던 소년 시절로 돌아가게 해주는 마법 같은 음악"이라고 추어올렸다.
'다운헬'은 영미권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헤비메탈을 하자는 각오로 2006년 1집 'At The End of Death'를 발매하며 닻을 올렸다. 출발은 순조로운 듯 했다. 같은 해 6월 신해철의 '고스트 스테이션' 출연 이후 음반 주문과 문의가 쇄도했다. UFO, 에드가이, 이현석 등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부산 록페스티벌 무대에도 올랐다.
"20대 초 백두산과 블랙신드롬 같은 대선배들을 열심히 쫓아다녔는데 형님들이 기특해 하셨는지 공연이나 식사 자리에 저를 불러주시곤 했습니다. 해철 형님을 그 때 뵀지만 막내인 저는 감히 말을 붙이지 못했죠. 어느날 '다운헬' 음반을 듣고 먼저 전화를 주셔서 꿈인지 생시인지 했었죠."
이후 감우성·김수로 주연의 '쏜다(2007)' OST에 '다운헬'은 유일하게 신해철의 '싸이렌' 레이블 소속이 아닌 외부 뮤지션으로 참여했다. 녹음 당일 독감으로 고생하던 마크가 내일 하면 안 되겠냐고 하자, 신해철이 "내가 노래를 너만큼만 했으면 월드 스타가 됐을 거야. 무슨 약한 소리냐"고 말하며 격려했다고. 그 바람에 마크는 용기백배해 녹음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마크는 "해철 형님은 주로 한밤중에 전화를 하셨다"며 "요즘도 늦게 전화가 오면 혹시 형인가 하고 폰을 들여다 보게 된다"고 말했다. -
손만 내밀면 잡힐 것 같았지만 늘 성공의 문턱에서 다운헬은 좌절했다. 1집 발매 2년 만인 2008년 일본 업계 중진 레이블 '사운드 홀릭'에서 제의를 받고 음반까지 발매했지만 6개월 만에 소속사 대표가 유명을 달리하면서 모든 계획이 중단됐다.
이후 2011년 2집 'A Relative Coexistence'의 녹음을 거의 마칠 무렵 일본 최고의 메이저 음반사 킹 레코드에서 러브콜이 왔다. 킹레코드 80년 역사상 첫 한국 뮤지션, 한국어 음반 발매가 성사됐다. 심지어 자국 아티스트와 동일한 조건의 파격 대우였다. 현지 앨범 발매는 순조로웠고, 세계적인 메탈 잡지 '번'에서도 호평이 나왔다. 하지만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경제가 마비되면서 공연과 프로모션 일정이 모두 취소됐다.
이후 여타 밴드와 마찬가지로 '다운헬'에게도 경제적 어려움이 찾아왔고, 잦은 멤버 교체도 피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크는 록을 포기할 수 없었다. 프로젝트 밴드 '오르부아 미셸'로 2012년 오랜만에 KBS '탑밴드'에 출연했고, '나이트 피플', '카인드 오브 포이즌' 등 프로젝트 밴드를 이끌면서 꿋꿋이 록신을 지켰다.
'다운헬'이 7년 만에 내놓은 신곡 '사자의 서'는 속도감 있는 멜로딕 파워메탈이다. 마크는 "요즘 과도한 효과와 보정으로 인간미 없는 메탈 음반이 많은데, 저희는 사람이 연주하고 노래하는 느낌을 살리려 노력했다"며 "과연 어떤 댓글들이 달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양일국은 "유행주기가 길어야 몇 년인 아이돌, 댄스 장르와 달리 독일의 스콜피언스, 호주의 AC/DC, 미국의 메탈리카 등 정상급 록밴드들은 40~50년간 국가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군림 중"이라며 "관계 당국과 업계는 미래 국가 브랜드를 만든다는 각오로 실력있는 밴드를 육성·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