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전하고 싶었다" 학생들이 먼저 나서웹툰·심리·영상 진로 살린 고교생들의 협업3월부터 기획 … 교사 67명 얼굴 완성담임 교사 "처음 받은 제자 그림, 울컥했다"
  • ▲ 15일 경기도 의정부시 송현고등학교에서 신수연 양, 김용경 군, 김해솔 양(왼쪽부터)이 스승의 날을 맞아 자신들이 그린 교사 캐리커처 앞에 나란히 앉아 있다. 2025.05.15. ⓒ독자제공
    ▲ 15일 경기도 의정부시 송현고등학교에서 신수연 양, 김용경 군, 김해솔 양(왼쪽부터)이 스승의 날을 맞아 자신들이 그린 교사 캐리커처 앞에 나란히 앉아 있다. 2025.05.15. ⓒ독자제공
    "선생님, 이건 저희가 직접 그린 거예요."

    스승의 날인 15일 경기도 의정부시 송현고등학교에서 특별한 선물이 교사들에게 전달됐다. 고등학생 세 명이 힘을 모아 교직원 67명의 얼굴을 직접 그린 캐리커처를 제작해 선생님들에게 선물한 것이다.

    이들은 이날 오전 7시 20분부터 교내 4층 학부모회의실에 작품을 일시적으로 전시한 뒤 층별로 이동해 각 교사에게 캐리커처를 개별 전달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2학년 김용경 군을 중심으로 구성된 팀이 기획했다.

    웹툰 작가를 꿈꾸는 김 군과 각각 심리학자와 영상 연출가를 꿈꾸는 1학년 김해솔 양, 신수연 양은 진로를 살려 역할을 나누고, 진로 교사의 조언을 받아 정식 계획서를 제출하는 등 교사들로부터 사진 제공 및 작업 허락을 받아 지난 3월부터 '캐리커처 선물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김 군의 담임인 김소연 교사는 "사실 저를 이렇게 그려준 제자는 처음이었다"며 "그걸 그리느라 고생했을 아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짠했고, 너무 고마웠다"고 제자로부터 캐리커처를 받은 소감을 전했다. 그는  그림을 처음 받아본 느낌에 대해 "조금 미화해 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사실적으로 그려줘서 더 좋았다"며 "사진처럼 닮아서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김 교사는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데 실행까지 해냈다는 점이 더 대단하다"며 "담당 과목 선생님이 아닌 학교에 있는 모든 선생님을 일일이 찾아가 사진을 받고 그림을 전달한 과정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한 걸음 더 성장했을 거라고 믿는다"며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기획하고 실현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 송현고등학교 학생 김용경 군과 김해솔 양, 신수연 양이 스승의날을 맞아 각 교사의 개성과 표정을 섬세하게 담아 그린 캐리커처. 2025.05.15. ⓒ독자 제공
    ▲ 송현고등학교 학생 김용경 군과 김해솔 양, 신수연 양이 스승의날을 맞아 각 교사의 개성과 표정을 섬세하게 담아 그린 캐리커처. 2025.05.15. ⓒ독자 제공
    ◆ "처음엔 낯설었지만, 선생님들 얼굴을 그리는 시간이 가장 소중했어요"

    프로젝트를 기획한 김용경 군은 "그림으로 선생님께 감사를 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영상과 심리학을 전공하려는 친구들과 마음이 맞았다"고 말했다.

    세 학생은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처음 만나, 각기 다른 중학교를 거쳐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다시 함께하게 됐다. 김 군은 "진로 활동으로 캐리커처를 해보자고 제가 먼저 제안했고 친구들도 바로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작업은 쉽지 않았다. 처음엔 아는 선생님들부터 그림을 시작했고 사진을 요청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그는 "망설이다가 진로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계획서를 만들어 제출하라'고 하셨어요. 그 조언이 큰 도움이 됐죠"라고 과정을 설명했다. 이후 정식 계획서를 작성해 교내 전체 교직원을 대상으로 작업이 이뤄졌다.
  • ▲ 15일 경기도 의정부시 송현고등학교에서 스승의날을 맞아 교사들의 모습이 담긴 캐리커처를 그린 김용경 군이 학부모회의실에 전시된 그림들을 점검하고 있다. 2025.05.15. ⓒ독자 제공
    ▲ 15일 경기도 의정부시 송현고등학교에서 스승의날을 맞아 교사들의 모습이 담긴 캐리커처를 그린 김용경 군이 학부모회의실에 전시된 그림들을 점검하고 있다. 2025.05.15. ⓒ독자 제공
    총 67장의 캐리커처가 완성됐다. 단순한 묘사에 그치지 않고, 말투·표정·수업 스타일까지 반영해 디테일을 살렸다. 김 군은 "체육 선생님이 가장 어려웠어요. 늘 움직이셔서 포즈 잡기가 힘들었죠"라고 말했다. 심리학 전공을 희망하는 김해솔 양은 성격과 분위기 분석을 통해 그림에 감정을 더했고 영상 연출을 맡은 신수연 양은 그림을 엮어 스토리텔링을 완성했다.

    선생님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김 군은 "처음엔 '독특하다'고 하셨고 '예쁘게 그려달라'는 말씀이 많았어요"라고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프로젝트가 알려지며 교사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졌고 일부는 결과물을 손꼽아 기다리기도 했다. 그는 "기대하신다는 말씀에 더 책임감이 생겼어요. 꼭 멋진 걸 드리고 싶었죠"라고 덧붙였다.

    김 군은 "스승의 날을 그냥 지나치기 아쉬웠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감사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캐리커처 한 장 한 장에 선생님을 향한 마음을 담았다"며 "이 작업이 고등학교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