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코리아컵 16강 8경기 일제히 열려3부리그 시흥시민축구단과 대전 코레일은 1부리그 강원과 서울 상대한국 FA컵에서 칼레의 기적은 2회, 2005년 울산현대미포조선과 2019년 대전 코레일
  • ▲ K3 소속 대전 코레일과 시흥시민축구단이 K리그1 서울과 강원을 코리아컵 16강에서 만난다.ⓒ대한축구협회 제공
    ▲ K3 소속 대전 코레일과 시흥시민축구단이 K리그1 서울과 강원을 코리아컵 16강에서 만난다.ⓒ대한축구협회 제공
    '칼레의 기적'을 알고 있는가. 

    축구팬들이라면 모를 수 없는, 세계 축구계에서 상징적인 '언더독의 반란'이다. 1999-20시즌 정원사, 수리공 등 순수 아마추어로 구성된 프랑스의 4부리그 클럽 칼레의 동화 같은 이야기다. 

    프랑스 북부의 인구 10만의 작은 해안 도시 칼레는 프랑스 축구에서 그 어떤 영향력도, 존재감도 없는 팀이었다. 이런 팀이 '쿠프 드 프랑스(프랑스 FA컵)'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세상을 놀라게 했다. 

    16강에서 프링스 리그1(1부리그) 소속 AS 칸을 무너뜨렸고, 8강에서 스트라스부르를 꺾었고, 4강에서 보르도를 격침시키며 결승에 올랐다. 프랑스는 난리가 났다. 프랑스 대통령까지 결승전 경기장에 찾을 정도였다. '칼레의 기적'은 결승에서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낭트와 결승에서 1-2로 패배했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의 표본. 준우승에도 그들은 세계적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한국판 '칼레의 기적'도 있다. 한국의 FA컵(현 코리아컵)에서도 하위리그가 상위리그를 무너뜨리고 결승까지 오른 마법의 순간이 있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첫 번째는 2005년. K리그에 승강제가 없었던 당시 지금으로 보면 3부리그 격인 내셔널리그 소속 울산현대미포조선이 주인공이다. 32강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격파한 것을 시작으로 16강 대전 시티즌, 8강 포항 스틸러스, 4강 전남 드래곤즈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울산현대미포조선이 꺾은 모든 팀이 최상위 리그인 K리그 소속이었다. 

    울산현대미포조선의 기적에 한국 축구는 들썩였다. '칼레의 기적'과 같이, 이 마법같은 이야기는 우승으로 끝나지 않았다. 울산현대미포조선은 결승에서 전북 현대에 무릎을 꿇으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렇지만 그들의 동화가 같은 도전은 한국 축구에 큰 울림을 선사했다. 

    두 번째 주인공은 2019년에 등장했다. 대전 코레일이다. 그들도 내셔널리그 소속이었다. 

    대전 코레일은 32강에서 K리그1(1부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던 울산 현대를 꺾었고, 16강에서 K리그2(2부리그) 소속 서울 이랜드를 잡았다. 8강과 4강에서 모두 최상위 리그에 있는 강원FC와 상주 상무를 침몰시켰다. 대전 코레일이 대망의 결승에 오른 것이다. 

    역시나, '칼레의 기적'은 우승을 허락하지 않았다. 정상 앞에 멈춰서 더 감동적이고, 아름다우며, 의미기 큰 지도 모르겠다. 대전 코레일은 FA컵의 강호 수원 삼성을 결승에서 만났고, 큰 벽을 넘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큰 박수를 받았다. 한국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감동적으로 장식했다. 

    14일 코리아컵 16강 8경기가 일제히 펼쳐진다. 많은 축구팬들의 시선을 사로 잡고 있는 2경기가 있다. 또 다른 '칼레의 기적', 한국판 3번째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다. 3부리그 2팀이 1부리그 2팀과 격돌한다. 

    박승수 감독이 이끄는 K3 소속 시흥시민축구단이 K리그1 강원을 상대한다. 강원은 지난 시즌 K리그1 준우승 팀이다. 시흥시민축구단은 앞선 경기에서 상위리그 소속인 K리그2 성남FC와 화성FC를 연이어 잡고 16강에 올라섰다. 구단 최초의 16강 진출이다. '칼레의 기적' 예열을 마친 셈이다. 2부리그 2팀을 꺾은 시흥시민축구단이 처음으로 1부리그와 맞대결을 펼친다. 

    시흥시민축구단은 지난 시즌 K3 '챔피언'이다. 올 시즌에도 리그에서 3위를 기록하며 올해도 순항 중이다. 강원에서 데뷔해 친정팀을 상대하는 주장 안수민을 비롯해 리그 4골로 팀 내 최다득점자인 이래준, 과거 KBS 프로그램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에 출연하며 화제를 모은 오성진, 지난해 K3리그 베스트11 골키퍼인 김덕수 등이 주요 선수다.

    공교롭게도 상대 강원의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다. 지난 K리그1 13라운드에서 김천 상무에 0-4 참패를 당했다. 또 김병지 강원 대표 논란이 거세다. 이런 혼란을 틈타 시흥시민축구단의 기적이 힘을 낼 수 있다. 장소는 강릉종합운동장이다. 

    또 한 팀은 '칼레의 기적' 경험을 가진 팀이다. 한 번 해봤으니 두 번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바로 6년 전 결승에 오른 K3 대전 코레일이다. 김찬석 감독이 이끄는 대전 코레일은 인천서곶SM(K5)을 잡은 뒤 상위리그인 충북청주FC(K리그2)를 격파했다. 이어 남양주시민축구단(K4)을 넘고 16강에 안착했다. 

    특히 2019년 준우승 멤버인 현 부주장 김정주와 이관표가 올 시즌 대전 코레일에 다시 합류한 점이 흥미롭다. 두 선수 모두 주축이었던 것과 더불어 김정주는 당시 주장으로 결승전을 밟았기에 16강을 앞두고 소위 말하는 '위닝 멘탈리티'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김정주가 올 시즌 리그에서 도움 공동 1위(3개), 성정윤이 득점 1위(6골)를 달리는 점도 긍정적이다.

    대전 코레일의 16강 상대는 K리그1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FC서울이다. 공교롭게도 서울의 최근 분위기 역시 좋지 않다. 극도의 골결정력 부재를 겪으며 하락세를 타고 있다. 서울은 최근 7경기 무승 행진(4무 3패)을 달리고 있다. 대전 코레일에 있어서는 절호의 기회다. 장소는 대전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이다. 

    프로와 아마가 총망라된 FA컵은 이변이 가장 많이 연출되는 대회다. 또 이변이 가장 많이 연출되는 스포츠 중 하나가 축구다. 축구팬들은 강팀이 승리하는 당연한 공식을 즐기면서도, 약팀이 반전을 이뤄내는 당연하지 않은 공식에도 열광한다. 후자에 더 열광할 때도 있다. FA컵이 열릴 때마다 언더독의 감동적인 여정을 기대하는 이유다. 한국 축구는 역대 3번째 '칼레의 기적'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