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하이브 갈등 장기화전속계약·지배구조·IP 주도권까지 쟁점 확산
  • ▲ 걸그룹 뉴진스가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역센터에서 개최한 '전속계약 해지'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걸그룹 뉴진스가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역센터에서 개최한 '전속계약 해지'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걸그룹 '뉴진스(NewJeans)'를 둘러싼 전속계약 분쟁이 단순한 소속사 내부 갈등을 넘어, K팝 산업의 권력 구조와 계약 관행 전반을 흔드는 사건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번 사안은 멤버들이 소속 레이블 어도어(ADOR)와 모회사 하이브(HYBE)를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갈등은 경영권 분쟁과 맞물리며 급격히 격화됐고, 이후 계약 유효성 및 활동 권한을 둘러싼 법적 대응으로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단순한 아이돌 그룹 분쟁이 아니라 K팝 시스템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전속계약 해석을 둘러싼 다툼이지만, 그 이면에는 지배구조와 IP(지식재산권), 그리고 수익 배분 구조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특히 하이브가 구축해 온 '멀티 레이블 체제'는 창작 자율성을 보장하는 모델로 평가받아 왔지만, 동시에 모회사와 산하 레이블 간 권한 경계가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 문화산업 관계자는 "멀티 레이블은 독립성과 통제를 동시에 추구하는 구조"라며 "성장기에는 효율적으로 작동하지만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순간 권력의 주체가 불분명해지는 문제가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법적 쟁점 역시 단순하지 않다. 핵심은 전속계약 유지의 전제가 되는 '신뢰 관계'가 실제로 붕괴됐는지 여부다. 

    국내 판례에서 연예인 계약 분쟁은 계약 조항 위반뿐 아니라, 당사자 간 신뢰가 회복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왔다. 

    현재 양측이 가처분 신청과 반박을 이어가며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만큼, 이번 판단은 향후 K팝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한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계약서 문구 해석을 넘어, '누가 아티스트 활동의 최종 결정권을 가지는가'라는 본질적 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분쟁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K팝 산업의 성장 방식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K팝은 장기간의 트레이닝 시스템과 전속계약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확장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아티스트의 브랜드 가치와 창작 기여도가 높아지면서 기존 '회사 중심 구조'와의 긴장이 커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K팝 아티스트 개인 브랜드 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5년 사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독립적 IP'로서 아티스트의 위상이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해외 시각에서도 이번 사안을 주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BBC 등 주요 외신은 K팝 산업을 '고도로 체계화된 동시에 내부 권력 충돌 가능성이 높은 구조'로 분석하며, 뉴진스 사태를 그 대표적 사례로 언급했다. 특히 한 외신은 "K팝의 성공을 만든 시스템이 동시에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산업 모델의 전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간 긴장도 뚜렷하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대규모 투자 회수와 IP 보호가 핵심 과제인 반면, 아티스트 측은 활동 자율성과 정산 구조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팬덤 역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글로벌 팬들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의견을 표출하며 여론 형성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있고, 이는 분쟁의 방향성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이제 계약 문제는 내부 협상으로 끝나지 않는다"며 "글로벌 팬덤의 반응까지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일 그룹의 갈등을 넘어, K팝 산업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구조적 충돌'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만약 아티스트 측 주장이 일정 부분 인정될 경우, 전속계약 기간·활동 권한·수익 배분 구조 전반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반대로 기획사의 권한이 유지될 경우, 현행 시스템은 더욱 공고해지되 유사 분쟁의 반복 가능성도 남게 된다.

    이처럼 뉴진스 사태는 '누가 K팝을 움직이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자본과 시스템, 그리고 아티스트 개인의 권한이 어떻게 균형을 이룰 것인지에 따라 K팝의 다음 10년이 결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분쟁은 단순한 사건을 넘어 산업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분기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