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유언 공개, 2022년 6월 미리 작성생전 사랑했던 산타마리아 대성전 내 위치 지정삼중관 없애고 목관 하나로…검소한 성품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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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녀들이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한 묵주 기도회에서 기도하고 있다. 250310 AP/뉴시스. ⓒ뉴시스
검소한 성품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이 아닌 로마 성당의 장식 없는 무덤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교황청이 21일(현지시각) 밝혔다.AP·AFP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청은 교황이 2022년 6월29일 작성한 유언에서 로마의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의 지하에 특별한 장식 없이 간소한 무덤에 묻어달라고 요청했다고 이날 공개했다.교황은 유언에서 "나의 세속적 삶의 일몰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영원한 삶의 생동감 있는 희망과 함께 나의 매장 장소에 대해서만 유언을 남기고 싶다"고 희망했다.그러면서 "나의 육신이 부활의 날을 기다리며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서 쉬도록 하기를 요청한다"고 당부했다.교황은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전 내 무덤의 위치를 정확히 지정했으며 이를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해 도표까지 첨부했다. 또 장례식 비용은 미리 마련됐다고 강조했다.교황은 무덤이 반드시 지하에 있고 단순해야 하며 특별한 장식 없이 오직 자신의 라틴어 교황명(Franciscus)이 적힌 비문만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교황은 유언장에서 "나의 삶에 걸쳐 그리고 사제이자 주교로서 사목(司牧)하는 동안 나는 언제나 주님의 어머니인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자신을 의탁했다"고 삶을 회고했다.이어 "나의 속세의 마지막 여정이 내가 언제나 사도 순방의 시작과 끝에 들렀던 이 고대 마리아 성당에서 끝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그러면서 "나를 사랑했고 계속 나를 위해 기도할 모든 이들에게 주님이 합당한 보상을 내리기를 기원한다"며 "내 인생의 마지막 부분을 장식한 고통을 세계의 평화와 사람들간의 우애를 위해 주님께 봉헌한다"고 유언장을 끝맺었다.교회 관례에 따르면 장례는 통상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치러지며 선종일로부터 4~6일 내로 안장된다. 이에 따라 장례식은 25~27일 사이에 치러진다고 교황청 대변인이 밝혔다.BBC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100여년 만에 바티칸이 아닌 장소에 안장되는 첫 교황이 되며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안장되는 교황으로는 1669년 이후 처음이 된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전임 교황은 사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 안장됐다.교황이 매장지로 꼽은 산타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은 성베드로 대성당, 성요한 라테라노 대성당, 성바오로 대성당과 함께 4대 대성전으로 꼽힌다. 성모마리아에게 봉헌된 최초의 성당으로 알려져 있다.프란치스코 교황이 사랑했던 성당으로, 자주 방문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3년 즉위한 지 만 하루가 되기 전에 이 대성전에 있는 유명한 성모마리아 성화 앞에서 기도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고, 생전 인터뷰에서 이곳에 묻히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이를 위해 교황은 사후 바티칸 외부에 안장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지난해 교황청이 발표한 교황 장례 개정 전례서에는 교황의 시신을 안치하는 관을 삼중관에서 목관 1개로 줄이는 등 교황 장례 예식을 대폭 간소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역대 교황의 시신은 사이프러스관, 아연관, 참나무 관에 삼중으로 밀봉됐다.앞서 교황청은 이날 저녁 바티칸 내 교황의 거처인 산타마르타의 집에서 입관이 이뤄지고, 이르면 23일 오전 성베드로 대성당으로 옮겨져 일반 조문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22일 교황 선종 후 처음 열리는 추기경단 회의에서 장례와 관련된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이날 19시30분(한국시각 22일 오전 2시30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는 선종한 교황을 위한 첫 공개 추모행사인 묵주기도가 수많은 신자가 모인 가운데 열렸다.교황은 최근 폐렴으로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해 회복하던 중 이날 오전 88세로 선종했다. 교황청은 뇌졸중과 그에 따른 회복 불가능한 심부전을 사인으로 발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