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 "아칸호 상징 '마리모' 개체수 100분의 1로 감소"1952년 특별천연기념물 지정에서 보존·관리 실패
  • ▲ 공 모양 녹조인 '마리모'.ⓒ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 공 모양 녹조인 '마리모'.ⓒ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일본이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의 디자인(Designing Future Society for Our Lives)'을 주제로 2025년 오사카 엑스포 개최 중인 가운데, 정작 자국 천연기념물조차 제대로 보존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요미우리신문은 홋카이도 아칸호의 상징인 마리모(공 모양 이끼)가 지난 120년간 최대 100분의 1 수준으로 개체 수가 줄었다는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도호쿠대학과 구시로 국제습지센터 등의 공동 연구진은 호수 바닥 퇴적물에 남은 DNA 분석을 통해 1900년대 초까지 풍부했던 마리모가 1950년 전후 급격히 감소했으며, 이후에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마리모가 단순한 수초가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마리모를 192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1952년에는 '특별천연기념물'로 격상시켰다. 마리모 개체수 감소는 이 같은 법적 보호 조치가 이뤄진 지 70여 년이 지났음에도, 실제 생태계 복원과 보존은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산림 벌채로 인한 탁수 유입과 수력발전소 건설에 따른 수위 변화가 마리모 감소의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비록 1950년대 이후 수질 개선과 산림 복구 노력이 있었지만, 이미 망가진 생태계는 되돌리기 어려웠다. 

    특히 연구팀은 마리모 개체 수 감소뿐 아니라, 대형 마리모의 크기도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경고했다. 이는 생장 환경이 악화됐음을 나타내며, 수초 과다 번식 등 최근 등장한 생태계 교란 요인들이 추가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현실은 일본 정부가 주최하는 2025 오사카 엑스포의 슬로건과도 묘한 대조를 이룬다. 엑스포는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의 디자인'를 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자국 내 대표 자연유산인 마리모조차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며 환경 보전 의지에 의문을 남기는 민망한 상황이 됐다.

    연구팀 일원인 와카나 이사무 구시로 국제습지센터 연구원은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칸호를 본래 모습으로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될 소중한 결과를 얻었다"며, "보전 체계의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