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세청 수장 임명 둘러싼 갈등에 베선트 장관 손 들어줘관세 정책에도 머스크 의견 반영 안돼…국방부 방문도 막혀
  •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실세로 군림해왔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백악관 내 존재감이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다. 국세청장 직무대행 인선을 둘러싼 갈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가 아닌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손을 들어주면서, 머스크의 영향력에 본격적인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보도에서 "머스크는 지난 몇 주간 백악관 내에서 연이어 좌절을 겪었다"며 "그의 전방위적 영향력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는 지난 15일 국세청장 직무대행으로 보수진영의 '스타 감사관'인 게리 섀플리를 전격 임명했다. 그러나 이 인사는 재무부와 사전 협의 없이 백악관을 통해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고, 재무부 수장인 베선트 장관은 이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베선트 장관은 18일 섀플리를 교체하고, 자신의 측근이자 재무부 부장관인 마이클 포켄더를 새 국세청장 대행으로 임명했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국세청에 대한 신뢰가 회복돼야 하며, 포켄더가 그 적임자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NYT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베선트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설득해 머스크의 인사를 뒤집은 것"이라며, "이번 충돌은 머스크가 고위 당국자들을 건너뛰고 직접 백악관에 인사를 관철시키려다 제동이 걸린 대표 사례"라고 평가했다.

    머스크는 이후 엑스에서 극우 성향의 인플루언서가 베선트 장관을 비판한 게시물에 "문제가 된다(Troubling)"는 댓글을 달며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가 아닌 베선트의 손을 들어줬다.

    국세청을 둘러싼 갈등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 권력 지형 변화의 단면이라는 분석이다. 머스크는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부 혁신 파트너'로 부상하며 정치적 입지를 확대했지만 관세 정책, 국방부 보고, 주요 인선 등에서 연이어 좌절을 겪고 있다. 그가 '멍청이'라고 비난했던 트럼프의 관세 책사 피터 나바로의 정책이 관철됐고, 머스크가 후원한 위스콘신 대법관 선거 보수 후보는 낙선했다. 국방부 방문도 트럼프 지시로 직전 취소됐다.

    정책 실패와 함께 머스크의 정치적 존재감도 옅어지고 있다. 첫 백악관 각료회의에서는 사실상 독무대를 펼쳤던 그가, 최근 회의에서는 짧은 발언에 그쳤고 엑스에서의 활동량도 급감했다. NYT는 "주연급 에너지가 넘쳤던 머스크의 모습은 근래 보기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머스크에 대한 우호적 기조는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사석에서 "머스크가 몇몇 실수를 저질렀지만, 자신과 협력하며 테슬라에 대한 공격을 견뎌낸 점에 깊이 감사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