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관세 부과로 국가 신뢰도 갉아먹어"올 들어 달러인덱스 하락률, 1995년 이후 최악"국가부채, 5경 초과…관세 몽둥이가 부메랑 될 것"로이터 조사, 경제학자들 美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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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중국 무역갈등.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對)중국 경제·무역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관영매체를 통해 미국의 막대한 국가부채를 지적하면서 무역전쟁 확전의 피해는 결국 미국이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0일 '경제적 괴롭힘으로 미국 국가 신뢰도가 손상입는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이어 "미국 정부가 국제시장에서 저금리로 빚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미국 정부에 대한 신뢰도에 기반한 달러의 안전자산 지위 덕분이었다"며 "미국이 무역전쟁을 무리하게 확대하면 달러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중국 관영매체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을 비판하면서 국제 무역질서 파괴 등 원론적 책임을 강조해 접근한 것이 아닌 미국 달러의 위상 자체를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실제 최근 달러화 가치는 급락하고 있다.유로화 등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DXY)는 16일(현지시각) 전장대비 0.77% 내린 99.38을 나타냈다. 이는 2022년 4월 이후 최저치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월1일부터 4월15일까지 달러인덱스 하락률은 7.69%로, 1995년(-7.88%) 이래 40년 만에 최악이라고 보도했다. 16일에도 달러화가 급락해 올해 연중 하락률은 8.5%로 커졌다.달러화 가치 하락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 변화로 인한 미국 경제의 피해에 의문을 일으키고 금융시장 혼란 상황에서 달러화가 피난처로 남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고 WSJ은 보도했다.인민일보는 또 "(미국은) 최근 무분별한 관세 부과로 미국 주식시장, 채권시장, 외환시장에 패닉을 불러왔다"며 "이렇게 신뢰도를 다 끌어다 쓰는 행위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달러 자산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고 꼬집었다.이어 "현재 36조달러(약 5경1177조원)에 달하는 미국 국가부채 가운데 올해 만기도래 예정인 금액은 9조2000억달러(약 1경3078조원)"라며 "미국이 고집스럽게 무역전쟁을 확대해 (국가 신뢰도가 하락하면) 기존 부채를 갚기 위해 새로운 빚을 내는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인민일보는 세계적 경제학자인 토머스 프리드먼이 "나는 방금 미래를 봤다, 그것은 미국에 있지 않다"라고 쓴 뉴욕타임스(NYT) 칼럼 제목을 인용하면서 "주변국을 희생시키는 경제적 괴롭힘은 결국 스스로를 해치는 정치적·경제적 위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관세전쟁 충격은 미국 소비자들이 영수증을 통해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며 미국 내 인플레이션은 불가피한 결과"라면서 "역사는 미국이 휘두르는 관세 몽둥이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부메랑이었음을 증명할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4일부터 17일까지 101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 내년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은 지난달 25%에서 45%로 치솟았다. 이는 2023년 12월 이후 최고치다.이번 조사에서 '1년 내 경기침체 가능성이 클 것'으로 답한 이들(45명)은 모두 관세가 기업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으며 거의 절반이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했다.최근 몇달간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추고 인플레이션 예상치는 크게 높였다. 이번 조사에서도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달 전망치인 2.2%보다 크게 하향 조정된 1.4%에 불과했다.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은 1.5%로 예상, 3월 여론조사에서 예상했던 2.0%보다 훨씬 낮았다.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 지표에 대한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적어도 2027년까지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BNP파리바의 미국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제임스 에겔호프는 "관세 관련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미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라면서 "이러한 불확실성은 성장을 저해하고 인플레이션을 높이며 지속해서 꼬리 위험(tail risk, 거대한 일회성 사건이 자산 가치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는 리스크)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