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출통제 맞춰 개발한 중국 向 모델美 "中 슈퍼컴퓨터 사용 우려"…새 수출 라이선스 적용이번 분기에만 비용 7.8조원…5천억달러 투자 약속에도 통제 못 피해
  • ▲ 'H20' 수출제한 조치를 받은 엔비디아. 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
    ▲ 'H20' 수출제한 조치를 받은 엔비디아. 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
    'AI 열풍' 최대 수혜기업인 미국 엔비디아가 중국용으로 판매하는 AI 반도체에 대한 새로운 수출통제로 이번 분기에만 55억달러(약 7조8336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수출용으로 개발된 AI 반도체인 'H20'을 판매하려면 라이선스(허가증)가 필요하다고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에 통보했고, 엔비디아는 이로 인해 55억달러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15일(현지시각) 오후 늦게 엔비디아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9일 H20 칩이 중국 슈퍼컴퓨터에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중국으로 수출하려면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후 14일 이러한 라이선스 제약은 무기한 적용될 것이라고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에 확인했다.

    엔비디아는 SEC 서류에서 "이번 분기 실적에는 재고, 구매 약정 및 관련 준비금에 대한 H20 제품과 관련해 최대 약 55억달러의 비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이번 회계 분기는 4월27일 끝난다. 미국 정부의 중국 수출 단속 소식에 엔비디아의 시간 외 주가는 6% 넘게 급락했다.

    미국 상무부는 엔비디아의 H20과 더불어 경쟁사인 AMD의 MI308 및 동급 칩에 대한 새로운 수출 라이선스가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상무부 대변인은 "국가 및 경제안보를 지키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H20은 현재 중국에서 판매 중인 엔비디아 칩 중에서 가장 진보된 제품이다. 중국 외 지역에서 판매되는 엔비디아의 칩만큼 AI 모델 훈련 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AI 모델이 사용자에게 답을 제공하는 추론 단계에서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추론은 AI 칩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부문이다.

    H20의 경우 컴퓨팅 성능은 낮지만, 메모리 칩과 다른 컴퓨팅 칩에 고속으로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여전히 높다. 이러한 메모리 및 연결성 측면은 중국에서 슈퍼컴퓨터를 구축하는 데 H20이 유용할 수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워싱턴 D.C.의 초당파적 싱크탱크인 진보연구소는 15일 로이터통신에 "(중국 기술 대기업) 텐센트는 대규모언어모델(LLM) 훈련에 사용되는 시설에 H20을 설치했는데, 이는 특정 임계값을 초과하는 슈퍼컴퓨터에서 칩 사용을 제한하는 기존 규정을 위반한 것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슈퍼컴퓨터 역시 미국의 기존 규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도 덧붙였다.

    미국은 2022년부터 중국에서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칩 판매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엔비디아 칩을 이용해 극초음속 무기 개발부터 핵무기 모델링까지 모든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를 성공적으로 구축해 군사 무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수출 제약을 위반하지 않는 수준으로 개발한 H20 칩을 중국에 판매했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 정부가 H20 칩 판매에 대해서도 라이선스를 요구하면서 제약을 받게 됐다.

    H20 칩에 대한 단속은 미국이 중국에 압박을 더욱 높이기 위해 관세 및 기타 무역장벽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설명했다. AI 붐의 중심에 있는 칩 설계업체인 엔비디아가 미·중간 지정학적 긴장에 어떻게 노출돼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미국에 막대한 투자금을 약속했지만, 추가 수출통제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엔비디아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현지 제조 추진에 발맞춰 대만 반도체 TSMC 등과 같은 파트너의 도움을 받아 향후 4년간 미국에서 5000억달러 상당의 AI 서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인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아가 트럼프 대통령과 식사를 하고 1월에는 백악관에서도 회동했다.

    한편 H20은 미국의 대(對)중국 수출제한 강화 이후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만든 첨단 그래픽처리장치(CPU) 가운데 하나다. 중국에 합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최고급 사양 AI 칩이다.

    H20에는 기존에 4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3 제품이 탑재됐다가 최근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면서 SK하이닉스 등 일부 업체가 공급하는 5세대 'HBM3E 8단'이 탑재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아직 해당 공급망에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