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도 3.67% 이하' 2015년 합의 수준 시사 하루 만에 강경 선회"강력하고 공정한 합의 만들 것…핵농축-무기화 중단하고 제거해야"
-
- ▲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시설에 대한 공격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이란에 핵 협상을 압박하는 가운데 협상 대표인 미국의 중동특사가 이란에 대한 저농축 허용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15일(현지시각) 하루 만에 번복했다.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는 이날 엑스(X, 옛 트위터)에 게재한 입장문에서 "이란과의 협상은 그것이 트럼프식 협상일 때만 완료될 것"이라며 "이란은 핵농축 및 무기화 프로그램을 반드시 중단하고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최종 합의는 중동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위한 틀을 설정해야 한다"면서 그 조건으로 핵 프로그램 폐기를 들었다.이어 "전세계를 위해 지속할 수 있는 강력하고 공정한 합의를 만드는 것이 필수"라며 "그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내게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앞서 위트코프 특사는 전날 밤 방영된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핵 협상 목표로 핵 프로그램 전면 폐기가 아닌 우라늄 농축 제한을 제시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그는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대화는 2개의 핵심포인트에 대한 것"이라며 "하나는 농축에 대한 것으로, 그들은 3.67%를 넘겨 (우라늄을) 농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이란 정부 주장대로 우라늄 농축이 민간 핵 프로그램을 위한 것이라면 3.67%를 초과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언론은 이란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를 언급하지 않고, 3.67% 순도 제한만 거론한 것에 주목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 방향이 폐기가 아닌 '농축 제한'을 향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협상의 두 번째 포인트에 대해서는 "농축 프로그램과 무기화에 대한 검증"이라며 "여기에는 그들이 비축하고 있는 미사일, 폭탄 기폭장치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
- ▲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특사의 엑스 갈무리. ⓒ연합뉴스
위트코프 특사가 언급한 농축률 3.67%는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 폐기했던 버락 오바마 정부 주도의 '이란 핵 합의(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상의 농축 제한과 같다.앞서 이란은 2015년 미국·영국·중국·프랑스·독일·러시아와 핵 합의를 체결해 우라늄 농축도를 3.67% 이하로 제한하고 탄도미사일 개발을 8년간 중단하는 조건으로 경제 제재를 해제 받은 바 있다.하지만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핵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대(對)이란 제재를 복원하며 사실상 핵 합의가 무산됐고, 이란은 우라늄 농축도를 60%까지 늘렸다. 무기화가 가능한 90% 수준에 멀지 않은 수치다.위트코프 특사의 농축 제한 언급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해 이스라엘의 강경파가 추구하는 이른바 '리비아식 합의'와는 거리가 있다.'리비아식 모델'은 먼저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면 보상이 이뤄지는 형식이다. 2005년 리비아가 핵 폐기 완료를 선언하자 미국은 검증을 거쳐 2006년 6월 리비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경제 제재를 해제했다.'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은 핵 개발에 필요한 물질과 장비, 자료 등을 넘기고 비핵화 검증 뒤 보상하는 방식이다.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이튿날인 8일 영상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 동의한다"며 "이는 리비아 방식 합의를 통해야만 한다"고 거듭 말했다.그는 리비아 방식과 관련, "미국의 감독과 실행으로 모든 시설을 폭파하고 모든 장비를 해체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때문에 위트코프 특사의 전날 발언은 곧 미국 내 강경 보수층과 이스라엘의 반발을 샀고, 결국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보인다.다만 위트코프 특사 측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위트코프 특사의 발언이 바뀐 이유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한편 재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첫 임기 때 시행했던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전략을 다시 가동하며 새로운 핵 협상으로 이란을 강도 높게 압박하고 있다.그는 전날에도 이란의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택지에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군사적 타격도 포함되는지를 묻는 말에 "물론 그렇다"라며 "만약 우리가 뭔가 거칠게 해야 한다면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다. 미국을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위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협상 목표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는 없다.미국과 이란은 12일 오만에서 첫 협상을 진행했다. 19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2차 회담을 열어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