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안보품목은 상호관세 대신 품목별 관세 부과 전자제품 등 관세 '완전 면제' 기대 사라져"트럼프, 빨간불 파란불 놀이"…FT "美 경제 신뢰성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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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 세계 주요 교역상대국에 상호관세 부과하되,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에 대해서는 상호관세를 면제하고 품목별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에 따라 삼성 등 우리 기업들은 관세 완전 면제는 힘들어지게 됐다.하지만 관세를 놓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계속되면서 시장 혼란은 심화하고 트럼프 정부와 미국에 대한 신뢰 또한 계속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관세 정책 혼선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상호관세 면제 품목을 공지하면서 시작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별 상호관세를 선언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주요 전자부품을 관세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면제 품목에는 트랜지스터, 집적회로, SSD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전략 품목이 대거 포함됐다.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고율 관세 기조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 아니냐는 기대 섞인 분석도 나왔다.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13일 반도체는 품목별 관세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상호관세와 중첩되지 않도록 했을 뿐 반도체 등 국가 안보에 중요한 품목에는 상호관세와 별개로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이날 ABC뉴스 인터뷰에서 CBP의 상호관세 제외 공지에 대해 "그 제품들은 상호관세를 면제받지만, 아마 한두 달 내로 나올 반도체 관세에 포함된다"고 밝혔다.러트닉 장관은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는 목적은 국가 안보에 중요한 품목의 생산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는 것"이라면서 "품목별 관세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건 영구적인 성격의 면제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저 이런 것은 다른 나라들이 협상해서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한 것이다. 이런 것은 국가 안보이며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무역확장법) 232조 대상 품목은 늘 (상호관세에서) 제외됐었다"면서 "예를 들어 반도체는 많은 국방 장비에 중요한 핵심 부품인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결정하는 반도체 232조 조사를 진행해 그런 것들을 면밀히 파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반도체의 상호관세 제외가 즉흥적인 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서명한 상호관세 행정명령에 이미 포함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행정명령에는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자동차부품, 구리, 의약품, 반도체, 목재, 특정 핵심광물, 에너지와 에너지 제품은 상호관세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됐다.이런 품목은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이미 25% 관세를 부과했거나, 현재 232조 관세 조사를 진행하고 있거나, 앞으로 진행할 품목이다.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등 적절한 조치를 통해 수입을 제한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232조를 활용해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현재 구리와 목재에 대해 232조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반도체, 의약품, 특정 핵심광물에 대해서도 조사를 예고해왔다.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를 지시하면 상무부 장관은 270일 내로 해당 수입이 안보를 저해할 위험이 있는지, 있다면 위험을 어떻게 완화할지를 권고하는 보고서를 대통령에 제출해야 한다.이후 대통령은 90일 이내로 상무 장관의 결론에 동의하는지, 장관이 권고한 수입 규제 등의 조치를 이행할지 결정해야 한다.그러나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관세 정책의 방향성과 일관성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 코리 부커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신뢰성의 위기에 처했다"며 "전 세계가 미국을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혼돈"이라며 "트럼프가 관세를 가지고 '빨간불 파란불 놀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이 같은 정책 혼선은 외국 자본의 미국 이탈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 보도에서 캐나다와 덴마크의 주요 연기금들이 미국 사모펀드 투자 축소 또는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정책이 세계 자본 흐름에 실질적인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무역정책은 더 이상 관세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이번 사태는 세계 최대 경제국에 대한 신뢰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