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車 관세 완화 조치 등 '특별한 대우' 요구"방위비 등 통상 이슈 외 분야 논의하지 않아"
  • ▲ 정인교(오늘쪽) 통상교섭본부장과 그리어 미국무역대표.ⓒ연합뉴스.
    ▲ 정인교(오늘쪽) 통상교섭본부장과 그리어 미국무역대표.ⓒ연합뉴스.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고, 기본관세율 10%만 적용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9일(현지시간)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이번 유예 조치는 관세 협상을 이어가면서 우리 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긍정적 신호"라고 말했다.

    다만 정 본부장은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1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우리 기업의 대중 수출뿐 아니라, 중국산 제품이 한국 등 제3국으로 우회 수출되는 ‘풍선효과’ 가능성도 있어, 피해 최소화를 위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풍선효과’란 대미 수출이 막힌 중국산 제품이 한국 등 인근 국가로 대거 유입돼 시장을 교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정 본부장은 미국 측과의 협의 결과, 향후 통상협상은 미국무역대표부(USTR), 재무부, 상무부 등 관련 부처가 공동으로 한국과의 협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전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양국 간 우호적 협상 동력이 마련됐고, 논의를 이어가기 위한 큰 틀이 갖춰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협상은 단판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지속적인 대화와 민관 협력이 병행돼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본부장은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 만나 한국에 부과된 25%의 상호관세 및 철강·자동차에 적용된 고율 관세에 대해 완화 조치를 요청하며 "특별한 대우"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윌리엄 키밋 상무부 국제무역 차관 내정자, 제프리 케슬러 산업안보국(BIS) 차관과의 면담을 통해 품목별 관세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에 대한 안정적 지원을 요청했다. 동시에 공급망 안정과 경제안보 협력 방안도 논의됐다.

    정 본부장은 미국과의 무역수지, 조선 산업 협력, 알래스카 LNG 개발사업 등 에너지 협력 분야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나, "아직 구체적 진전은 없다"고 밝혔다. 방위비 분담 문제에 대한 논의 여부에 대해선 "통상 이슈 외 분야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리어 대표는 전날 의회 청문회에서 향후 통상협상에 경제안보 이슈도 포함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우선 협상국으로 지시했다는 보도에 대해선 "우리가 우선 대상이라고 해서 서두를 수는 없다"며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대미 보복 조치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엔 "한미 동맹관계와 대미 수출 의존도를 고려할 때, 보복 조치를 준비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