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트럼프 ‘상호관세 유예’ 발표에 8만3000달러선 회복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9일(현지시간) 큰 폭으로 반등하며 8만 달러선을 다시 넘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주요 교역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직접적인 호재로 작용했다.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44분(동부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8.33% 오른 8만3337달러(한화 약 1억2121만원)를 기록했다. 이틀 전 7일 이후 처음으로 8만 달러를 회복했으며, 전날 7만400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10% 이상 급등한 셈이다.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주요 알트코인들도 일제히 상승 흐름을 탔다. 같은 시각 이더리움은 13.97% 급등한 1666달러, 리플(XRP)은 15.33% 오른 2.07달러로 2달러선을 회복했다. 솔라나는 12.23% 상승한 118달러, 도지코인은 13.78% 오른 0.16달러를 기록했다. 트럼프 관련 밈코인도 10.4% 오르며 8.28달러에 거래됐다.

이날의 반등은 가상화폐 시장에 오랜만에 찾아온 '긍정적 뉴스'였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비트코인은 주춤하는 흐름을 보였다. 지난 1월 21일 취임식 직전 10만9191달러까지 올랐지만, 이후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트럼프의 강경한 무역 정책 기조 등이 겹치며 하락세로 전환됐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됐던 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불안이 다소 해소된 것이다.

자히르 에브티카르 스플릿 캐피털 설립자는 "미쳤다!(Crazy)"며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행정부는 관세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는데, 대통령이 이렇게 빠르게 태도를 바꾼 건 놀라운 유연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시장은 곧 새로운 정책 환경에 적응할 것"이라며, 이번 가격 상승이 비트코인이 위험자산처럼 거래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뉴욕 증시가 최근 급락하며 지난해 11월 대선 이전 수준으로 후퇴한 가운데, 비트코인은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아 대선 직전 수준 이상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LMAX 그룹의 시장 전략가 조엘 크루거는 "비트코인의 이러한 상대적 강세는 포트폴리오 내 위험 분산 자산으로서의 매력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투자자들이 글로벌 변동성 속에서 비트코인의 본질적 가치, 특히 안전자산으로서의 기능에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